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447번지의 비밀_2

바로 이어서 2편 올립니다.

두 편 분량을 한 편에 합쳐서 올리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ㅇㅇ

아웅 난 이런 소설 넘 잼나더라 후히히~!~!


태그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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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나게보십쇼





"포커를 치면서 기다렸지만, 시간이 40분을 넘기자 슬슬 걱정이 되었죠. 어떤 사람은 집에 도망쳤을거라 하고, 어떤 사람은 그 흉가 앞에서 기절해 있을거라 하고, 아니면 근처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을거라 하고.... 그런데 저희를 더 걱정스럽게 만든 건 형님이 전화를 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장대비도 거기에 한 몫했죠.

혹시나 발을 헛디뎌 어디선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 흉가에 가보자는 사람은 없었어요.

솔직히 무서웠죠. 다들 무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혹시나 누가 가보자는 말을 할까봐 두려워하며 눈치만 보기에 급급했죠. 그런데 그 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덜커덕 열리는 겁니다.

형님이 문 앞에 서 있는 겁니다. 우와..........그 땐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죠."


그는 잠시 떨리는 손으로 담뱃재를 털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섭던지....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스릴러영화 보면 범인이 빗속에서 사람 파묻고 돌아올 때 그 모습.....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우비 속으로 형님의 얼굴이 반쯤 보이는 겁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진 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형님을 바라보았죠.

바로 그 때 형님이 우비 속에 감춰진 뭔가를 우리 앞에 탁 던져 놓는 겁니다.

그 영정사진이었죠.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아니 그것보다는 승균이 형님이 미친 것 같았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영주 형님은 비명까지 질렀다니까요. 놀랄만도 했죠.

우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사진으로부터 재빨리 물러났습니다.

영정사진의 얼굴은 확인할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우비를 벗을 생각도 안하고 형님이 사무실 안으로 발을 옮기는 겁니다. 그리곤 저에게 다가와 약속한 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래서 줬어?"


"형사님이라면 안주고 배기겠어요? 저는 얼만지도 모르는 제 앞에 놓인 만원권을 쓸어담아 형님한테 냉큼 건넸죠. 형님은 여기저기 돈을 우겨넣더니 다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형님이 그 영정사진을 다시 들고 나가는 겁니다.

그 형님이 어디로 가려는지 아무도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단지 그 사무실에서 빨리 나가주기만을 바랬던 거죠. 형님이 나가자 저희는 그제서야 숨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포커판은 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였구요. 거기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승균이 형님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수근거렸죠."


"양승균......딴 사진으로 사기친 것 아냐?"


"그 생각도 해 봤죠. 그런데 그 다음 날 그 폐가를 지나가는데 그 사진이 안보이는거예요.

형님이 가져온 게 분명했어요. 사기를 쳤다 하더라도 그 때 그 형님 얼굴빛을 본 사람은 저와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래서 황승균이 죽은 것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거야?"


나는 애써 그의 얘기를 무시하려 했지만 나도 이미 그 것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형님이 조금씩 이상해졌어요. 며칠동안은 모든 작업이나 회사일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갔어요. 그런데 날이 갈 수록 형님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게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일단 술이 늘었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두 세병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일곱여덟병을 나발 분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 이상한건 그러고도 정신이 멀쩡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어요.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겁니다.

어떤 작업자는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그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뭔가를 잔뜩 싸들고 말이죠.

심지어 그 폐가에서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모두들 형님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눈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했죠.

그 즈음에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승균이 형님이 귀신을 불러낸다는 거예요."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살인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형사가 귀신 얘기나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얘기를 중지시킬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이 죽은 딸내미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나는 순간 피해자의 아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주연이라는 딸 애?"


"예. 딸내미를 만났다는 거예요. 모두들 승균이 형님이 이젠 정상상태가 아님을 직감했죠. 다들 그 형님이 미쳤을거라 얘기했지만, 속으로 혹시나 진짜로 귀신을 불러내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하고 있었죠.

생각해 보세요. 그 폐가를 들락거리면서 사무실에 들어올텐데... 그것도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중장비를 다루는 회사인데, 귀신이 몸에 붙어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죠. 그런데 그 때 영주 형님이 뭔가 제안을 하나 했죠."


