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토리] 최고의 선수, 최악의 배신자

어느 저녁. 한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댄.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누구니?

-음... 저는 제레미요!

-오. 제레미! 녀석. 축구를 볼 줄 아는구나. 이 할애비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란다.

- 할아버지. 우리 가족은 모두 그를 사랑해요. 우리 팀의 주장이잖아요!


화목한 식사 시간을 마친 후, 그들은 거실에 둘러앉았다.


- 저는 이 팀에서 자랐고, 이 팀의 주장입니다. 절대로 제가 다른 곳으로 갈 일은 없습니다.

-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제계약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까?

- 아닙니다. 구단과 저는 순조롭게 협상을 진행중이며, 만약 협상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 팀으로 이적할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가족은 티비를 통해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건장한 선수를 바라보았다. 다부진 눈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깊은 신뢰를 안겨주었다.


- 역시. 이래야 우리 팀 주장이지!

- 할아버지. 근데 왜 제계약이 늦는 거에요?

- 아마 더 좋은 계약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걸 게야. 저 선수는 그럴 가치가 있어.

- 힘내! 제레미! 우린 당신 편이야!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티비에서는 제레미의 이적 소식을 연일 보도했고, 그는 새 팀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팬들이 그토록 미워하고, 그가 절대 갈 일이 없다고 했던 라이벌 팀의 붉은 색 유니폼이었다.


온 가족은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 흑...으흑... 제레미... 안 간다고 했잖아요...

댄은 품에 제레미의 유니폼은 안은 채 하염없이 훌쩍였다.


- 댄. 그딴 쓰레기 같은 선수는 잊어. 우리 팀엔 다른 선수들도 많잖니.

- 흑...할아버지...


거실 벽에 걸려있던 제레미의 포스터, 유니폼, 사진 등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제레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댄의 집 뿐만이 아닌, 그 동네에서는 밤새도록 불길이 치솟았고, 밤새 험악한 욕설이 울려퍼졌다.


-Fxxk you Campbell!!

토트넘 유소년팀에서 자라 9년간 토트넘의 중심으로 활약한 남자.

토트넘의 주장이자 팀의 근본이었던 남자.


그리고


돈 한푼 주지 않고 자유계약으로 라이벌 아스날로 떠난 남자.

아스날에서 무패우승을 달성하여 아스날의 전설로 남은 남자.

희대의 배신자, 북런던 더비가 과열된 원인.


오늘의 주인공.

설제어 제레미아 캠벨(Sulzeer Jeremiah Campbell).


솔 캠벨(Sol Campbell).

"우리는 솔 캠벨을 얻었다. 레인에서 솔 캠벨을 뺐어왔다. 솔 캠벨은 더블을 했다. 레인에 있는 녀석들 중 더블을 해 본 녀석이 있냐? 솔 캠벨은 했다. 이봐 토트넘 친구들, 궁금한게 있는데 너희 주장은 어디에 있지?"


이 노래는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날 팬들이 토트넘 팬들을 도발하는 의미로 부르던 응원가야. '레인'은 토트넘의 홈 경기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의 줄임말이고, '더블' 이라는 건 리그 우승과 컵대회 우승을 동시에 했다는 걸 의미해.

솔 캠벨이 있을 때 토트넘은 컵에서 우승 한 번을 제외하고 리그에서는 을 한 적이 없었고, 솔 캠벨이 팀을 떠난 이후에도 2008년에 리그 컵 우승 트로피 하나만을 들었을 뿐이야.

그러니 토트넘 팬들 입장에서 저 노래를 들으면 뒷골이 빡 땡길만한 가사지.


이 가사의 주인공인 솔 캠벨은 런던에서 태어나 1989년. 그의 나이 만 14세부터 토트넘 유소년팀에서 성장해온, 그야말로 토트넘이 자랑하는 '프렌차이즈 스타'야.


소년이었을 때부터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어색하게 웃던 소년이 10년이 지나 토트넘의 주장이 되어 경기장을 누비는데, 심지어 성실하고 서글서글하기까지 해. 리그 정상급의 뛰어난 실력은 기본이지.


