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데렐라 계부와 산다

신데렐라에게 계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돈 마니피코.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유명한 이탈리안 작곡가, 로시니(Gioachino Rossini)가 신데렐라를 각색한 오페라 에 나오는 인물이다. Opera on Tap  미국 전역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오페라 컴퍼니가 있다. 오페라는 국립극장이나 대극장에서만 100불 이상의 표를 구입해서 볼 수 있는 고급공연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름은 “Opera on tap”. on tap이란 수도꼭지를 뜻하는 말로 보통 바나 식당에서는 생맥주를 뜻한다. 한달에 한번씩 선술집에 모여서 자유롭게 공연을 한다. 일반 오페라와는 달리 관객들은 찢어진 청바지도 입고 한손에는 당구큐대를 들고 서서 구경을 한다. 술은 자기가 지불만 하면 얼마든지 마셔도 괜찮다. 오페라 가수들도 자기가 입고싶은 복장을 하고 관객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타나기도 하고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등장하기도 한다. 나의 남편은 이 오페라온탭 회사에서 종종 공연을 한다. 본인이 이미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오케스트라및 클래식음악그룹이 있지만 그룹내에서는 주로 아트 디렉팅과 지휘를 맡아 하기때문에 노래를 하고 싶을때는 다른 회사나 프로덕션에서 고용되어 노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에는 이 오페라온탭에서 회사가 생기고 나서 두번째로 풀프로덕션 오페라에 도전했고, 그 오페라가 로시니의 신데렐라였다. 내 남편은 바리톤 베이스기 때문에 신데렐라 계부역할을 맡았다. 남편은 음악을 전공했지만 보통 흔히 생각하듯이 어릴때부터 집에서 레슨을 붙여주며 클라식 음악을 공부한 케이스가 아니다. 흔한 이민가정의 부모님처럼 부모님은 공부를 잘해서 ‘회사원’이나 전문직이 되기를 희망하셨고, 말 잘듣는 큰아들이었던 남편은 명문대학교의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합창단에서 열정을 느낀 그는 복수전공으로 음악을 함께 공부했고 결국에는 아예 전과하기에 이르렀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너무 좋아서 어쩔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과 젊은패기로 오페라 컴퍼니를 세우고 몇년을 오페라에 미쳐서 살았다. 다수의 클라식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처럼 집에서 경제적인 서포트를 받을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해도해도 적자가 나는 회사때문에 결국은 day job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한자리에 묶이지않고 시간을 많이 뺏지않으며 생활비 정도 벌고 나머지 시간은 음악에 투자하고 싶었기 때문에 세일즈잡을 선택했다고 한다. 낮에는 영업을 다니고 저녁에는 음악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열정과 실력이 있어도 소규모 클래식그룹을 풀타임 직업으로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는 어느새 세일즈맨으로는 꽤 자리가 잡혔고 먹고싶은것 하고싶은것 가고싶은곳쯤은 무리없이 다닐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한순간도 음악을 놓은적이 없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 내가 처음 남편을 만난 날은 일요일, 월요일은 친구와 함께 만나서 야식을 먹었고 화요일은 둘이서 한국식 술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그날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당시에는 둘이서 영어로 대화를 하던때지만 한글로 풀어쓰는데, 우리는 서로 반말하기 때문에 반말로 쓴다.) “음악가라고 하던데, 정확히 무슨 음악가야?”  겉멋이 들어서 엄마집 차고에 할일없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디제이인척 줄담배나 피고 싸구려 맥주로 배채우는 겉멋음악가면 어떡하지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물어봤다. “지휘를 주로 하고... 성악도.” “어머! 어디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아니. 비영리그룹인데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하는거지.” 클래식 음악도 그런게 있구나. 난 이미 이 남자가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꼬치꼬치 더 캐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세일즈맨이 되었는지, 어쩌다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게 되었는지 등등.. “나도 20대때 꿈은 남들처럼 그랬어. 세계를 깜짝 놀래켜주는 지휘자가 되어야지. 모두가 나를 우러러보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느낀건 뭐냐면... 나는 음악을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 하는 거라는 거야. 음악이 있으므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어려운 일들을 음악의 힘으로 이겨나갔는지... 