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누자베스, 몬도 그로소 곡 연주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군 입대 전, 자신의 반 아이들과 만든 멋진 작품을 공개해 화제입니다. 아래는 선생님이 직접 남긴 글을 옮긴 것 입니다.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아 반말로 편하게 기술했다고 하네요) -- 1. 왜 했냐 2. 커버곡 선택 기준 (+힙합이냐 아니냐) 3. 연습 & 제작 과정 4. 이제 뭐 하냐 우선 이 활동은 교육청에 의해 각 학교에서 이뤄지는 창체 학급 동아리 활동임. 우리 반에서만 진행한 활동이다 보니 연주 실력이나 기타 여러 부분에서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었음. 2학년이다 보니 거의 모든 학생의 손 힘이 부족했고, 피아노를 한번도 쳐보지 않았던 학생도 많았고, 페달을 밟으며 피아노 칠 수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없어 페달만 전담하는 학생들도 따로 뽑고.. ㅠㅠ.. 그래도 2-3개월 가량 밖에 되지 않은 짧은 기간임에도 학생의 변화 과정이 뚜렷하게 보이는 걸 보면 나름의 결과는 얻은 것 같아 만족하고 있음. 1. 왜 했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반 학생들에게 커버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왕가네 식구들' 덕분, 아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쉬는 시간마다 거의 모든 애들이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하며 노래를 불러대기에 처음엔 새로 나온 트롯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알고 보니 드라마 OST래서 굉장히 놀랬었음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이미 기성곡에 노출되고 또 노출된 게 요즘 애들인데, 꼭 교과서의 동요로 감성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욕심내서 더욱 다양한 곡들을 통해 가르쳐 봐도 되지 않으련가 싶었었음 물론 왕가네 식구들 OST도 그렇고 교과서의 동요도 그렇고, 모든 음악들은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 거기에, 사실 교과서에 있는 동요들만큼 간단하지만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을 갖춘 음악들이 잘 없기도 하니 뭐.. 그래도 삶의 순간순간을 담아 '기록'해버릴 수 있을 만큼 큰 울림을 지닌 음악들도 분명히 있음을 생각해보면 위의 망상이 점차 확신으로 변해 갔었음. 내 경우도 아직 다뻥 something about us는 들을 때마다 죽을 것 같고 거세된 듯한 감정에 휩싸이는 걸 보면 ㅠㅠㅠ.. 그리고 여기에 시퀀싱 공부할 때 이 곡 저 곡 커버해보면서 음악의 구조를 뜯어 볼 수 있게 된 걸 생각하곤 학생들도 그걸 똑같이 경험해보도록 하고자 선곡한 것들을 커버해보도록 했음 여러 음악들을 그저 하나로 믹스 다운된 큰 흐름으로 인식하는 것도 나쁘다고 볼 순 없겠지만, 각 파트의 소리들을 의식적으로 분리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 각각 악기의 표현법, 주법, 음악에서의 역할 등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게 될테니, 그 효과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었음 즉 거의 귀에 들리는 모든 음악들이 학습 자료가 되는거제ㅎㅎ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도.. 결과론적으로, 학생들이 앞으로 노출되게 될 음악적 환경에서 좀 더 명확한 관점을 바탕으로 인지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형성해 주려 노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종업식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밴드의 연주 영상들을 보여줬더니 어디 파트의 소리가 어떻다 정도의 말을 하는걸 보면 내 감이 아주 틀리진 않은 것 같다 2. 커버곡 선택 기준 (+aruarian dance는 힙합이냐 아니냐)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의 충격이 꽤 심했었던 만큼 굉장히 신중하게 곡 선택을 했었음. 여러 장르에서 여러 좋은 곡들을 뽑아 놓고 뭘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져 있는 유명한 곡 위주로 고르게 되었음. 마음만 같아서는 대중적이지 않을 지라도 분명한 가치가 있는 곡들(캬.. B급 감성 터지네)을 가르쳐서 '주입식 소울'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애들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은 스스로가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건 포기하게 됐음.. 유명한 곡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는.. 