"...?"


"그 집....폐가를 부수자는거예요.

벽돌집이라 부수는건 눈깜짝할 사이예요. 그런 구조의 집은 포크레인으로 슬쩍 밀기만 해도 넘어가거든요. 처음엔 불태우자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주변의 눈도 있고... 아무리 버려져 있다해도, 소유자가 누구인지만 모르는 엄연한 사유재산인데....."


"그래서 부셨어?"


"부수자는데는 모두 동의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어요. 그걸 누가 하냐였죠. 눈치만 살피던 저희들은 제비뽑기를 했죠. 그 때 영주 형님이 걸린겁니다."


"노영주는 지게차 기사 아냐?"


"면허증 없으면 운전 못하나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분야가 아니어도 중장비의 간단한 조작은 다 할 줄 알거든요. 

승균이 형님이 비번인 날을 골라서 영주 형님이 회사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로 갔죠.

모두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마냥 포크레인 뒤로 졸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수십여미터 근처에 다다르자 영주형님만 빼놓고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어요.

영주 형님은 그 때까지도 두려운 표정이 역력했어요. 조심스럽게 영주 형님이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에 다가갔죠. 그리고 삽을 들어 굉음을 내며 옆의 창고를 막 부수고 있는데........"


태섭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짓이겼다.


"그 비오는 날 승균이 형님이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만큼 놀랐어요. 거실에서 형님이 뛰쳐 나오는겁니다."


"뭐?"


"놀란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형님이 호통을 치는거예요.

내 집에서 썩 물러가라며... 그런데 그 목소리가 형님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나도 낯선 생소한 목소리였어요. 그나마 멀리서 바라 본 저희들이 그럴 정도였는데, 바로 앞에 있던 영주 형님은 어땠겠어요? 비명을 지르며 영주 형님이 운전석에서 뛰쳐나왔죠."


"포크레인을 놓고 도망쳤단 말이야? 황승균이 그 걸로 무슨 짓 할 줄 알고?"


"다행히도 영주 형님이 키를 뽑아들고 도망을 쳤던거죠. 저희는 사무실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 때 저희를 수상히 여긴 사장님이 무슨 일인지 물었죠. 그제서야 저희들은 그간의 일을 사장님께 모두 털어놓았죠.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사장님은 같이 그 폐가로 가자는거예요. 사장의 명령이니 안 따를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저희들은 그 곳으로 다시 갔습니다."


"황승균이 있었어?"


"예. 경비원처럼 어디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와 거기서 지키고 있더라구요."


"가서 뭐했어?"


"사장님이 형님한테 가서 말을 걸었죠. 나머지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봤구요.

그런데 웃긴 건 승균이 형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우리 직원들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더군요. 포크레인만 가지고 갈테니 화를 푸시라고 말을 하더라니까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승균이 형님이 몽둥이를 내려놓더니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는거예요. 귀신이 빠져나간 것처럼 말예요."


태섭은 잠시 양 팔을 쓸어내렸다.


"그 날이 언제야?"


"형님이 죽기 이틀 전이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어떻게 되긴요? 승균이 형님을 업고 사무실로 내려갔죠. 정신이 돌아온 형님이 집엘 가겠다며 사무실을 나선거예요. 그리고 이틀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시체로 발견이 된거죠.

연락이 없음에도 우리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승균이 형님이 우리에게 연락을 할까봐 두려웠죠. 차라리 나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너...황승균이 죽은 걸 어떻게 알았어?"


"예?"


내 예상대로 그는 놀라는 눈치였다.


"신고 접수 후 경찰이 도착한게 대략 4시 반이야. 10분도 안되서 도착했지.

내가 도착한 건 20분 후고.... 그 사이에 죽은 황승균 와이프가 회사에 연락을 취할만큼 여유롭진 않았겠지. 회사 사람들은 마치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느냥 여유로웠어.

아무리 소속감이 적다해도 무리가 있지. 게다가 현장에서 도망을 쳤던 노영주는 이미 황승균이 죽을 걸 알고 있던 사람 같더라구..."


