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을 해석하며.

※에반게리온에 대한 내용 "만" 있는 것이 아닌,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생각(특히 우울증과 관련된.)을 에반게리온의 주제의식과 함께 다루기에 이런 글을 원치 않으신다면 주의해주세요. 물론 문제가 될 시 이 게시글은 삭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약 4년전 이 곳에서 에반게리온 해석글을 포스팅했던 Boringman입니다.


잠이 통 오지않아 빙글 앱을 설치해 예전 글을 읽었습니다.


그때 당시 썼던 글 속에 있는 무수한 오타와 비문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보면 저도 그때로 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썼던 글 중에선 아스카, 레이, 신지의 캐릭터 분석이 눈에 밟히더군요, 글솜씨가 별로였기에 그것만 읽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끄집어내지 못한 내용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엔 위 캐릭터 중, 아스카와 신지에 대해 좀 더 개인적인 살을 붙여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그때 당시엔 등장인물 3명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저걸 못하지?", "답답하게 왜 저렇게 말하는거지?"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자살을 하러 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진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신지의 죽고싶어도 죽지못하는 마음, 상처입을까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하는 행동,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자신이 이 장소에 있어도 된다는 사실을 가시화 시키려는 행동.

지난 3년, 그리고 현재까지 저와 함께한 우울증에 대한 해답은, 아니, 도와줄 치료제는 보기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을지도 몰랐겠네요.

저 역시도 많은 상처가 있기에 모든 연락을 끊다싶이 하며 지냈어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역설적인 행동을 했었습니다, 수많은 집단 속에서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된다."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연인에게 "난 너의 옆에 있어도 된다." 라는 확신을 보여줄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 했었죠.

에반게리온을 처음 접하면서부터 이름이 비슷했기에 신지에게 제 자신을 투영했는데 이렇게 복선을 회수하는 것을 보면 작가를 하길 잘했다 생각도 드네요.

월등함을 증명하기 위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닌 약함을 은폐하기위해 자존심을 만들어낸다.


우울증과 함께 난독증, 주의력결핍이 함께 찾아왔기에 펜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도 계속 글을 쓰는 것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절대안정을 권했지만, 반년 넘게 미친듯이 글을 써온 저에겐 사형선고와 다름 없었습니다, 수없이 들은 글에 대한 칭찬과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에 입학, 그저 남의 시선만을 바탕으로 세워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한 기분은... 참담했습니다.

"나는 아직 괜찮다.", "나는 글을 쓸 수 있으니 환자가 아니다."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이었고 저런 생각에 사로잡힌 저는 딛고 일어서기는 커녕 그것에 삼켜지지않게 버티는 것 조차도 버거웠습니다.

"나를 봐줘.", "나 아직 에바에 탈 수 있어."


언제 자신도 자신의 어머니처럼 폐기처분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제일 우수한 세계 최고의 파일럿인 자신이 그저 총사령관의 아들이라고 파일럿이 된 신지에게 밀리고 그 신지의 서포트로 작전이 진행되자 점점 커졌던 것 같습니다.

또한 딸이라는 위치를 봉제인형에게 밀린 트라우마는 인형처럼 총사령관의 명령만을 따르는 레이가 이쁨을 받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레이에게 신지를 뺏길까봐 두려워했기에 병적으로 집착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있는 모든 불안감은 아스카가 에바에 타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으며 자살시도로 터져버립니다, 결국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모든 행동이 "할 수 없다." 라는 결론에 이르도록 만들었죠.

또한 End Of Evangelion 에서 아스카의 병실에서 신지가 한 일은 아스카는 그저 몸을 못 움직일 뿐 전부 보고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파일럿이라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숴버리기에 충분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은 알지 못하는 곳에, 꿈은 현실의 속에, 그리고 진실은 마음속에 있어."


작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류보완계획." 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인류가 군집개체에서 단일개체로 진화하고, 타인과 자신의 개념이 붕괴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입을 일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일도 없는, 영생하는 생명체 즉, 신 그 자체가 되려는 것은 전 인류에게 있어 디메리트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질문은 "생물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진화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인류는 동,식물을 채취및 사냥하면서 진화해왔고, 다른 나라를 약탈하며 산업, 즉 문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사람은 스스로가 상처를 입어봤기에 상대방의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인지할 수 있고, 그렇기에 약자를 보호하며 선을 행하는 것이며 이는 오롯이 "타인." 에게만 적용이 되는 행위입니다.

단일개체로써의 인간은 다른 부분에선 월등히 뛰어날지 몰라도 타인에 대한 "선." 은 존재하지 않을것이며 "인류보완계획."를 구상한 이카리 유이의 목표,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상냥한 세계"는 모두가 상처는 받지 않을지라도 상처가 없기에 모두가 상냥하다고 볼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죠.

초고도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적었는데 글이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네요.

요즘엔 어떤 글을 쓰든 초고를 만들지만 에반게리온 해석글을 썼을 때는 지금처럼 머릿속에 정리해둔 것을 끄집어내는 글이라 비문이랑 오타가 훨 많네요.

하지만 지금과 그때를 비교해보면 그때가 훨씬 작업속도도 빨랐고 무엇보다 정말 재밌게 썼던 것 같아요.

"다음엔 주제 뭘로하지?", "이거 참고사진으로 좋겠다!" 처럼 다음 글을 쓸 때가 기다려졌던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더 이상 잡설은 그만하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글 읽으시면서 "아 이런 사람이 에반게리온 해석글을 썼구나." 정도로 기억해주셔도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오고싶네요.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