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글자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부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잘 지내고 계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물음이었습니다.

오늘 날씨, 2019 첫눈, 체감온도 뚝!

눈 내려요. 단톡방에서 네 글자를 보자마자 타자기에서 손을 떼고 문 앞으로 달려나갔다. 눈이 내리는구나. 눈을 처음 본 아이처럼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너에게 연락을 했다.

밖에 눈이 내려.

30분쯤 지났을 때 너에게 답이 왔다.

여기는 눈이 안 와.

손 위의 눈이 녹는지도 모른 채 온난하던 때가 있었다. 전화기로 흘러들어오는 목소리만 들어도 웃음이 나고 밤잠을 줄여가며 이야기를 나누던. 모든 것은 과거형이 되어버렸고 현재 남은 건 말라버린 입술과 초점 없는 눈빛 정도. 하얀 빛이 투영된 눈 속에 네가 담기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빈 기둥 형태의 결정이 바닥에 떨어져 내려 깨진다.

독감기로 인해 며칠째 누워있는 방 여기저기에 젖어있는 것들이 널려있다. 가습기를 켜 놓지만, 엄마는 불만족스러우신지 젖은 수건과 그날 손빨래한 것들을 문 뒤와 옷장 여기저기에 널어두신다.

''방 안이 건조하면 안 돼.''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옷장 문고리에 걸려있는 회색 맨투맨으로 눈길이 향한다.

밀물과 썰물의 형태를 하고 있는 옷의 물기는 위에서부터 말라가고 있다. 이곳은 서해안도 동해안도 아니니 큰 차이 없이 방 안의 건조도에 따라 짙은 회색에서 옅은 회색으로 변해갈 것이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자는 말라가는 옷에서도 바다를 본다.

“여기 사서예요?”

널브러져 있는 짐을 치우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발을 내려달라고 말한 나에게 그가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째려볼지언정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나의 말에 따랐기에 이 물음은 날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벌게진 얼굴로 “네”라고 대답한 채 몸을 틀어 그곳을 빠져나왔다. 1층으로 내려와 CCTV 화면으로 그를 바라본다. 짐을 치우고 테이블 위의 발은 내려져 있으나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사서가 아니면 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가 요즘 매일 오는 노숙자인 것이 짜증 나는 탓이다.


정해진 주거 없이 주로 공원, 거리, 역, 버려진 건물 등을 거처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


노숙자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며 그의 큰 배낭과 양손에 쥐고 있는 4개의 비닐 꾸러미를 떠올리다가 코를 쥐어 잡는다. 처음부터 그가 싫었다. 숨쉬기 싫을 정도의 냄새에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부터 일 거다. 닦지 않아 뿌옇게 변한 안경을 쓴 채 서가 사이를 오가는 도서관에 오는 노숙자. 주민등록증상의 주소가 서울이면서 왜 인천까지, 그것도 수많은 장소 중에서 왜 도서관에 오는 것일까. 왜 쉴 새 없이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일까. 왜. 도대체 왜.


타인에게 수많은 물음을 가지기는 오랜만이었다. 그 또한 많은 의문을 가졌을까.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갈 곳이 없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신은 나를 버린 걸까. 언제까지 혼자여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나를 싫어할까. 왜. 도대체 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를 보며 쥐고 있던 주먹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현재라는 모습을 하고 있고 이는 미래로 연결된다. 그의 과거에 현재에 대한 답이 있을 거고, 그가 해야 하는 일은...’까지 생각하다가 주먹을 쥐었다. 나 같은 사람이 곁에 없었을 리 만무하다. 모든 것은 그가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의 난 냉정했고, 그랬기에 네 경찰에게 둘러싸여 내가 왜 도서관을 떠나야 하냐며 항변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 무서운 사람 떠났어요?”

“경찰에 신고해서 떠났어요. 이제 안 올 거예요.”

덩치 크고 쉴 새 없이 혼잣말을 하다가 이따금 말을 걸어오던 그는 어느샌가 무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의 부재가 모두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현실이 손바닥의 손톱자국을 더 깊고 선명하게 만든다. 의문이 의문에서 그쳤을 때 비롯된 것들이란 이런 법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5가지 감각을 오감이라고 하며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이에 해당한다. 공책에 '커피 같은 경우 5가지의 맛 중 평균적으로 3가지의 맛을 느낀다고 함' 이라고 적고 그 아래로 세 개의 선을 긋는다. 신맛, 쓴맛, 그리고 공란. 한 가지 맛이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펼쳐보니 단맛이란다. 내 인생에서 빠진 요소라서 생각나지 않은 것일까. 모든 것이 충족된 채 태어나더라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겪다 보면 추가되는 것도 빠지는 것도 있는 법이다. 단맛에 노란색 형광펜을 진하게 긋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향미의 호불호는 개인의 감각적 예민함과 선호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답은 언제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커피를 삶과 연결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답은 언제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 있다'는 말은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는 주체적인 말과 결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커피 관련 서적은 오랜만이기에 흥미를 느끼며 다음 장으로 그다음 장으로 책장을 계속해서 넘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온도가 이론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바로, 90~96°C. 물은 100°C에서 끓으나 커피는 90~96°C에서 맛있다는 점이 위로가 된다. 결여된 것이 많은 자에게 6°C의 차이란 그런것이다. 부족한 것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안정감. 이 역설속에서 오늘도 오감으로 커피를 마신다.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동백꽃의 꽃말같은 사랑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꿈인걸 안 뒤로는 그거 다 진부한거라고 치부해버렸지만.