나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누가 그 전에 다녀갔어.....그렇지?"


태섭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사람이 노영주일 수도 있고, 바로 너 일수도 있지.

노영주가 어제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하고자 했던 그 말이 지금 니가 하고 있는 말보다 더 깊은 내용일 것 같아. 형사들은 직감이라는게 있거든.

내가 볼 때 노영주는 황승균 집에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 그러지 않고서야 비번인 날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사람 주변에 나타난다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


태섭은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접더니 오히려 나의 시선을 회피하기 바빴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들을 족치면 되거든.

그러면 누가 거짓말 하는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오늘 니가 한 얘기의 대부분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취조실을 빠져 나갔다.

문 밖을 나서자 박형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형사님, 죽은 황승균씨가 3억짜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던데요?"


"뭐? 그래?"


"그런데...가입자는 황승균으로 되어있고, 수혜자는 황승균씨 와이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뭐야...황승균 본인이 가입하고 보험료를 냈단 말야."


"예. 보험회사 알아보니까 본인이 직접 싸인했다하더라구요.  보험료도 본인 통장에서 자동이체 되도록 했구요. 가입일도 20여일 전이예요."


"뭐야...자기가 죽을 줄 알고 있었단 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리고 김홍선씨하고 몇 차례 큰 돈거래가 있었는데요?"


"김홍선?"


"아...그 중장비 업체 사장이요."


"무슨 돈거래?"



"월급 같지는 않고 수백만원 몇 차례 계속 왔다갔어요. 그런데 정리는 깨끗이 한 것 같아요. 더하기 빼기 하니까 빵이 되더라구요." 


"노름돈 빌렸나 보지. 아참...박형사... 김태섭 취조장면 봤어?"


"예."


"어떻게 생각하냐?"


"믿기도 그렇고 안믿기도 그렇고...."


"그 폐가에 대한 등기부 등본 좀 뽑아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예."


"참...황승균씨 내일이 발인인데, 유족들 부검할지 물어봤어?"


"별로 탐탁치 않아 하던데요."


"음...그럼 우리가 빨리 알아보는게 나을 것 같군. 나 급히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뒷 일 좀 부탁해"


"어디 가시게요?"


"그 마을에 가장 최근까지 살고 이사갔던 사람을 알아보고 만나야겠어."


나는 군청을 들러 가장 최근까지 살았던 사람 중에 비교적 고령자를 찾았다.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정되었는데 10년 전에 이사를 했고, 그 때까지 마을의 이장을 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이사를 해서 차를 몰고 40여분 정도만 가면 만날 수가 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이 아닌 비교적 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아파트 단지에 그는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지 반백발의 노부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아내는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남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그 집...참 안타깝지... 그 고가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장사가 잘 되던 가겟집이었어. 이름이...대흥상회였나? 이봐 할멈..맞지? 최씨가 하던 가게.."


"맞아요. 그 집 모르면 간첩이지."


"그 시골에서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없었는데, 그 집은 어디서 그렇게 음식 기술을 배웠는지, 식당 일을 같이 하면서 지나가는 외지인들을 상대로  맛난 음식을 팔더라고.

알다시피 그 집이 얼마나 외진 곳에 있나? 마을 자체가 촌구석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그것도 산 중턱에 있지 않은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해 먹고 살다니 참 신통했지. 돈도 많이 벌어들이고 말야. 그 사람이 마을 노인정까지 지어줬다니깐.

모든 시골인심이 그렇듯이 우리는 서로 정도 많이 나누고, 음식도 나눠 먹고 그렇게 살았지.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낯선 도시 사람들이 마을에 나타났어.

그리고 이장인 나를 찾아오더니 여기 저기 토지들을 매입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구.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사람들이 왜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나 저러는지 몰랐지. 알고 보니까 1년안에 우리 마을에 고가도로가 들어선다는거야.


그 고가도로가 들어온다는 얘기가 돌면서 마을에 분란이 생기기 시작했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고가도로가 들어서는 걸 반대했지. 돈 보다는 우리 삶의 터전인 논과 밭이 먼저 아닌가?

