실화) 고문관

안녕하세요! 반나절도 되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온 optimic입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이나 글을 올리게 된 건. 제가 대학교에서 졸업하기 전에 연습용으로 썼던 단편 시나리오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 같이 훈련소에 있었던 옆 생활관 동기가 들려 준 이야기를, 제가 시나리오 형식으로 옮겨 적었던 건데요. 노트북에서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여기에도 올리면 나름 신선하지 않을까 해서 올려봐요!

평소 제가 쓰던 방식이 아닌, 드라마, 영화 등의 대본과도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혹시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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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나레이션 : 이 이야기는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이야기다.

점심시간.)

‘정병 육성’이라고 씌어진 빨갛고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머리가 보인다.

조교 : 빨리 빨리 안 움직이나!


-나레이션 : 당시 나는 훈련병이었고...

훈련병들. 급하게 생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성열. 그 무리 중간에서 미처 다 신지 못한 한쪽 전투화를 구겨신고 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점심시간.)

생활관 현관 앞. 약 20여명의 훈련병들. 오와 열을 맞춰 2열종대로 집합해 있다. 맨 뒤에 서 있는 성열. 성열의 옆자리만 비어 있다. 그 앞에서 허리춤에 두 팔을 올린 채 훈련병들을 마주보고 화난 표정으로 서 있는 조교.


-나레이션 : 내 전우조는 고문관이었다.

지환. 엉거주춤한 자세로 헥헥거리며 훈련병들을 향해 뛰어오는 뒷모습. 전투복 윗단추는 풀려 있고, 고무링도 미처 채우지 못한 모습이다.


지환. 성열의 옆에 서서 헥헥거리며 눈치를 본다.

조교. 지환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조교 : 김지환.

김지환 : 62번 훈련병 김 지 환!


조교. 한숨을 내쉬며 지환에게 삿대질을 한다.

조교 : 야. 구라치고 뺑끼 칠거면 적어도 열심히는 해라.

지환. 빳빳하게 차렷한 자세. 조금 분한 듯한 표정이다.

지환 :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조교. 빠른 걸음으로 훈련병들을 지나쳐 걸어간다. 2열종대로 서 있는 훈련병들. 여전히 굳은 자세로 차렷.

조교 : (훈련병들을 지나쳐 가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밥 먹으러 가라.


조교. 지환의 옆을 지나갈 때 지환을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한 마디 한다.

조교 : 씨발. 구라쟁이 새끼.


취사장.)

훈련병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식판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할 때도 경직된 채 한 손으로만 포크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는 모습. 그 사이에서 나란히 식판을 두고 앉아있는 성열과 지환. 맛있게 밥을 먹는 성열과는 달리, 지환은 여전히 분한 표정으로 힘없이 밥을 푼 숟가락을 들고 있다.


-나레이션 : 지환이가 처음부터 고문관이었던 건 아니었다.


오후 2시. 신병교육대 행정반. )

소대장이 다리를 꼬고 의자에 몸을 약간 뉘인 채로 앉아 있다. 무언가 거슬리는지, 짜증이 올라온 표정. 한 손에는 생활기록부를 들고, 한 손은 찌푸려진 미간을 누르고 있다. 책상을 두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지환.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를 편 채 앉아있다.

소대장 : 김지환. 이거 사실대로 쓴 거 맞아?


지환. 허리를 꼿꼿하게 피며 대답한다.

지환 : 네! 그렇습니다!


소대장. 더욱 찌푸려진 미간을 쓰다듬으며 지환에게 말한다. 지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생활기록부만 보고 있다.

소대장 : 엄마가 무당이고, 너는 귀신을 본다고?

지환 : 네! 맞습니다!


소대장. 생활기록부를 소리 나게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지환을 노려본다.

소대장 : 야. 씨발 내가 너 같은 놈들 한두 명 보는 줄 알아?


지환. 움찔 하며 놀란 표정으로 소대장을 똑바로 쳐다본다.


소대장. 눈을 부라리며 지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혐오감이 섞인 표정과 위압적인 행동.