학생들 자신이 커버했던 곡명을 기억하고 있는 이상, 후에 인터넷으로 그 곡을 검색해해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검색 엔진의 힘이든 유튜브 추천 영상의 힘이든, 인터넷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비슷한 장르나 좀 더 마이너하지만 가치 있는 장르의 여러 곡들을 접할 수 있게 될거라 확신했기 때문임 결국 (유명한) 커버곡의 역할은 학생들 자신이 스스로의 음악적 취향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게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연결해주는 도화선이제..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느 커뮤니티에선 내가 초등학생들에게 힙합을 가르쳤다고 언급되어 있고 힙합이냐 아니냐 말이 좀 있던데 힙합 맞다 음악 교육에 있어 주요 3요소인 멜로디, 리듬, 하모니를 동시에 교육하려 하니 멜로디와 하모니가 총족되면서 동시에 퍼커션의 역할이 주요한 장르를 써야 했었고, 우리 반 학생들이 2학년이다 보니 기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합주할 수 있는 퀄리티만큼 끌어올릴 수 없었기에 건반류 악기로 커버 가능한 장르를 선택해야 했었음.. 그리고 굳이 어울리지 않지만 의미를 담기 위해 내용을 우겨 넣는 걸 정말 싫어하거등.. 예로 뭐 꽹가리 넣고 '한국적 미를 살리려 했다' 하며 캬 Jumo 국뽕 한 사발 꾹꾹 이런거 .. 다른 학교들에선 락밴드스럽게 구성해서 보컬도 넣고 하는 경우가 많던데.. 아직 내 경우는 초등에선 보컬로 활용할만한 자원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보컬은 넣지 않게 되었엉 결국 대상 학생의 특성, 장비의 한계, 위의 교육적 목적 충족을 위해서는 재즈 힙합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곡 자체도 아름답기에 후에 돌아와서 혹시라도 물적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것 저것 다양하게 구비해서 다른 장르도 다양하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원 좀......... 3. 연습 & 제작 과정 말로는 학생들 연습시켰다, 주법들 가르쳤다고 간단하게 적을 수 있지만.. 각 파트 별로 귀로 따서 악보 만들고 악기마다 고유한 주법 공부해서 적용시키고 악기 간 이질감 줄이려고 되도 안한 마스터링 계속 하고.. 여튼 복작복작 숨지는 줄 알았음 거기에 장비들이 새로 산 몇 개 이외엔 2002 월드컵 시절 것이 많아서 심심하면 픽픽 죽었다. 실제 카시오 신디(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두 대 중 한 대는 졸업식 공연 하루 전날 죽어버려서 밤새도록 마스터 키보드 각개 split하는 방법 찾아 다녔었음 거기에 장비가 동영상에 나온게 다인 만큼, 한 번에 연습할 수 있는 인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연습할 수 없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반 학생들 모두가 한 파트씩 맡았기에 거의 균등하게 경험을 나눌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장비 수라도 많았다면 좀 더 유익했지 않았을까 싶다.. 더 적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이제 시간이 정말 별로 없구나 군 입대 준비해야 하는데 아... 4. 이제 뭐 하냐 담주 월요일날 콩군에 입대한다 진주에 27살에 교사했다고 하고 뭔가 어둡고 아파 보이는 아저씨가 있다면 아마 나일꺼임. 여튼 교대의 특성상 임용 합격하고 군입대 하다보니 많이 늦어졌다. 이러한 여러 활동들을 쭉 이어서 하지 못하고 2년간 공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아쉽긴 하다 그래도 복무하는 동안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남아 있던 여러 개념들을 체계화해서 후에 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조심스래 기대(=위로)하고 있음 그러나 복직 뒤에는 아마 초등 남교사의 숙명에 따라 교기 지도에 투입될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께 음악으로 각인되어 음악 전담 교사라도 후에 한번 맡아 보고자 연습 과정 등등을 영상 형태로 만든 것도 없잖아 있음... ㅠㅠㅠ.. 물론 학생들이 계속 찾아볼 수 있고 전세계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기에 유튜브란 채널을 이용한 게 주요한 이유지만.. 어후 몰라 ㅠㅠㅠㅠㅠㅠ 입대나 할랭 ㅠㅠ 쩝.. 여튼 기회가 닿으면 어떻게든 풀려나가지 않을까 하고 기대만 해봄.. 마지막으로, 내가 20대에나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어 감정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받았었던 음악들을 비교적 어릴 때부터 듣고 익힌 우리 반 학생들은 후에 어떤 감성을 지니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함 에휴.. 이제 진짜 입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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