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무당 껍데기

아니 내가 매뉴얼 괴담만 가져오려고.. 이번주는 그랬는데..

이게 재밌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그래서 걍 가져왔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냥 읽으쇼.



태그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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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거의 30년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요즘 날씨도 스산하고, 가끔 생각나기도 하니 심심풀이삼아 적어볼게.


내가 5살인가 6살때 일일거야.


지금은 부모님이랑 형제 자매들 전부 도시로 이사왔지만


어릴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본가에서 지냈어.


우리 아버지는 6남매신데 그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나, 내 남동생, 셋째 삼촌, 막내고모가 같이 살았어.


왁자지껄한 대가족이었는데 그 때는 그런 집이 꽤 흔했지.


아무튼 둘째삼촌이랑 넷째, 다섯째 삼촌은 각자 울산이랑 대전으로 일자리를 구해서 독립해 나갔고


우리도 원래 내가 5살때까지는 아버지 직장이 서울에 있어서 서울에서 지냈지만


어머니가 일을 너무 열심히 하시다 몸이 안좋아지셔서


요양 겸 잠깐 일을 접고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간거라고 들었어.


(댓글에서 몸 아픈 아내를 시집살이 시켰다는 말이 있길래 덧붙일게.


어머니 말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당신들 친자식인 아버지보다도 어머니를 더 곱게 여기셔서


그 시절에 정말로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편하게 지냈대.


삼촌이랑 고모도 어머니를 무척 위해주셨고


특히 유일한 딸이었던 우리 막내고모가 어머니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하셔서


할아버지 댁에서 살았던 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이라고 자주 말씀하셔. 그 부분은 걱정안해도돼 ㅎㅎ)


나는 서울에서 살다가 갑자기 깡시골로 이사가니 처음에는 적응을 못했는지


자주 울고 칭얼거리고 그러다가 몸살이 났던건지 아프기까지 했던 기억이 나.


그래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니까 동네에 또래친구도 세네명쯤 생겼고


공기 좋고 곤충 많은 곳에서 지내다보니 점점 익숙해져갔지.


당시 우리동네는 그리 큰 마을은 아니었는데


그 나무 이름이 뭐지? 무당들이 굿 하고 나뭇가지에 오색 천 매달아놓는거 있잖아


그게 마을 끝자락에 하나 있었어.


아버지랑 어머니 손잡고 산책하다가 나뭇가지에 알록달록한 천이 매달려 있으니까


5살짜리 어린애 눈에 얼마나 예쁘고 재밌어보였겠어?


내가 아버지한테 그 나무를 보고 "노랑이 뽑아조, 노랑이 갖고싶어!" 이런식으로 떼를 썼는데


아버지가 저건 주인이 있는 물건이니 건드리면 절대 안된다고 하셨어.


 "그럼 파랑이 뽑아줘어 파랑이이"


 "00아, 파랑이도 주인 있어."


 "아 왜애! 주인 누군데? 가서 나 하나만 달라고 할까?"


 "주인 여기 없어. 저 멀리 갔어. 파랑이 대신 아부지가 집에 가서 딱지 접어줄게."


 "으으응 파랑이... 파랑이이!"


 "이놈, 아부지가 안된다고 했지?"


계속 떼쓰는 어린 아들을 달래시다가 아버지가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엄하게 이놈, 하셨지


그게 왜그렇게 무서웠는지 결국 잉잉 울면서 어머니 품에 안겨서 집으로 되돌아갔어.


근데 안겨있으면 안고 가는 사람은 앞을 보지만 안긴 사람은 뒤쪽을 보게 되잖아?


어머니 어깨에 매달려서 손가락 입에 물고 뒤에 있는 그 나무, 정확하게는 나뭇가지에 묶인 파랑이랑 노랑이를


탐욕스럽게(ㅋㅋㅋ)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천이랑 나뭇가지 사이로 얼핏 누군가 보인것 같은거야


어? 누구지? 싶어서 눈을 찌푸리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천들 사이로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어.