과연 그 어떤 팬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당시 솔 켐벨의 인기는 팀 전체에 맞먹는다고 할 수 있었어. 어릴 적부터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를 지켜봐온 팬들에게 솔 캠벨은 단순한 선수가 아닌, 토트넘의 상징이자 가족같은 선수였어.

성적이 좋지 않은 토트넘에게, 국가대표 주장 수비수인 솔 캠벨은 그들의 자부심이었지.


그러나 이 자부심과 상징이 산산조각나는 일이 벌어졌어.


2001년 여름. 솔 캠벨이 토트넘의 영원한 라이벌인 아스날로 이적해버린 사건이었지.

(토트넘의 자부심에서 아스날의 영웅이 되어버린 솔 캠벨)


2001년, 솔 캠벨은 토트넘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어.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고, 토트넘은 구단에서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주급을 제시했지.


그러나 이미 잉글랜드 탑 수비수가 되어버린 캠벨은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했어.

10위권을 전전하는 토트넘이 아닌,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재패할 수 있는 팀 말이야.


그렇게 솔 캠벨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자꾸 재계약은 불발되었고, 토트넘 측에서는 구단 레전드의 꿈을 인정해주며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지.


"재계약을 할 수도 있고 이적할 수도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연락이 오고 있어서 고려 중이라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팀은 맨유나 리버풀 쪽으로 생각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스날은 안 간다."


당시 캠벨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야. 서포터 그룹에서도 캠벨에게 감사하며 다른 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길 바란다는 성명을 내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레전드와 그 꿈을 응원하는 팬들의 아름다운 이별은 성사되기 직전이었지.

(ㅎㅎ...ㅈㅅ!)


하지만, 바로 얼마 후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되어 자유계약 선수가 된 캠벨은 돌연 아스날과 계약을 해버렸어. 토트넘의 하얀 파란 유니폼이 아닌, 그들이 증오하는 아스날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은 캠벨을 지켜만 보던 팬들의 혈압은 급격하게 올라갔지.


토트넘 팬들은 거리로 나와 캠벨의 유니폼을 불태웠고, 일부 과격한 팬들은 캠벨에게 갈기갈기 찢은 유니폼과 편지를 보내면서 살해 협박을 하기도 했어.


심지어 자유계약이기 때문에, 토트넘은 11년동안 키워 온 그들의 자부심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영원한 라이벌인 아스날에게 빼앗겨버린 것이였지.


(우승....츠크흔드....)


아이러니하게도 캠벨은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 아스날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역사상 처음이자 현재까지도 마지막인 리그 '무패우승' 을 달성하여 아스날의 레전드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어.


캠벨은 꿈을 이뤘고 역사가 되었지만, 토트넘 팬들은 지금까지도 그를 '유다'라고 부르며 온갖 쌍욕을 퍼붓고 있어.

이 일 이후로 토트넘과 아스날은 팬들끼리 유혈 사태로까지 번지는, 그야말로 증오와 혐오로 얼룩진 라이벌 사이가 되었지. 본격적인 원수지간에 기름을 붓는 사건으로, 충격적인 배신으로 현재까지도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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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우리나라에는 이만큼 과열된 축구 팀들이나 라이벌이 없기 때문에 잘 이해가 가지 않지?

독일에서 나고 자란 사촌 형의 말을 빌리자면, 이 사건은 '쏘니(손흥민)나 Ji(박지성)가 일본으로 귀화를 한 것과 같다.' 라고 하더라구.


생각해봐. 어느 날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와따시와 니혼징데스. 아리가또" 하면서 일본으로 귀화해버리면, 우리 나라는 정말 박살나겠지...?

영국은 축구가 그들의 생활과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팀들이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더 분노하는 거 같아.


아무튼, 나는 다음에 좀 더 재밌고 좀 더 유익한 정보로 돌아올게!!


고마워!

안녕하세요! 스토리텔러 optimic입니다! 장르 안 가리고 쓰고 싶은 거 쓰는 사람이에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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