소대장 : 군대는 존나게 가기 싫고, 뺑끼 칠 만한 건 없고, 만만한게 귀신이지. 존나 지랄하고 있네.

지환 : 아닙니다! 전 진짜..!


소대장. 지환의 말을 자르며 소리친다.

소대장 : 아가리 안 닥쳐!?


소대장. 지환의 앞으로 마주보며 선다. 앉아있는 지환을 앞에서 서서 내려다보는 소대장. 팔을 허리에 얹고, 위협적인 기세를 풍긴다.

소대장 : 너 이새끼야. 넌 나한테 찍혔어. 어디 한번 보자.


-나레이션 : 그 때부터 지환이는 모든 조교들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

지환. 앉은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몸을 살짝 떤다.


-나레이션 : 나는 그 때 알았다.

저녁. 점호시간.)

훈련병 생활관. 20여명의 훈련병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다. 성열과 지환. 다른 훈련병들과 마찬가지로 앉아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나레이션 : 군대에서도, 아니 군대가 사회보다 남의 시선이 훨씬 무섭다는 것을.

지환을 제외한 모든 훈련병들이 까맣게 변한다. 암흑천지의 사방에 박힌 수 많은 눈들만 커다랗게 뜨인 채로, 모든 눈동자가 지환을 노려보고 있다.


저녁 점호시간. 생활관. )

당직사관 완장을 팔에 찬 소대장이 문 앞에 짝다리를 짚고 서 있고, 훈련병들은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소대장 : 아픈 사람 없지?

훈련병들 : 없습니다!


소대장. 앉아 있는 재환을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비웃고 멸시하는 표정.

소대장 : 귀신 보이는 사람 없지?


훈련병들. 재환을 쳐다보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비웃는 듯한 표정들과 피식거리며 웃는 훈련병들. 그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듯 재환을 곁눈질하는 성열의 모습도 보인다.

훈련병들 : 없습니다!


소대장. 여전히 비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로 몸을 돌린다. 등 뒤로 나지막히 들리는 지환의 목소리.

소대장 : 그럼 이상.

지환 :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대장. 나가려다 멈칫하고 고개만 까딱 돌려 지환을 쳐다본다.

소대원들. 어이없다는 듯 지환을 쳐다본다.

소대장 : 뭐라고?


지환. 눈에 독기가 가득 찬 얼굴로 앉은 자세 그대로 소대장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잘근잘근 씹어뱉는 듯한 느낌으로 말한다.

지환 : 소대장님께서 못 믿으시는 그거...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대장. 지환의 눈을 본다. (지환의 얼굴 클로즈업. 마치 귀신같이 한기가 서린 눈.) 흠칫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빠르게 나간다.

소대장 : 미X놈.


늦은 밤. 불 꺼진 생활관.)

훈련병들. 모포를 덮고 단잠에 빠져 있다. 생활관 문 앞에 단독군장을 한 채 불침번 근무를 서는 성열. 생활관 맨 안쪽에는 굳은 표정의 지환이 단독군장을 하고 서 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환을 바라보는 성열. 굳은 표정으로 자꾸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지환.

성열 : (혼자 생각한다) 지환이.. 괜찮을까...


여전히 지환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두리번거리고, 성열은 지환을 바라보며 눈이 살짝 풀린 채로 서 있다.

성열 : (혼자 생각) 아... 졸리다... 눕고 싶다...


순간. 반쯤 감긴 성열의 눈에 보이는 생활관 모습.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상체만 남아 생활관 공중을 떠도는 귀신 몇몇이 지환의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성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다. 정면에는 아까와 똑같이. 그러나 시야에 지환이 없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웅크린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고 있는 지환의 모습이 보인다..


성열. 오싹한 느낌에 살짝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다.

그 때. 생활관에서 들리는 소대장의 비명에 고개를 돌린다.

소대장 : 으..으아! 뭐야!


생활관에서 보이는 행정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소대장이 놀란 표정으로 허겁지겁 성열을 향해 뛰어온다.


소대장. 생활관 앞으로 와 놀란 표정으로 성열을 향해 소리친다.

소대장 : 방금 뭐야! 누가 소리 질렀어!