얼굴이 정말 하얗고 피부가 달걀처럼 매끄럽고, 눈매 주변이 꼭 매직으로 칠해놓은것처럼 새까맸어.


요즘은 뭐 스모키 화장이다 뭐다 하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라


약간 2D같다고 해야하나...


머리는 sk y캐 슬에 김주영처럼 올백으로 정말 쎄게 꽉 당겨 묶었고


입술도 피부만큼이나 하얬어. 그리고 이상하게 컸지.


귀까지 입꼬리가 올라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입 치고는 너무 컸어.


근데 꽤 먼 거리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잘 보였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 때 오색 천 사이로 그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쭉 찢어진 커다란 눈매와 멎은것처럼 미동도없는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나도 같이 거의 10초 넘게 눈을 마주치고 있었던거같아.


 "00아, 아부지가 내일 서울 가서 00이 줄 과자 많이많이 사오신대. 뚝 해야지?"


그리고 그 때 날 안고있던 어머니가 등을 토닥이면서 말씀하셨어.


그제서야 약간 멍하던 정신이 돌아온 나는 어머니 얼굴을 한번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나무를 바라보는데


그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이 보이지 않아야하는 위치였어.


나무기둥 뒷쪽에 서있어서 몸통이 가려지고 얼굴만 보인게 아니라


그냥 허공으로 뻗어나온 나뭇가지랑 오색천 중간에 덩그러니 얼굴만 보였거든.


꼭 잘린 머리가 둥둥 떠있는것처럼..


근데 5살짜리가 뭐 그런걸 알 턱이 있나?


과자 사주시겠다는 어머니 말에 약간 기분이 풀려서 그대로 집으로 갔어.


다음날 아버지는 볼일때문에 서울로 가셨고


나는 친구들이랑 동네를 쏘다니면서 땅따먹기같은걸 하고 놀았지.


그래봤자 90년대인데 뭔 땅따먹기냐고 한다면.. 그 마을이 꽤 깡촌이었어


오락실도 없었고 그나마 있는 학교도 거리가 멀어서


내 또래 꼬맹이들 서넛은 그냥 마을 안에서 술래잡기하고, 닭싸움하고, 잠자리잡는게 유일한 놀이였어.


그런데 그날 7살이던 친구가 그러는거야.


마을 끝에 우리들 기지로 삼을만한 곳을 발견했다고.


시시한거 천지인 좁은 마을에서 새 아지터라는 말을 들은 5살이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어머니한테 말 할 생각은 당연히 못했고, 그대로 꼬맹이들은 7살짜리가 발견했다는 곳으로 향했어.





형을 따라갔더니 뭐가 나온줄 알아?


전날 아버지한테 노랑이 파랑이 타령을 했던 그 나무가 나온거야.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어! 하고 나무로 달려갔지


가까이 가니까 천들이 정말 손에 닿을것같고, 갖고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


그런데 보통 그런 신성한 나무는 나무 자체도 크고 천도 높은 가지에 매달려있잖아?


도대체 어떻게 했던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손을 뻗었더니 파란색 천이 잡혔어.


그대로 당기니까 매듭이라곤 없이 얹어져 있던것마냥 스르르 풀렸고.


"우와 형아! 이거봐!"


"야, 빨리 따라와!"


정말 알록달록하고 예쁜 천이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요만큼도 관심없이 먼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난 아직도 그 촉감이 기억나. 내가 직업상 원단을 만질 일이 많은데


일 시작하고 나서 만진 어떤 원단도 그 천보다 부드러운게 없었어.


그 쨍한 파란 빛은 또 어찌나 고급스럽고 예쁘던지..


난 그걸 가졌다는게 너무 기분좋은 동시에


어제 이놈! 했던 아빠 목소리와 나뭇가지 사이에서 봤던 기묘한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어.


