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독일은 이번에도 딴지를 걸 것인가

https://zeitung.faz.net/faz/wirtschaft/2020-03-24/bdd1ebbabcd0a0a38e87f2d620789372/?GEPC=s5

오랜 친구들이라면 한때 내가 계속 써왔던 독일헌재 vs. ECB의 연재 시리즈(참조 1)를 잘 알 것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CJEU(유럽사법재판소)는 ECB의 무제한적인 채권 매매 프로그램(OMT,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다)이 ECB의 관할에 들어간다고 판결내렸었고, 독일 연방헌재(BVerfG)는 이를 조건부 기본법 합치로 판결내렸었다.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뭔가 지출을 늘리자는 것은 과연 독일 기본법 합치일까?


저자인 오트마르 이싱(Otmar Issing)은 ECB의 수석경제학자(1998-2006)를 지냈고 현재는 물론 은퇴한(1936년생이다) 경제학자다. 하지만 독일 보수파 경제계의 수장 중 하나로서 당연히 현재의 코로나 사태때문에 불거진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의 말마따나 EU는 회원국에 대한 재정지원을 조약상 금지하고 있다(TFEU 제125조). 그의 제안은? 회원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추경을 하든지 긴급 예산을 편성하든지 하라는 얘기이다. 괜히 EC 혹은 ECB가 나서서 유로본드 같은 수단을 창설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긴급사태가 여유 있는 국가에서 여유 없는 국가로의 재정 이전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히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이는 OMT 혹은 ECB의 양적완화의 경우(참조 2)와 마찬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가령 EU가, 혹은 메르켈이 OK해서 코로나 대응 기금을 조성한다거나, 코로나 대응 채권(이건 바로 유로본드 문제로 직결된다)을 발행하자는 논의를 한다면? ECB가 여기에 개입한다면?


각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곧, 독일 정부와 독일 국회의 결재를 받으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의 말마따나 독일 기본법(제115조 제2항)상 자연재해(Naturkatastrophe) 혹은 예외적인 긴급상황(außergewöhnlichen Notsituationen)일 때 예외적인 재정지출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독일 연방하원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EC/ECB 차원에서 계략(?)을 꾸미면?


OMT만이 아니다. 독일은 은행연합(참조 3)은 물론 ESM(참조 4)도 모조리 다 독일연방헌재에 소를 제기했었다. 유럽정책의 사법화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 독일, 지금 누군가(…) 논의하고 있는 코로나 대응용 예산 지출, 혹은 EU 차원에서의 펀드에 대해서도 독일연방헌재에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전례를 봤을 때 독일연방헌재는 그 부담을 CJEU로 넘길 것이고 말이다.


독일이 법적으로 야기할(지 모를) EU 조약상의 문제가 해결(?)될 때 쯤이면, 아마 죽을 사람들은 모두 죽은 후일 듯…


--------------


참조


1. 독일 헌재의 OMT 최종 판결(2016년 6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1646764


2. 독일 연방헌재는 ECB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기본법에 합치되는지의 판결을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3. 독일연방헌재의 은행연합 판결(2019년 8월 5일): https://www.vingle.net/posts/2653223


4. 세 가지 EU 뉴스(2014년 3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30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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