내가 처음 머리가 빠지기 시작헀을때가 22살인데, 너무 어렸어. 다시는 여자친구도 만나지 못할꺼라는 생각도 들었고 매일같이 머리에만 신경을 썼었지. 그런데 하루는 비가 내려서 부풀린 머리가 다 젖어서 머리통에 붙어버렸어. 마침 헤드폰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리아가 나오고 있었는데, 눈물이 왈칵 났어. 나는 머리가 없어도 여자친구가 다신 생기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이다. 음악이 있고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참 받은것도 많고 가진것도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어. 사회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사는 도시에서.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덕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거니 그것도 내가 누군가에게 받는거잖아!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날부터 들었어. 나도 받기만 하지 말고 돌려주고 싶다. 음악으로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악을 돌려주자.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낮에는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는 모은돈으로 커뮤니티 센터를 짓고 싶어. 이 도시안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음악으로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쉽고 편히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은게 내 꿈이야. 그래서 이 도시사람들이 점점 행복한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는 가장 행복한 도시에 사는게 되는거잖아? Isn’t it awesome??” “Yes. That IS very awesome.” 그 날 만난지 이틀밖에 안된 남자랑 마주앉아 모듬떡볶이 안주에 소주 3병을 비우면서 나는 완벽히 사랑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주문에 걸린듯 사랑에 빠지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릴 때 감성폭발이었던 시절 빼고 철이 들은 후에 처음인 것도 같았다.  꿈이라는 건 평생에 걸쳐 이루어 나가는 것  나는 이제 겨우 30대 초중반인데, 주변을 보면 벌써부터 인생의 승패자가 구분났다고 생각했었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고 아직도 직장을 옮겨다니며 전전긍긍 카드값을 막는 사람은 인생의 실패자라 생각했다. 어째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젊은 나이에 어떤 평수의 집에 살고 어떤 차를 타느냐에 따라 그 인생의 가치유무가 갈린다고 생각을 했을까...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남편의 공연에 전부 참석했다. 대부분의 공연은 작은 교회나 갤러리등에서 한다. 제법 큰 교회에서 손님이 4-50명씩 오는 날도 종종 있지만 사람이 열댓명밖에 안오는 날도 있었다.  갑자기 공연 전날 호른연주자가 삐져서 안나타나는 날도 있었고 손님이 코를 골면서 잠드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묵묵히 그는 계속해서 공연을 준비한다.  최근에는 오페라온탭에서 하는 신데렐라의 계부를 맡았다.  오랜만에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라서 무척 들떠 했지만 이탈리아어로 전곡을 외워야 해서 그는 미팅과 미팅사이를 다니는 차안에서 연습을 하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연습을 하고 개들을 산책시키면서도 연습을 했다. 가끔은 자면서도 웅얼웅얼 연습을 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삼일간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나는 삼일 모두 리허설부터 따라가서 같이 앉아있었다. 얼굴에 비비크림도 좀 발라주고, 옷매무새도 만져주고 한시간정도를 기다린다.  그리고 남편이 등장하면 가장 크게 박수를 쳐준다. 나의 남편을 향한 박수가 아니라,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한명의 인간을 향한 팬으로써의 존경의 박수다.  나는, 또 우리는 너무 성과주의의 사회에서 급급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이라는 건 평생에 걸쳐 이루어 나가는 것이지 짧은 시간내에 남의 눈에 보여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매일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배우고 또 배워간다. 조급히 눈에 보이는 성공을 쫓지 말아야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경쟁하지 말 것.  변두리 소극장에서 목이 터져라 공연을 하고 다음날 아침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가 7시 출근 해야하는 나의 돈 마니피코에게 브라보를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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