그제서야 조금 겁이 난 나는 그걸 둥글게 뭉쳐서 주머니 깊숙히 쑤셔넣고 얼른 친구들을 따라갔어.





나무가 마을을 나가는 경계선쯤에 위치했었는데


거기서부터 한 10분정도 더 걸었을까


형아를 따라서 걸어간 곳은 풀도 길도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그야말로 버려진 공간이었는데


그 중간에 자그마한 창고같은게 있었어.


그 때 내 눈에는 창고로 보였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사당이었어.


2평보다 조금 모자란 크기였던것같아.


7살 형아가 어때? 멋지지? 하고 보여주는데


다른 친구들은 음침한 분위기에 무서워서 주춤거리는 와중에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그 사당을 쳐다보더니 스르르 가서 문을 열더래. (이부분은 내 기억에 없음)


사당 안에는 정말 정갈하게 잘 갖추어진 제사단이 차려져있었는데


무당들이 쓰는 황금색 방울 있잖아?


그게 불상 앞에 놓여져 있었어.


딸랑거리고 반짝이고 동그란걸 거부할 수 있는 5살짜리는 많지 않지 훗-.-


그 방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변이 환하게 빛나고,


방울색깔이 너무 고와서 나도 모르게 그걸 만지는데


몸에 따뜻한 기운이 돌면서 정신이 몽롱해졌어.


이 때부터는 또 기억이 약간 흐릿한데 떠오르는것만 적어보자면


그냥 그렇게 한참을 방울만 만지고 있었어. 홀린것처럼.


아무튼 맹세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어. 열번정도 쓰다듬었으려나


어? 이제 뭔가 이걸 흔들어야할것같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방울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날 휙 잡아챘어.


"00아! 00아!!! 아이고, 아이고 이걸 우야노, 00아 정신좀 차리봐라!!!"


우리 할머니였지. 울면서 내 뺨을 때리고 이름을 고래고래 소리치고 계셨어.


그러다 할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냅다 밖으로 달려나가시는데


그 사당 안에 들어갈때는 분명 한낮이었는데도


할머니한테 안겨서 본 하늘은 별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어.


또 이부분은 기억이 없는데 할머니 말로는 그 때 내가 할머니 머리카락이며 옷이며 피부며


얼굴까지 손으로 막 꼬집고 쥐어뜯으면서


내려놓으라고 발악을 했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로.


심지어 할머니는 평소에도 날 자주 업어주셨는데


그 때 나는 내 몸무게가 아니었대. 꼭 성인을 들쳐안은것 같아서


안아들자마자 팔이 빠질것같고 허리가 나갈거같았지만


여기서 날 내려놓거나 하면 내가 어떻게든 도망쳐버리고


그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죽기살기로 날 집에 데려가셨대.


(그리고 진짜 허리 나가셔서 거의 한달을 누워계셨다는 후일담..ㅠㅠ)





놀러나갔던 애가 한밤이 되도록 안들어오니 우리집은 난리가 나있었지.


동네 곳곳을 뒤지면서 날 찾아다니던 할아버지, 어머니, 삼촌, 막내고모가


날 안고 달려오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다가오셨어.


어머니는 정말 비명을 지르면서 00아!!!!!!! 하고 달려오셨는데


나는 그때 정말 뜬금없이 토를 우어어어억 하면서 할머니 옷에 해버리고


그대로 까무룩 잠들어버렸어.





이 이후로는 정말로 기억이 단편적이야.


얼핏얼핏 떠오르는 장면은 전부 굿하는 모습인데


이만한 칼 들고 춤추는 무당도 있었고 작두타는 무당도 있었고..


나중에 어머니한테 여쭤보니 그때 아버지가 일 정리하고 가게 파셨던 돈의 거의 대부분을


굿하는데 쓰셨다고 해.


