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어째서 산업혁명에 뒤쳐졌을까?

금요일은 역시 역사지. 심심해서 써 보는 유럽사이다. 전형적인 역사 이야기가 아닌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이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발단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마드리드의 모던 걸(Las Chicas del Cable, 참조 1)”이다. 이 스페인 드라마의 배경은 1920년 초반, 스페인 최초의 전화통신 회사인데 연대를 잘 보시라.


미국에서 벨 전화회사가 생긴 연도가 1877년이고 이미 19세기 후반까지 영국, 프랑스에는 다 퍼졌었으며 1927년에는 심지어 대륙간 무선 전화(미국 버지니아와 프랑스 파리의 에펠 탑, 참조 2)까지 현실화됐었다. 유선은 이미 미국과 영국이 최초로 한 적 있었고 말이다. 스페인도 유럽 국가이니 당연히 근대 산업화로 나아가는 건 맞는데 왜 느렸을까?


물론 교과서에 답이 있긴 합니다. 식민지에서 들어온 막대한 금은보석(즉 금융자본의 융성)이 산업 육성(즉 산업자본의 발달)을 늦췄고, 그에 따라 열강에서 탈락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정답이라서 시시하다.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을까?


크게 보면 19세기 당시, 첫 번째, 역사적 우연성(스페인 국내적 사정)이 있겠고, 두 번째, 사회적 우연성, 세 번째, 지리적 우연성(산업화 조건이 안 맞었다는 점)이 있겠다. 여러모로 역사는 조건도 조건이지만 우연이 많이 좌우하는 느낌적 느낌.


---------


19세기 스페인의 역사적 우연성, 정치적 혼란 때문에 못 했다.


19세기는 나폴레옹으로 시작된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에 쳐들어와서 10여년 후 퇴출될 때, 스페인도 프랑스처럼 부르본(…) 왕조로 다시 왕정복고가 이뤄지는데 이때 프랑스는 스페인에게 새로운 프랑스식 헌법이라는 선물(?)을 안겨다줬었다. 이게 상당히 자유주의를 가미하고 있었지만, 새로 국왕이 된 페르디난드는 이 헌법을 무시한다.


그에 따라 19세기부터 이미 국왕을 위주로 한 보수파와, 다른 유럽(결국 프랑스를 의미한다)과 궤를 맞춰야 한다는 개혁파가 내전에 가깝게, 아니 내전을 시작한다. 보수파는 16세기 이후 존재한 적 없었던 보수적 스페인을 다시 세우려 했었고 예수회를 다시금 불러들였다. 이들 카를리스타(Carlista, 보수파)와 이사벨리노(Isabellino, 리버럴)의 싸움은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으로도 이어진다. 한 마디로, 19세기 내내 싸웠다.


식민지 사정도 스페인을 돕지 않았다. 나폴레옹에게 한 번 무너진 이후로 스페인 식민지들은 본국을 우습게 여겼고, 본국보다 더 순수한 스페인 혈통(멕시코)을 주장한다거나, 압제받는 남미인들을 위한(시몬 볼리바르 등) 혁명 등으로 대부분 독립해버린다. 이 또한 스페인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못 됐다.


---------


19세기 스페인의 사회적 우연성, 사회구조가 산업화를 막았다.


스페인에서 그나마 산업화가 된 지역을 보면 북서쪽의 바스크와 북동쪽의 카탈루니아/발렌시아이다. 왜 하필 프랑스에 붙은 지역들만 발전했는지의 이유는 세 번째인 지역적 우연성하고도 겹치는데, 사회적인 이유로 얘기를 하자면 이들이 카스테야노(즉 마드리드)로부터 영향력이 약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카스티야의 정체성은 오로지 정치와 집권이었다. (유대인과 아랍인을 내쫓은 배경도 다 거기에 있었다.) 마드리드의 왕족 계층과 경화벌열(京華閥閱, 서울경기 지방의 양반들)은 농업 지대를 추구했으며, 이들의 정책도 결국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다. 따라서 온갖 혁명과 데모, 혹은 노예(…)를 통해 산업화를 이룬 영국과 프랑스 등과 달리, 스페인에서는 일할 만한 노동자들이 배출되지 않은 것이다.


그 증거? 19세기-20세기 스페인 철도는 서유럽 국가들로 연결된 것이 아니었다. 모두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스페인 국내 통치를 위해 연결된 철도망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리적 이유로 연결된다.


---------


19세기 스페인의 지리적 우연성, 태어난 곳이 여기인 걸.


앞서 북서쪽 바스크와 북동쪽 카탈루니아/발렌시아가 공업지대라고 했다. 그게 이유가 있다. 프랑스와 인접해 있고 해양 운송이 가능하며(각각 빌바오와 바르셀로나), 짤방에 나오지만 그나마 철과 석탄 산지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대부분 석탄 및 철광 산지와 연결된 지역, 그러니까 서유럽에서는 벨기에-프랑스-독일 접경지대가 산업화 지역임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동유럽에서는 실레지아, 그러니까 체코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했지만 철도망이 자원을 실어나르는 망이 아니었다. 즉, 내부는 경제성이 낮았고, 바스크와 카탈루니아 역시 프랑스 등 서유럽이 그 대상이었다. 또한 투자 자본도 마드리드가 아닌, 다른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들어왔다. 스페인 내부적으로는 산업화를 위한 충분한 자본을 형성시키지 못했다.


---------


물론 유럽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 바로 밑에 있었으니 스페인도 20세기부터(바로 마드리드 모던 걸의 배경이다) 그럭저럭 산업화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를 만나면서 기회를 완전히 잃는다. 세계대전 후 마샬 플랜의 지원도 못 받았고 말이다. 같은 위도에 위치한 이탈리아랑 비교하면 더 그렇다.


Spain is different!, 1960년 프랑코 시절 스페인의 관광홍보 슬로건(참조 3)이다. 여러모로 사실이다.



--------------


참조


1. 마드리드 모던 걸: https://www.netflix.com/title/80100929


2. Speech Crossed The Atlantic for the First Time 100 Years Ago This Week (2015년 10월 22일): https://time.com/4081211/transatlantic-speech-transmission-1915/

3. «Spain is different!», el eslogan que cambió para siempre la imagen de España(2015년 3월 27일): https://www.abc.es/espana/20141221/abci-spain-diferent-201412181821.html


4. 짤방 출처: https://europeanlit.weebly.com/introduction.html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