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 #더] 2020 코리아, 코로나 공포에 유례없는 ‘겨울-봄’ 맞이

‘경제 활동의 주체’.


학창시절 배운 기억들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 ‘가계-기업-정부’를 통칭하는 이 말을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3주체, 즉 경제라는 무대 위 등장인물 모두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탓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월 20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위협은 실재가 됐고 경제 활동의 각 주체들은 공포를 느끼는 중.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도심은 한산해졌고 각종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됐다. 공장은 기계를 멈췄으며 가게들은 셔터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울이 제대로 된 추위도 없이 시답잖게 끝나나 싶었는데, 웬걸 돈의 흐름은 봄이 다 돼서야 강추위를 만나버렸다. 말 그대로 프로즌(frozen), 경제 주체가 다 얼어붙었다.

우선 일반 가정을 의미하는 ‘가계’다. 한국은행이 2월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급락했다.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 심리가 과거(2003년~전년 12월)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낙폭은 2008년 조사 이래 세 번째로 큰 것으로, 2015년 6월 중동 호흡기증후근(메르스) 발생 때와 같은 수치다. 비관 심리가 그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의미.


아울러 현재경기판단 지수와 향후경기전망 지수의 하향세가 두드러졌는데, 각각 전월 대비 12포인트와 11포인트가 하락한 66과 76으로 집계됐다. 즉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물론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이 모두 비관적이라는 뜻. 돈을 쓸 데도, 쓸 마음도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암울함이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걸로 보는 셈인데, 문제는 이번 조사가 2월 10일부터 17일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 확진자수가 급증하기 이전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수치는 훨씬 더 악화됐을 게 자명하다.

불황의 그림자를 최전선에서 맞이하는 이들, ‘자영업자’는 또 어떨까. 이들의 체감 경기는 더 어둡다. 자영업자의 2월 가계수입전망은 87, 한 달 전보다 8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목을 잡은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치. 메르스 사태 때의 94만 못 하다.


사실 자영업 쪽은 굳이 숫자를 들추지 않아도 그 불황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기는 하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종의 경우, 손님이 전무한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배달에 치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도 매출이 ‘0’인 곳이 적지 않다.


가게를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2월 26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즉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에 관한 수치를 발표했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 반대는 악화 예상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의 2월 업황BSI는 65. 전월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다음 달 업황전망BSI 또한 69로 8포인트가 줄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1월의 기대감이 바로 붕괴된 셈. 대기업(-11포인트)과 중소기업(-11포인트), 수출기업(-13포인트) 및 내수기업(-10포인트)을 가리지 않고 기업 심리 전반이 무너졌다.


비제조업이 느끼는 공포도 못지않다. 비제조업의 2월 업황BSI는 64로 9포인트 하락했고, 다음 달 업황전망BSI(68)도 전월 대비 6포인트가 떨어졌다. 역시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 6월의 -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 부진과 국내외 여객 감소 등으로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지수가 큰 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물론 ‘심리’에서 그치는 건 아니다. 중국공장에서 부품 수급을 못 받아 문을 닫은 자동차공장과 하청 업체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문을 걸어 잠근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사업장들. 위기는 실체다.

이처럼 경제 활동 주체의 양 축인 가계와 기업이 휘청거리는 시기, 나머지 한 주체인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정부 또한 아프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전에 없이 뜨겁다. 국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코로나19만 보고 움직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 청도는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모든 필요 자원을 지원받는다. 메르스(11조 6,000억 원)에 버금가는 슈퍼 추경 편성도 확실시된다.


다만 성급한 낙관론을 펼친 뒤 곧바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 “대구·경북 봉쇄”, “중국서 온 한국인이 원인” 따위의 없던 정도 떼도록 만들 법한 보건당국 및 여권의 말들, 마스크 가격 폭등과 수량 부족 현상이 제때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 다른 나라로부터 ‘바이러스 대우’를 받은 국민들의 상처 등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부지런하고 투명한 방역 체계,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현장 밀착형 공무원과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인정받아 마땅할 터. ‘신천지’라는 비상식적 집단의 게릴라성 행보가 정부의 어깨를 부지불식간에 짓눌러버린 점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경제 활동의 3주체 모두가 곤란한 상황. 일단은 회복이 급선무다. 식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은 늘 어려울 때 강했다.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대구 의사회장의 호소 하루 만에 250명의 의료인이 대구로 자원봉사를 나선 것,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분간 임대료를 내리겠다는 건물주들, 뒤질세라 마스크 지원을 주고받은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등.


위기가 없는 게 최선이겠지만, 일단 터져버렸고, 해결해야 하며, 그럴 역량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제 시작이다.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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