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별은 태어나서 죽는다, 사람도 별에서...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다...



화자인 나는 여자인 듯하고 이름은 '이정희'다. 친구 서인주의 추모기사를 쓴 강석원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소설. 강석원은 대학 교수나 출강 강사인 듯하고 서인주는 자살을 한 모양인데, 추모기사에 실린 작품은 서인주의 외삼촌 것이라고...


p17  모든 별은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는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이 별로부터 왔다. 별들과 같은 생리와 운명을 배고 태어난 인간은 별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다가 죽는다. 다른 것은 생애의 길이뿐이다.

- 모든 것이 생애의 길이뿐... 가장 긴 생애를 사는 것은 별일 터. 


(p18 에서...)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서 초신성이 15세기에 폭발했다고 한다. 수일 동안 방출된 그 빛으로 밤에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는데...

그리고 적도 위의 사람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1초에 460m를, 공전으로 인해 1초에 30km를 이동하는 팽이가 된다는데... 또 태양은 1초에 250km로 은하를 돌고 있단다. 자동차가 시속 120km를 달릴 때, 1초에 200m를 가건만. 가만히 있는 적도 위의 그 사람은 자동차보다도 빨리 이동하는 초능력이 있는 것이다...ㅎㅎ


순간적으로 과연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시간이란 것이 태고에는 없었던 개념인데... 우리의 시간은 우주에서 단지 지구에만 속한 인간들의 약속일 뿐, 그 실체는 보증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전개했을 테지만... 이 글에 나오듯 태양의 1년은 우리의 2억 년이라고, 공전주기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태양계가 아닌 은하계의 공전을 1년으로 본다면 하루살이만큼도 못 사는 하찮은 개체이겠다.


(p48 에서...)  글 속에 나온 어머니의 모습과 상황이 '아기부처'에서의 어머니와 겹쳐진다. 작가의 어머니는 관절이 좋지 않아 걷기 힘드셨던 시기가 있었던 듯하다고, 작가의 집은 수유동 어디 쯤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 같고, 작가는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라욌다고 짐작된다. 작가가 쓴 소설 속 정조들이 엇비슷하여... 특히 초기 단편과 장편들에서 글쓰는 화자라든가 불교적 색채, 자취방이 있는 수유동에 대한 언급들이 중복된다.

...서사 위주의 소설적 문장들이 관념화된 문장들로 바뀌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이전의 장편 둘과는 다르게 알 수 없는 함축과 비유, 생략들이 글 속에 많아졌다. 알지 못할 단락들의 나열을 독자가 끼워 맞추며 읽어가야 한다. 이 소설의 서사를 읽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방심하면 금방 흩어지는 파편화된 단락들. 이것이 영화에서 몽타주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소설이 난해해서 집중하도록 만드는 장치...


(p171 에서...)  빛과 어둠. 빛과 어둠 중에 무엇이 먼저였을까? 1800년대 독일의 천문학자 올버스가 우주의 어둠에 대해 물었단다. 20세기에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는 것, 그리고 허블에 의해 밝혀진 우주는 팽창한다는 것. 그래서 어둡단다. 벨기에의 사제 르메이터는 최초의 폭발에 대해 가능성을 추측했다는데, 과연 최초의 폭발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까?... 우주에 관한 발췌된 소설 속 글들이 서사보다 매혹적이다. 흠..흠...


........

결국 강석원은 가질 수 없는 사랑으로 패배자가 된다. 한 남자로부터 도망치는 서인주, 아니 이미 짜여진 삶을 굴레인 어머니와 똑같은 업이라는 것을 거센 몸짓으로 홀로 감당하려는 서인주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친구 이정희의 간절하고 불안한 나날이 소용돌이 속에서 튀어 나오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에서, '파란 돌'은 희망일까? 그리고 생명일까? 어쩌면 세상의 저편일까? 작가의 단편 <파란 돌>을 다시 읽어야 할 당위가 생겼다.

왠지 작가의 모든 글들을 다시 정리하고 싶어졌다. 끊임없이 인간의 아픈 지점을 예리하게 벼리고 찌르고 뱉어내 결국 상처를 아물린다. 고름이 터지기 직전까지 아픔이 고스란히 묘사된다.

기억의 파편으로 이것저것 이리저리 이동하며 짜맞추지 않으면 서사는 희미해진다. 작가는 어쩌면 서사보다 인물의 관념들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관념 자체가 그 인물이라는 듯, 소설은 인물들의 군상이라는 듯...


작가의 모든 소설들이 아팠다. 끔찍했다. 한스럽고 안타까웠다. 그 누군가는 살아내고 있을 내용은 다르나 똑같은 크기의 아픔들로...


사진, 역사, 건축, 문학을 아우르는 여행자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