'동백꽃 필 무렵.' 오늘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게 만든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주변인들에게 추천만 하다가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이유는 울었기 때문이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던 내가 소리까지 내가며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사는게 형벌이라던 극 중 어머니는 너와 함께한 몇 년이 적금을 타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평생을 사랑했다한다. 이 드라마를 보며 꽤 자주 울컥 거렸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랑이 고팠던걸까 싶을정도로.

남녀와 부모 자식간의 사랑의 결은 다른듯해도 비슷한 구석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교차점이 우리를 살게 한다. 얼마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낸 적이 있다. 생경함에 얼굴이 붉어지다 온 몸이 물들어버렸다. 사랑이 아닌 내가 진부했구나 생각하며 한번 더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해 라고.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진정한 친구는 단순히 오래 알고 지낸 친한 사람이 아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 즉 동지여야 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단순히 오래된 정인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동지란 말이다. -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plus68
9
2
0
♥ 사람의 취향은 각기 다릅니다. 나를 멀리하거나, 관심 없어 하면 저 사람은 '나 같은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 타인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는 가까이 있을 때에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비로소 떨어져 있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 조금의 노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가식을 의심하지만, 길고 꾸준한 노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진정성을 인정합니다. - 생각을 뒤집으면 인생이 즐겁다
plus68
4
1
0
✦ฺ 하기 싫은 것을 해보자 그럼 내가 달라질 것이다 -이경미, <잘돼가? 무엇이든> ✦ฺ 고마운 것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난 너무 많은 걸 줬던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건 의외로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작자 미상-  ✦ฺ 사람들은 정말 올바른 사람이 되기보다는 올바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더 애쓰는 것이다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 어느 정도의 반대를 받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연이 바람을 받아야 높이 뜨는 것처럼 -작자 미상- 
plus68
5
5
0
박노해의 걷는 독서 12.17
poetphoto
5
1
0
✦ฺ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권위가 필요하다. ✦ฺ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의가 없다면 그 사회에는 부정과 부패, 탐관 오리, 그리고 사기와 협잡만이 더욱 만연할 것이다. ✦ฺ 세상에 양심과 정의를 선사하는 것이 세상을 위한 사랑이다.
plus68
8
3
0
♣ 사람들이 뽑은 인생의 50가지 단어 ♣ 가족 : 자세히 보면 한 사람 사랑 : 신이 만들고 사용법을 알려 주지 않은 나 : 이별할 수 없는 사람 엄마 :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 꿈 : 만병통치약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 약 행복 : '크게 나쁘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친구 : 전생엔 부부, 다음 생엔 나 사람 : 책을 쓰는 이유 믿음 : 믿다 보면 생기는 것 우리 : 외로움의 반대 열정 : 태양도 졌다고 말했다는 너 : 세상 모든 나의 존재 이유 도전 : 세상 모든 챔피언이 어제 한 일 지금 : 평생 저축만 하는 바보들이 놓치고 사는 것 희망 : 고생,고통,고민을 우습게 보는 것 돈 : 좋아할 수는 있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 그대 건강 : 호들갑 떨어 봤자 다 거기서 거기 자유 : 욕심을 던져 버리면 손에 남는 것 이름 : 짓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용하느냐 추억 : 기억의 재구성 감사 : 고래는 물론 새우도 춤추게 하는 것 밥 : 밥이라고 쓰고 힘이라고 읽는 한 글자 아버지 : 끝까지 아빠라 부르고 싶었던 사람 여유 : 지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는 유일한 방법 웃음 : 1초 만에 인생을 바꾸는 법 실패 : 아픔49%,기회51% 재미 : 인생철학이 되기에 충분한 두 글자 생각 : 문제 하나를 푸는 칠백 가지 방법 시작 : 완벽한 준비를 외치는 사람은 평생 할 수 없는 것 책 : 나무로 돌아가라고 하지 마세요 마음 : 열기도 힘들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든 문 여행 : 인생에 드라마를 입히는 일 변화 : 글자 하나 닮지 않은 어제,오늘,내일 다름 : 틀림없이 틀림과는 다른 말 배움 : 버려진 돌멩이에게도 고개를 숙이는 자세 만남 : '당신 더하기 나'라는 아주 어려운 수학 일 : 내가 살아있다는 아주 확실한 증거 다시 :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생의 도돌이표 오늘 : 쓰지 않아도 저절로 줄어드는 것 왜 : 생각의 시작,관찰의 시작,발견의 시작 보통 :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히 행복한 상태 휴식 : 휴식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 쉬는 것 매력 : 누구에게나 있는 것, 찾으면 있는 것 길 : 처음엔 그 이름이 숲이었고 산이었던 곳 술 : 가슴속에 내리는 비 그러나 : 다들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굳은살 : 땀과 눈물이 수없이 지나간 자리 스무살 : 간섭 끝, 인생 시작 자식 : 한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 그냥 : 이유 없음이라는 가장 큰 이유
plus68
7
13
2
This is..
jjerr
4
2
0
아파도..
hyunToT
8
5
0
Haluman
14
9
0
[오늘 토박이말]갈맷빛
baedalmaljigi
2
0
1
Haluman
13
7
0
Haluman
21
9
2
우리가 6월엔 여행을 가야하는 이유
visualdive
12
9
1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hyunToT
4
1
1
끝이 보이는 관계에 마음을 쏟는 이유
Mapache
30
16
3
1박 2일 과자 한봉지에 7만원, 제작진도 분노 ? 편집없이 방영
omazingnews
51
7
33
또 다시 끝나버린
veronica7
14
2
4
Haluman
23
7
1
첫째들만 안다는 세상 서러운 순간들
visualdive
41
16
5
저장하면 힘이 되는 인간관계 명언 9
visualdive
115
153
0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