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몽(前生夢)

전생몽


꿈에서 나는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셈만 빠른)그저 곱상하고 귀티나게 생긴 여자아이였고

내 소꿉친구는 살집은 좀 있지만 그것마저 내눈엔 측은하고 귀여운 춤과 노래를 타고난 퇴기(전직기생)의 넷째딸이었어.

(겨우 두시간 잔거야?억울억울)

우린 성벽옆으로 개천이 흐르는 성근처에서 움막같은 불법가건물을 이어서 옹기종기 살아가는 도성의 최하층민이었는데 나나 친구나 아버지의 존재가 안느껴졌어. 특히나 친구의 아버지는 어딘가 부역같은데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것 같았고 실내에 기둥이 너무 많은(그곳 판자집들이 다) 우리집 한쪽벽엔 아버지(라 느껴지는)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군관복장에 군모를 옆구리에 끼고 앉아서 찍은 사진이었어.황군?!(구한말?1930-40년대?)

흑백사진(인데도 황색느낌의 군관복)이었고

꿈속 나는 익숙한듯 그것이 벽에 걸린지도 모르는지 무심하게 휙 지나쳤어.

(소녀가 보는것,듣는것,겪는것들만 내가 간접경험할수 있어.이젠 꾸다꾸다 이런 패널티로 시작을 하는구나 속이 좀 탔어)

도성안 인텔리집안의 소년 (이제 겨우 많이 봐도 14-15쯤 된 검은교복차림)이 나(11살-12살쯤)를 찾아와 사진모델일을 시켜준다며 친삼촌이 돈을 많이 챙겨준다 했다며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급히 가까운 초대궐(백귀야행실사판의 권세가집같은,정원도 잘가꿔진 기와지붕도 웅장한)같은 집엘 들어갔다가 나오며 옷도 하얀스웨터에 진회색바지차림에 자전거를 끌고왔어. 판자촌 꼬맹이들이 난리났어. 자전거클락션(알람소리나는)을 당겨 울려보고 패달도 돌리고 난리북새통인데 어떻게 급히 친구네 셋째언니(권번에 저학급으로 출석하는듯한데 다리한쪽이 살짝불편해보이고 순하고 처연한 13~15쯤) 엄마의 경대를 들고나와 급하게 우릴 낮도깨비로 분장시켜줬어.이 언니,우리가 어리다고 너무 막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친구도?

친구는 어디 활성영화같은걸 찍는곳에 노래와 목소리녹음을 뜨기로 했대.박가분같은 허연분칠갑에 눈도 못뜨고 더듬거리며 거울찾아 헤매는데 흰스웨터오빠(구한말맞나봐,남자이름도 우리이름도 요상한 일본이름,잘못알아듣겠더라)가 후욱 하고 내 얼굴을 불어주는데 버섯포자처럼 날리는 분가루들이 판자집에 엉성한 벽틈사이로 들이운 햇살에 깨(플로아트에서반짝이효과)친것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데 내 맘이 다 설레더라.(둘이 풋사랑모드인듯한데 모르는것 같았어)

내가 지금생의 12살, 이렇게 눈부시게 해맑게 웃었던가(이번생보다 바탕은 더 이쁘고 몸집이 작더라,못먹고 자랐나봐) 싶게 정말 예쁘게도 서로 눈맞추고 마주보며 웃더라.반달눈이야,둘다!이햐~

살인미소가 무려 세트네.무슨 민폐야;

그렇게 난 카메라앞에서 이런저런 옷(스튜디오뒤 탈의실,겁나 춥더만 어린것이 고분고분 착하게도 수십벌을 갈아입고,갑질을 모르네.착한건지 어린건지 분리되면 한수 가르쳐주고싶대.현생의 ㅊㅇ가 전생의 레히꼬에게...창시개명?한국사머리아포!)을 입고 소년잡지 표지모델같았어.펑펑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가며 스웨터오빠랑도 찍고 나보다 더 백짓장같은 소년모델이랑도 찍고(패전후 느낌?소품중에 벤또주머니같은걸 남자애가 어깨에 걸치고도 찍고 나도 갈래머리도 했다가 장면이 휙휙 지나가서 몇장면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게 스튜디오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친구는 녹음을 마치고 돌아와 친구가 일한 곳에서 얻어온 꽃떡과 과자같은걸 동네친구,동생들이랑 나눠 먹고있는데 우리엄마(어라,진짜 엄마 닮안...근데 드쎄)가 와서는 내친구의 웃도리를 확 벗기더니 그 주머니에서 지전들(지폐랑 극장표같이생긴 종이들) 을 가로채고는 웃외투를 확던져버리곤 중얼거리며 가더라.

"기생핏줄 아니랄까봐..."

('엄마!부모디스는 반칙이지!'우리엄마,전생에도 좀 못땠었구나!)

성벽을 끼고 인가쪽으로 내려가는 엄마의 뒤통수에다

"엄마,이모(친구엄마)한테 반 줘야돼!"

훽 돌아보며 "시끄럿!(내가) 그동안 못받은돈이 얼만데,내 이년(친구엄마)을 오늘 기름이라도 비틀어짜 받아내고 말지.어디 어린것들 내돌리며 돈은 돈대로 챙기고(우린 처음해본 일인데,그동안 이런일로 자식팔아 뒷구멍으로 챙기고 있었다고 생각한듯,우리는 처음 간거지만 합리적인 의심이긴 해)불쌍한척 행세하고 있었어,불쌍년!"

"아니,그래도 미오꼬몫이 거기 반있으니까 엄마가 챙겨줘야돼,알았지?"

(우리엄마 전생 걸크러쉬보소,우와!욕이 너무너무 찰져,이 판자촌에서 서열이 되시나보네,지리고!)

엄마가 친구에게 내던지고 간 웃외투를 줏어 걸쳐주며

"좁쌀살돈은 줄꺼야,ㅎㅎ 걱정마!"

(시대적 가난인지,업인지... 그래서 우리엄마가 기승전돈돈돈이셨구나.)

빨래터와 개울건너에 판자촌쪽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옆 성벽에 앉아 해지며 제법 쌀쌀한 날씨에 친구랑 어깨동무를 하곤 마주보며 웃다 성밖을 내다보는데 내 눈은 자꾸만 친구의 외투로 곁눈질이 가.

'이 촉감,이 재단,이 소재...너무 낯설어.'

이 느낌,아주 어렸을때 내가 어느집에 장식된 유리관안 기모노인형을 만져봤을때의 그 느낌과 흡사한데,얜(친구) 허리에 뭘 이리 둘렀네.그러고보니 좀전에 엄마도 게다를 신었네.우리 엄마는 비녀머리도 아니네.친구언니도 옷차림,언행이... 가재도구들도 많이 낯설어,집구조들도 그냥 판자촌느낌이 아니라 마루형에..여긴 어디야? 왜 움막같은 집안에 화로같은게 중앙에 있었지? 일애니에서 보던 ...설마...?!

놀라 깨버렸어.

생각도 못했어.개화기쯤으로 생각했는데,훌쩍!

놀라깨지말고 현생인연들과 겹치는 얼굴들도 조사해볼껄...아꿉! 엄마는 전생에도 우리 엄마야?

전생패널티 참!

전생엄마도 세상든든했겠어.

보고싶은 엄마♡

아무리 오랜시간이 스쳐지나도 난 여전히 해맑을테고 난 언제까지나 믿고싶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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