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망원동> 김민섭

<아무튼, 망원동> / 김민섭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아무튼, 망원동>을 처음 접한 건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였다. 게스트로 나온 김민섭 작가와 뮤지션 요조, 그리고 장강명 작가의 대화를 실험을 하며 마치 노동요처럼 꽤나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나에게는 읽고 싶은 문학작품들이 쌓여있었고 그래서 굳이 <아무튼, 망원동>을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서였을까, YES 24 북클럽(전자책을 정액제로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다.)에서 읽을 책이 없나 찾아보던 중 아무튼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마침 그 안에 <아무튼, 망원동>이 있었고 미리 다운로드하여 놓은 전자책을 해외 학회 출장을 가는 국제선 비행기 안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뮤지션 요조가 쓴 <아무튼, 떡볶이>도 읽고 싶었으나 아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아쉽게도 읽지 못했다. 업데이트가 너무 늦어지면 그냥 종이책을 사버릴 생각이다.)


나는 어렸을 적 은평구 수색동과 불광동에 살았었고 <아무튼, 망원동> 속에 나오는 망원, 합정, 상암 등의 장소는 6호선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서 그 장소들은 김민섭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내 어린 시절 속에도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책을 마치 내 어린 시절 친구가 쓴 이야기처럼 읽었다. 읽는 동안 매우 즐거웠고, 어렸던 나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내 속에서는 여전히 어린 친구들이 생각났다. 무얼 하는지 알 길 없는 그 친구들은 훌쩍 커 버린 나와는 다르게 아직도 어린 모습으로 내게 남아 있고 책을 덮을 때, 그들을 현실에서 만나고픈 마음과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난다면 내 안의 어린 친구들은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꽤 안타까운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김민섭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어린 시절을 보낸 망원동이라는 지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아니, 사랑이라기보다는 그냥 그곳이 내가 원래 있어야 하는, 떨어져 있어도 속해 있는 곳인 듯한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가 어떤 것을 애정하고 그 애정이 자신도 모르게 뿜어져 나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그 애정은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든다. 저 사람은 저렇게나 망원동을,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느낌. 그 애정이 고스란히 글에서 전해져 온다. 그래서 웃으며 이 책을 읽었으나, 과연 나는 어떤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을, 내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다녔던 학교와 등하교 때 탔던 7730번 버스와 500원짜리 컵떡볶이가 맛있던 집 앞 분식집과 철권 게임기가 있던 학교 앞 문방구를 애정 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듯했고 나는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동시에 김민섭 작가가 부러웠다. 어린 시절을 저렇게 애정 어린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그가.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난지도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공연하게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난지도에서 온 아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에 대한 내용은 내 학창 시절과도 겹쳤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책에 나오는 난지도 정도는 아니더라도 흔히 말하는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일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연립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아이들 사이에 은밀한 선 같은 것이 있었다. 눈에 선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시야에 흐릿하게 늘 보이는 어떤 아지랑이처럼 대화 중간에,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의 가격에, 겨울이면 걸치고 다니는 외투의 내장재 종류에 그 선은 은밀하고 미묘하게 그어져 있었고 가끔 그 선이 선명해지는 순간이면 꼭 어떤 사건이 나곤 했다. 사소하게는 절교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왕따나, 폭력 사태까지. 쓰레기산이 있는 난지도에 사는 아이들에게 선명히 그어져 있던 선이 내 학창 시절을 지나 현재로 오면서 조금씩 희미해졌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아직도 그 선의 소멸이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6호선 지하철의 무한루프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김민섭 작가는 망원동에 살았으니 아마 응암 순환선의 무서움을 느낄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쉽다기보다는 부럽다고 해야 할까?) 불광동에 살던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분명 증산역에서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뜨니 다시 증산역에 도착했을 때의 그 무서움을 말이다. 나는 늘 월드컵 경기장 역쯤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불광역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처럼 아무튼, 응암 순환선의 무서움을 자주 겪을 일이 없던 김민섭 작가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미 10~20년 전의 경험이 되어버린 응암 순환선의 타임워프와 내 어린 시절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아무튼, 망원동>과 김민섭 작가에게 감사한다. 어린 나를 마주할 용기가 조금 더 생긴 듯하다.


책 속 한 문장


굳이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이 동의 경계를 넘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입은 옷이, 싸오는 반찬이, 그들을 대하는 일부 교사의 태도가 조금씩 달랐다. 난지도에 가면 안 된다는 훈화를 들으며 그들이 느꼈을 자괴감을, 나는 잘 상상할 수 없다. 난지도는 '산'이면서 하나의 '섬'이었다. 격리하고 배제해야 할 도시의 무인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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