성열 : (당황한 듯한 표정)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소대장. 인상을 찌푸리고 성열을 다그친다.

소대장 : 행정반까지 그렇게 크게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못 들었다고?


성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굳은 채 소대장을 향해 되묻는다.

성열 : ...‘여자’ 비명 말씀이십니까..?


소대장. 성열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은 채, 겁에 질린 듯 몸을 살짝 떤다. 그리고 뭐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서서히 돌려 생활관 안을 쳐다본다.


소대장의 눈에 보이는 생활관. 곤하게 자고 있는 훈련병들. 그 가운데 복도에서 어느 새 일어선 채로 묘하게 미소를 지은 채 서 있는 지환.

지환. 서서히 귀를 막았던 양 손을 내린다.

비명이 들렸다기엔 너무나 적막한 생활관.

소대장 : (넋이 나간 듯 생활관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렇게 큰 비명이 들렸는데, 아무도 안 깼다고...?


겁에 질린 소대장의 얼굴. 혼자 서 있는 지환과 눈이 마주친다.

서 있는 채 오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환의 주변으로, 아까 성열이 본 귀신들이 소대장의 눈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생활관 전체에 곳곳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귀신들. 머리가 반쯤 깨진 채 군복을 입은 남자, 눈코입에서 피를 흘리며 웃는 여자, 온 몸에 포탄이 박혀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여자... 모두가 잠들어 있는 훈련병의 귀를 막은 채. “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는 소대장의 뒤엔, 주저앉은 채 떨고 있는 성열의 모습.

소대장 :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이...이게 대체 무슨...


공포에 질린 채 서 있는 소대장의 어깨를 뒤에서 감싸는 창백하고 마른 손.

오싹한 느낌에 서서히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소대장.

피범벅이 된 채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구멍만 있는 여자 귀신이 입을 찢어져라 크게 벌리며 “끼야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소대장 : 끄아아아악!!


소대장.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간다. 바닥에 쓰러지는 소대장.

성열. 덜덜 떨면서 구석에서 겨우 고개를 든다.

소대장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지환.


지환. 소대장 앞에 싸늘한 표정과 점호시간에 보였던 독기어린 눈을 하고 서 있다.

지환 : (소대장을 보면서 표정의 변화 없이, 나지막하게) 내가 보여준다고 했잖아.


-나레이션 : 며칠 후, 소대장은 국군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대장. 공포에 떨며 미친 사람처럼 휴지를 찢고 뭉쳐서 귀에 쑤셔넣는다. 귀 주변은 상처투성이. 소대장의 자리에는 피가 묻은 채 뭉쳐진, 귀에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휴지뭉치들이 사방에 버려져 있다.


-나레이션 : 소대장이 이송된 후, 지환이도 훈련소에서 나갔다.

지환. 군용 더블백을 맨 채로 생활관 문 앞을 나가는 뒷모습.


지환. 나가려다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생활관 내부를 바라본다.

소대원들은 살짝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지환의 시선을 회피한다.


성열. 어색한 표정으로 지환의 눈을 피한다.


-나레이션 : 그 후로 소대장과 지환의 소식은 알 수 없었고, 나는 별 일 없이 군생활을 마친 후 전역을 했다.

성열. 자리에 앉아 있다 책상 위의 노트북을 덮으며 일어난다.


-나레이션 : 이젠 지난 일이지만... 다시 없을 기이한 경험이었다.

성열. 불이 꺼져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잠이 든 성열의 바스트 샷 클로즈업.

잠이 든 성열의 두 귀를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마른 두 손이 나타나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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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희 훈련소에서 한 명이 저렇게 나갔었고, 그 친구와 같은 생활관이었던 저희 동기가 해준 이야기여서 저는 막상 쓸 때는 정말 재밌게 썼고, 오싹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글을 올리기 전에 다시 읽어볼 때는 뭔가 재미가 부족한 거 같고, 별로 안 무서운 거 같고 그러네요...하하..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다음 편을 더 빨리 불러옵니다...:)

안녕하세요! 이것저것 글 쓰는 사람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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