무당을 한두명 데려온게 아니었는데


그정도로 무당들이 죽을 쑤면 이게 그쪽 문제가 아닌가보다 하고 정신병원에라도 데려가시지 그랬냐 했더니


멀쩡하던 애가 불탄 사당 안에 들어가서 깔깔 웃으면서 뛰어다니고 방울을 흔들어대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겠냐고 하시는걸 듣고.. 나도 좀 소름이....




(여기서부터는 어머니랑 할머니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는 내용이야)


할머니가 날 안고 사당에서 도망쳐나왔던 그 날


할아버지는 차로 20분정도 걸리는 근처 마을에 용하다는 무당한테 오토바이 타고 찾아가서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그 분을 데리고 오셨대


마당에 자리를 깔고 그 중간에 날 앉힌 뒤에


무당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칼을 막 공중에 휘두르더니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하면서 칼로 내 몸을 막 그었대


(당연히 실제로 그은게 아니라 그냥 스르륵 닿았던거야)


거의 몇시간을 내 눈을 파낼듯이 쳐다보고, 다시 칼을 휘두르고 반복하더니


무당이 어머니랑 할머니한테 내 옷을 전부 벗기라고 했대


근데 내가 무슨 불에 덴것처럼 비명을 질렀다는거야


어머니가 옷을 벗기려고 몸에 손을 데자마자 내가 무당같은 방언을 터뜨리면서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 팔뚝을 물어뜯어버리더래


5살짜리가 물어뜯어봐야 얼마나 뜯겠냐 싶지?


어머니 아직도 그때 나한테 물어뜯긴 흉터 남아있어..


결국 안돼서 무당이랑 고모까지 같이 합세해서 내 옷을 다 벗겼대


옷을 벗기자마자 나는 죽은것처럼 바닥에 쓰러졌는데


눈은 계속 무당을 노려보고 있었다는거야


무당은 벗긴 내 옷들을 바닥에 내던지고 허공에 또 칼질을 하더니


막 칼춤을 추다가 갑자기 옷을 뒤지기 시작하더래


그리고 옷에서 나온건... 나무에서 풀었던 파란색 천.


근데 분명 내가 그걸 나무에서 풀때만해도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천이었는데


무당이 꺼낸 천은 다 삭아서 바스라지기 직전이고


군데군데 때도 많이 묻어서 걸레보다 못한 지경이었대.


"이 년이 장난질을 쳤구나. 그래도 수호신이 지켜줬어. 이 놈이 노란색을 풀었다면 얜 이미 오장육부가 다 타 죽었어."


무당이 저렇게 말하는걸 듣고 할머니랑 할아버지, 어머니, 고모는 전부 바닥에 주저앉아서 두손을 모으고 빌었대.


제발 우리 00이 좀 살려달라고, 원하시는건 뭐든 하겠다고 울면서 비니까


무당이 그 천을 무슨 물에 담갔다가 도자기 함? 안에 넣더니


그걸 내 앞에 놓고 또 칼춤을 추더래.


나한테 무슨 넓다란 천을 둘둘 말았다가 다시 풀어서 그 천을 잘라내기도 하고


의식이 굉장히 길어서 다 끝나니까 해가 떠있었나봐.





그 무당은 당장 급한건 해결됐다고, 지금 당장 얘 애비를 불러서


적어도 1년동안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24시간 내내 붙어있으라고 했대.


자기가 써주는 부적을 꼭 내 몸에 지니게 하고.


그러고는 내가 풀어낸 파란색 천을 담은 도자기 함 있지?


그걸 가지고 나무랑 사당으로 다시 가서 또 거기서도 굿을 한판씩 하곤


이제 자기는 깊은 산에 들어가서 치성을 아주 오랫동안 들여야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다른 무당을 불러 마무리를 부탁하라고 했대.


지금은 괜찮아보여도 저대로 두면 저 애(나)는 그 년처럼 껍데기가 돼버릴거라면서.


그래서 정말로 이후로 1년동안은 몇달 주기로 계속 굿을 했던것같아.


