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시스템의 부조리에 맞선 한 가족의 사투(스포 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한강에 출현한 괴물과 벌이는 한 가족의 사투를 그렸으나 '괴물'의 의미는 다의적으로 해석되면서 진실 은폐와 부조리에 맞선 한 가족의 사투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개봉시기에 중부 지방에 기습적인 폭우로 범람한 한강의 모습을 괴물처럼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영화 속 '한강'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속 괴물은 무의식 중에 환경을 파괴하는 관객 자신일 수도 있고, 그 흔한 장총 몇 개와 화염병, 불화살 등으로 괴물을 물리치는 '괴물'같은 가족일 수도 있다.


특히, 수 많았던 괴물 주연의 영화 속에서도 이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던 것은 역동적인 스펙터클이 아니었다.


영화 초반부 포름 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해 숙주 괴물을 만든 미8군과 영화 후반부 미 정부가 괴물 출현에 따른 국가 위기에서 생화학전(노란색 가스)의 전권에 대항하는 '가족' 드라마란 점이 反할리우드 정서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칸 영화 관계자들에게 어필한 것은 아닐까.  




영화 예고편 등에 자세히 노출되지 않았던 괴물의 형체가 한강 고수부지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수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장면까지만 해도 특수효과를 의식할 수 없으리만큼 속도감 있는 이야기의 전개로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한강 매점 주인의 딸 현서(고아성 분)가 괴물에게 납치된 뒤 이 영화 이야기의 엉성함은 샛별 고아성의 재발견과 주연 배우들의 호연 속에 묻혀 버린 듯하다.


봉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 정서가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라는 인식과 달리 영화 곳곳에서 이야기 전개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주나 오히려 관객들의 호흡을 빼앗기 때문이다.


무참히 휩쓸고 간 수해 지역의 수재민을 떠올릴 만한 괴물의 한강둔치 습격으로 인한 희생자 분향소에 처음 나타난 삼촌(박해일 분), 고모(배두나 분) 등이 벌이는 오열 촌극은 그들 주변에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쓴 웃음마저 짓게 한다.  


과연, 미국이 개입된 경찰력, 군병력 등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매점 가족들과 괴물의 혈투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은 현서를 찾아나선 가족들의 괴물 퇴치 노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강 둔치에서 괴물의 습격을 받은 아버지 강두(송강호 분)는 조금 모자라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누구 못지 않다. 거기에 괴물에 납치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가운데, 현서가 고아 소년의 눈을 가린 채 괴물을 응시하는 장면은 고아성의 아우라를 목격하고 숭고한 휴머니즘마저 느끼게 하는 명장면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에서 한강 둔치 괴물의 습격 상황에서 딸을 잃어버린 강두를 힐책하는 삼촌의 "그러고도 네가 아버지야?"라는 물음에 '결자해지(結者解止)'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딸을 납치한 괴물에 대항할 무기로 강두에게 긴 작살을 쥐어준다.  


괴물로 인해 오염된 사람들을 격리시키려 하는 공권력 등 시스템에 저항해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격리 병동을 탈출한다.


이후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부랑자에 의해 살아남은 삼촌. 괴물과 정면 승부를 벌이다가 나가 떨어진 고모. 어느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고모는 괴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때마침 잠에서 깨어나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경찰, 군병력, 병원 등 어디에도 이들 가족 외에 괴물을 퇴치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이 괴물이 옮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 영화 속 주변 상황이 가족들의 사투와 따로 진행되는 설정이 언뜻 헐리우드 식 이야기의 엉성함을 드러내고 있다.


여자의 생식기를 닮은 기괴한 입 가운데 꽂힌 작살에 나가 떨어지는 괴물. 이후, 운동권 출신 백수 삼촌의 화염병 투척에 조금씩 충격을 받다가 양궁 선수 출신 고모의 기름 세례와 불화살 협공에 항복하고 마는 괴물.


괴수 영화의 끝이 그러하듯 이 영화도 그토록 역동적인 괴물이 무장 해제를 당해 버리는 것도 멋진 피날레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톱니바퀴 같이 물고 물리는 사건의 개연성이 잘 표현했던 봉준호 감독 역시도 영화 <괴물>에서 화려한 스펙터클 뒤로 반미 등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려 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가 내뱉는 "새끼를 잃은 부모 속이 문드러지는 냄새를 맡아본 적 있냐는 말이여?"라는 대사는 최근작 <기생충>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냄새라는 소재를 이어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 속에 뛰어드는 가족의 모험에 동질감을 부여한다.


영화 <괴물>은 개봉 당시 장마 끝무렵 중부 지방의 집중호우로 인한 '물의 공포'를 실감케했고 국민들에게 그 어떤 호러물보다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블록버스터로 공감을 샀다.

Social Film/Healing Qurator,Wikitree,Newstown Reporter,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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