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볶는 커피

이는 가만히 서서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아래 턱을 가볍게 쥐고 있었고, 왼손 엄지와 검지는 양끝이 맞닿아 가운데 부분이 텅 빈 작은 원을 만들어 오른 팔꿈치를 아래에서 지탱하고 있었다. 이의 정면 쪽에서 턱을 쥔 검지가 가볍게 좌우로 움직였다. 검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이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반 쯤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거기서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왼쪽 끝으로. 이의 모습은 마치 관절의 일부분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고물 로봇 인형을 연상시켰다. 거북한 침묵 속에서 검지가 턱 끝을 스치는 소리와 눈동자가 좌우로 뒤룩뒤룩 구르는 소리가 의태어가 되어 주변을 메웠다. 일은 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이상하게 생긴 주걱으로 바닥을 쿡쿡 내려찍고 있었다. 주걱 끝 부분과 손잡이 끝 부분이 묘한 형태로 구부러진 목재 주걱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치익 치익하고 희뿌연 연기를 피워 올렸다. 일은 킁킁거리며 연기의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바닥에 침을 탁 뱉고 주걱으로 침이 묻은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침이 뜨겁게 달아오른 기름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튀었다. 침의 파편이 닿은 땅은 예의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검게 물들었다. 일은 노골적으로 따분함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을 지으며 가장 큰 파편이 튄 곳을 조준하고 주걱을 내려찍었다. ”이봐, 이, 이렇게 해선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거야.” 일이 아까 침을 뱉었던 곳의 반대편 바닥에 굵은 침을 퉤 내뱉으며 말했다. 일의 말에 끊임없이 좌우로 뒤룩거리던 이의 눈동자가 거짓말처럼 한 가운데에 딱 멈추었다. 이는 양팔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몸을 뒤로 빙글 돌렸다. 따가운 햇살이 이를 짓눌렀다. 이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썬크림 바르는 걸 깜빡했어.” 이의 이마와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곳의 경계점에서 송글 솟아오른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 맺혔다. 이는 나른하게 오른손 검지를 들어 땀방울이 맺힌 턱을 뒤에서 앞으로 휙 쓸어 내렸다. 앞으로 날아간 땀방울은 저 멀리 바닥에 떨어져 치열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검게 태웠다. 조금 전 일이 뱉은 침보다 훨씬 더 큰 소리가 났고, 훨씬 더 넓은 지역이 검게 물들며 연기를 피워 올렸다. 일은 킁킁거리며 연기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일은 고개를 번쩍 들어 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이.” 이는 고개만 까닥 움직여 일을 내려다 보았다. “응?” ”덴고가 맥주를 다 마셔버렸어.” 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철 지난 월드컵 응원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바탕색이 진한 오렌지 색이라 길거리에서 마셔도 사람들이 환타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아 너 왜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냐고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것 같은 맥주 말이야.” ”그래서?” 이는 일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일은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핥았다. “덴고가 이제 흥미를 잃었다는 소리야. 더 이상 재미없는 맥주 안주감 나부랑이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지. 덴고는 자신의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원해. 그것이 덴고의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일이건,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일이건 간에 말야.” ”아.” 이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감탄사를 냈다. “그럼 그 얘기는…” 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이 얘기는 여기서 끝이라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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