그 사이에 낀 이장인 나는 어땠겠나? 그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 설득해 주면 한 명당 얼마식 주겠다 하면서 나를 계속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지.

에이..난 싫었어. 

난 논과 밭이 있고, 자식새끼들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데 그 깟 돈 몇푼에 마을 사람들을 팔 순 없진 않은가?


그런데 그 도시 사람들과 업자들이 우리를 설득 못하니까 도시에 살던 자식새끼들을 꼬드긴거야. 아주 난리가 났지. 생판 얼굴 한번 비치지 않던 놈들이 부모라고 여기저기서 찾아 오더군.

결국 자식들 성화에 못 이겨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개발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특히 업자들에게 돈으로 매수가 되었는지 마을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가 여기저기 설득하며 도장 받으러 다녔어."


"청년회 회장이요?"


"늙어서 그런지 그 친구 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월남전까지 다녀와서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조금씩 연명하던 친구야. 거기 가기 전에는 참 착하고 순진했는데 다녀와서 성격이 많이 망가졌어.

업자들 앞잡이가 되어서 마을 사람들 선동하고 다니는 게 영 꼴불견이었지. 사실 청년회도 도시 사람들 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 급조된 모임이야. 그 넘의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무슨 청년회란 말인가? 그렇게 토지보상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어.


고가도로 교각 하나가 대흥상회 주인 최씨 밭을 지나가는데 마지막까지 최씨가 동의를 안해주는거야. 솔직히 보상금도 쏠쏠해서 그 때까지 반대하던 사람들도 그냥 도장 찍어줬어.

업자들이 구슬려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안하더라니까

특히 청년회 회장이라는 그 친구가 최씨를 많이 닥달했지. 아마 그 때 그 친구 눈빛 봤으면 도장 안찍고는 못배겼을 거야. 그런데도 최씨는 장사를 그만 둘 수 없었던 거야.

고가도로가 나면 망한거나 마찬가지거든.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최씨가 집 근처 개천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어."


"예? 누가 죽인건가요?"


"아냐. 그 친구가 원래 엄청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는데, 그 날도 술 한잔 하고 읍내에서 집에 돌아오다가 쓰러진 것 같더라구. 그 개천길이 굵직굵직한 돌길이라 발을 헛딛기 쉽상이야.

넘어지면 머리를 부딪힌것 같애. 결국 남은 가족들이 그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그 집이 제일 먼저 마을을 떴어.

그런데 최씨가 죽은 뒤로 이상한 소문이 나돌더라구. 최씨가 죽은 날,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같이 했던 사람이 청년회 회장이라더군.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그 친구가 최씨를 죽인 것 같다는 소문이 나도는거야.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는 어떤 놈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녔지. 아니 대낮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다니더라니까.

그 땐 진짜로 누굴 죽일 것 같았다니깐. 마을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었지.

그 정이 넘치던 우리 마을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

최씨 가게는 개발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은 그대로 남았어.

물론 그런데 있는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지. 그대로 폐가가 되어 버린거야.

동네 아그들 놀이터가 되어버린거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 집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거야"


노인은 목이 마르는지 주전자의 물을 한 컵 따라 들이켰다.


"그 집에서 놀던 어린 아그들이 최씨 아저씨를 봤다는거야. 한 둘이 아니었어.

어떤 아그는 최씨 아저씨가 줬다면서 장판 밑에 오랫동안 묵혀둔 듯한 천원자리 지폐를 보여주더라구. 그 집이 식당하면서 생선요리 많이 해.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좀 나.

그런데 그 천원짜리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거야. 어휴...그 애 부모들은 사색이 되서 애를 야단치더라구.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말라고.


어느 날 밤에는 그 집에서 최씨 목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다더군. 그 친구가 술에 취하면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었지. 비가 오는 밤이면 그 노랫소리가 들린다는거야.

혹시나 귀신이라도 옮겨 붙을까봐 모두들 최씨집을 멀리했지. 게다가 더 이상한 건 그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의 모습이었어."


"뭐가 말입니까?"