아버지도 1년내내 내 곁에 붙어계셨고.





얘기를 들으면서 어머니한테 여쭤봤지.


그 '껍데기'라는건 무슨 소리냐고.


그랬더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내가 갔던 그 사당은 원래 어떤 젊은 무당이 지내던 곳이었는데


신력이 워낙 좋아서 그 동네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유명한 무당이었대.


그런데 그 무당이 욕심이 났던건지 원래 모시던 신 말고


다른 큰 신을 더 받아들이고 싶었나봐.


욕심을 부려서 억지로 신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더니


결국 좁디 좁은 그 무당의 그릇이 버텨내지 못한거지.


풍선에 바람을 너무 많이 넣으면 빵 터져버리는 것처럼


수많은 신들을 담았던 그릇이 깨지고, 몸에서 신들이 빠져나가면서 그 무당의 혼도 빨려나가


찢어져버린 자기 몸 속으로 다신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는거야.


그래서 갈 곳 잃은 신들과 악에 찬 영혼을 달래려고


무당이 와서 사당을 봉인하고, 내가 천을 벗겼던 그 나무 앞에서도 굿을 했다는데


내 예상으로는 그때 어머니 품에 안긴채로 봤던 나뭇가지 사이의 기묘한 얼굴이


그 죽은 무당의 길잃은 영혼이 아니었을까... 싶어.


내 굿을 해줬던 무당 말로는


마을을 떠돌던 그 죽은 무당의 영혼이 계속 자기의 새 그릇, 혹은 껍데기를 찾아다니다가


나를 표적으로 삼고 작정하고 홀린거래.


뭔가 그 무당귀신이 보기에 나랑 자기가 파장이 맞다고 생각했나? 싶다.


맨처음 나한테 굿을 해줬던 그 용한 무당이


다른 무당들을 더 불러서 뒷처리를 하라고 했던건


내 몸속으로 잠깐이지만 그 무당과 몇몇 신들이 들어갔었는데


그때문에 억지로 늘어나고 균열이 생긴 내 그릇 안으로


온갖 잡귀들이 들어와 난장판을 벌일 수 있다고,


내 사주는 무당팔자가 아닌데 운명에 없는 신내림을 받고 불행하게 살 수 있으니


꼭 벌어진 틈을 다시 붙이고 내 영혼을 치료하라고 그랬던거래.


그 용한 무당분은 분노한 신 여럿+미쳐버린 죽은 무당 귀신까지 한꺼번에 달래야하니


그거까지 같이 할 여력이 없어서 바로 산으로 올라가신거고.





결론적으로 나는 그 때 이후로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랐고


지금도 귀신을 보거나 기가 약한것같다거나 하는거 없이 평범하게 사는 중이야.


고작 5살의 나이에 그 무당의 껍데기가 될 뻔 했던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워낙 어릴때의 일인데다 기억도 드문드문해서 그런지 트라우마도 없어.


너네도 나무에 뭐가 매달려있으면 괜히 탐내지 말고 그냥 지나가. 괜히 고생한다 ㅋㅋㅋ





추가)


그 일이 있고 1년간의 굿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랑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바로 다시 서울로 올라오셨어.


아무리 굿이 끝났대도 계속 그 마을에서 사는건 불안하다시면서.


그리고 몇년동안은 명절에도 삼촌이나 고모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우리 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는 식으로 살았는데


고등학생때 수능이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그 시골에 다시 가봤어.


할아버지한테 그때 그 사당이랑 나무 아직도 있어요? 라고 여쭤보니까


그 위로 도로 깔리고 아스팔트 발라서 이젠 그냥 버스 지나다니는 도로로 변했대.


괜히 찝찝해서 "할아버지,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구씹공포썰을 풀었는데 인간적으로 괴담갤 열려야하는거 아닐까요?" 했더니


"그럼그럼 그래야지 붕붕아 괴담갤 셔터올려라" 라고 하시더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그럼 안녕~!

북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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