"어디서 피를 빨려서 온 사람처럼 갈수록 몰골이 상하더라구. 눈은 휑하니 꺼져 있고, 눈 밑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더라구. 며칠 동안 굶은 사람처럼 볼이 함몰되어 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는 것 같더라니까.

죽은 최씨한테 시달린다는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지. 혹시나 그 친구한테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었어.


그 날밤.... 최씨가 죽었던 그날 밤....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게야.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친구가 보이질 않더라구. 어차피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서 언제든 어디서 빌어먹고 살겠지만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는게 너무 이상했다네.


마을이 극도로 흉흉해졌지. 그 뒤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이사를 떠났어. 

그나마 내가 가장 늦게 떠난거지. 나야 뭐, 가까운 읍내에 아들 내외가 살아서 언제든 이사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어르신, 혹시 예전 마을 사람들 사진같은거 가지고 계시나요?"


"꺼림칙해서 몇 년간 꺼내보지도 않았는데...잠깐 기다려보게"


잠시 후 노인은 두꺼운 앨범 하나를 들고와 그 위의 먼지를 닦아내며 나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바래진 앨범 표지를 보니 오랜 전 지워진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 든 앨범을 한장씩 넘기자 주로 노부부의 사진들이 먼저 펼쳐졌다.

몇 장을 넘기자 노인이 손가락으로 어떤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최씨라우...그 대흥상회 주인.... 어휴...술을 엄청 잘 마셨지. 상상도 못할걸?"


건장하다고 해야 할지, 풍만하다고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지만 매우 풍체가 좋은 선한 얼굴의 40대 얼굴의 모습이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자 전형적인 시골 촌부의 모습들이 여기저기 펼쳐졌다. 그 순간 내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이런...."


"아는 사람인가?"


"예."


"이 친구가 바로 그 청년회 회장이었다네."


"뭐라구요?"


나는 노인의 말을 듣자 마자 휴대폰을 꺼내 박형사를 찾았다.


"응. 박형사 나야. 지금 당장 김홍선 사장 행적 파악해!! 지금 당장!!"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이 맞장구를 쳤다.


"형사 양반... 맞아!! 그 친구 이름이 김홍선이었지." 


나는 순간 일이 복잡하게 꼬여감을 느꼈다.


"형사 양반...그 친구 봤나? 지금 어디 있나?"


"어르신 살던 마을에서 작은 중장비 회사를 하나 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이쿠...세상에나 이젠 정신 차렸나 보네."


"어르신..김홍선씨...아니 그 청년회 회장 얘기 좀 더 해주실래요?"


노인은 앉은 자세를 잠시 옆으로 틀더니 입을 열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정말 착하고 순진한 친구였지. 그 때는 홍선이..홍선이 하면서 이름도 잘 불렀는데 조금 전엔 왜 기억이 안 났는지 몰라. 사람이라는게 안 좋은 기억은 본능적으로 자꾸 잊버리려고 하나봐.

월남전 갔다왔다며 마을에 돌아왔는데...어이쿠...사람이 좀 이상해 보이더라구.

얼굴은 전보다 더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체구는 더 왜소해 진 것 같앴어. 거기에다 눈빛에 살기가 돌더라구.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네. 최전선에 있었다는데 얼마나 사람을 많이 죽였겠나?

동네 사람들 모두 그 친구를 반가히 맞았지만, 얼굴빛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 


술만 마시면 전쟁 얘기를 하는거야. 자기 손으로 월남군 수십명의 목을 땄다면서 목을 따는 시늉을 앞에서 막 보여주는거야. 미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킥킥대면서 말야......

게다가 마치 그 전장에라도 있는 것처럼 혼자 총질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엎드려서 포복하는 자세도 취하다가, 혼자 고함을 지르며 돌격 앞으로 하면서 전쟁 놀이를 하더라니까 그 순진한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겠나. 그리고 알아 듣지도 못하는 월남노래를 혼자 군가처럼 막 부르고 다녔지.

동네 사람들은 그 친구가 월남귀신에 쓰인 거라며 서로 수근댔지.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ㅊㅊ: 하드론의 이야기 산장 (http://cafe.daum.net/hardron-story/TJb0)
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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