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대한 지나친 감성적 시선 - 김성현(영문학 박사, 문화 평론가)

한국사회의 언어관 한글날이 되면, 온통 한글에 대한 기사들로 신문이며 인터넷이 차고 넘친다. 한글은 우수한 언어이고, 아름다운 말이고, 요즘 학생들의 언어폭력이 심각하고, 언어를 순화해야 하고, 바르고 고운말을 써야 하고, 맞춤법이 어디가 어떻게 틀렸고… 고상하고 예쁜 언어, 바르고 순수한 말에 대한 한글학자들의 센티멘탈한 태도는 좀 유치하다. 한글날이면 심지어 9시 뉴스에서도 한글이 과학적이고 우수하다는 멘트를 날린다. 그래서?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과 준비된 지식도 없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한글이 우수한 언어이길 바라는 걸까? 우수한 언어라니? 그럼 열등한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언어는 문화의 일부이고, 그렇다면 우수한 문화와 열등한 문화의 구분도 가능하다는 것인가? 언어가 과학적이라는 것이 그렇게 찬양받을 만한 일인가? 영어는 과학적이어서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까? 내가 보기에 한글에 대한 저 닭살돋는 센티멘탈리즘은 문화적 콤플렉스의 결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직도 민족주의라는 구세대의 낡은 유습이 한글날이 되면 무덤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만 같다.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른 말을 강조한다. 때로 순수한 한글말을 주장하기도 한다. 바른 말이라니? 틀린 말도 있나? '회사에서 잘리다'가 맞고 '짤리다'는 틀립니다. '이건 니꺼야'가 아니라, 이건 '네 거야'가 맞습니다. '네가 잘 되기를 바라'가 맞고 '바래'는 틀립니다. 온통 나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은 엉터리 맞춤법과 문법적인 오류투성이다. 바른 말? 아름다운 말? 언어는 말과 글이다. 한글은 글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글에 해당되는 것이고, 말은 고유한 것이다. 그런데 본래적인 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글에 맞추어 규칙에 어긋나면 틀린것이고 규칙에 맞게 쓰면 바른것인가? 특히 한글학자들은 유독 아직도 간간이 쓰이는 일본식 단어에 대해 매우 경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접시 대신 사라, 양파 대신 다마네기, 손톱깍기 대신 쓸메끼리… 그런 단어들이 나에게도 썩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단어들을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불순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일부러 축출해야 할까? 그렇게 하면 한국어는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언어가 될까? 난 왜 한글학자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언어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욕이 아름다운가?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저주를 퍼부을 수 있을까? 언어는 좋은 것을 표현할 때도 나쁜 것을 표현할 때도 필요하다. 칭찬과 찬양만 하면서 세상을 살 수는 없다. 나쁜 것, 흉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침묵해야 할까? 싸우고 투쟁해야 할 때, 바르고 고운 말만 쓸 수 있겠는가? 예쁘고 좋은 것,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만 좋아하는 국가적인 패티쉬는 비단 한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전반에 걸친 예쁜이 콤플렉스는 심지어 경찰조직이나 군대조직을 표현하는 데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만화 캐릭터를 사용한다. 언어는 말과 글이다. 한글은 글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글에 해당되는 것이고, 말은 고유한 것이다. 그런데 본래적인 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글에 맞추어 규칙에 어긋나면 틀린것이고 규칙에 맞게 쓰면 바른 것인가? 이건 병이다. 한글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순수한 언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순수한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언어라는 현상만큼 이종적인 것들이 자유롭게 결합하고 새로운 종을 그렇게 빨리 만들어내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보더라도 그 단어는 순수하지 않다. 특히 한글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그런 맥락에서의 순수는 특히 말이다. 미리내라는 말이 순수한 한글인가? 구름이라는 말이 순수한 한글인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순수한 한글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아닌가? 나의 개인적인 믿음으로 보건대, 모든 말들에는 어원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흔적들이 있다. 그런 흔적을 찾아본다면 우리가 순수한 한글이라고 믿었던 많은 언어들이 만주어로, 몽골어로, 수메르의 언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 한국어가 일본어나 영어의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과거의 한국어는 몽골이나 동아시아 언어들의 영향을 분명히 받았을 것이다. 그럼, 과연 그것을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순수한 언어를 찾는 것은 건조한 물을 찾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나는 그런 시도를 어리석은 짓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몇 줌 안 되는 순수한 언어를 찾았다 치고, 그것으로 언어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들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순수한 한글로만 언어생활을 하라고?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신문에서는 아직도 한글에 대한 사랑과 한글파괴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 대한 기사가 가득하다. 그 사람들은 언어가 변화하는 걸 파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어가 파괴된다고? 글쎄, 언어는 죽기는 하지만 파괴되지는 않는다. 그건 달라진 세상에 대해서, 달라진 감성에 대해서, 달라진 의미를 담기 위해 그에 맞게 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언어는 어항 속에 담겨진 물이 아니다. 흐르는 물이고, 늘 새로운 곳을 지나고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아니 한 곳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언어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첨가될 때, 언어는 풍부해질 수 있다. 알량한 문법과 몇 안되는 규칙으로 나의 언어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는 좀 불쾌하고, 그런 나이브한 생각으로 문화와 언어를 관장하려고 하는 그들이 나는 좀 웃긴다. 언어는 흐르는 물처럼, 늘 새로운 곳을 지나고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언어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첨가될 때, 언어는 풍부해질 수 있다. 한국어는 아직도 한참 더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칙을 강조하기보다, 대화를 유도하고, 토론을 장려하고 글쓰기를 가르쳐야 한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들으려고 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규칙에 얽매인 소수의 언어활동보다, 자유롭게 분출하는 수많은 언어활동이 언어를 자라게 한다. 한글에 대한 이런 비합리적인 태도는 영어에 대한 광기와 무관하지 않다. 근본적인 언어에 대한 진지한 통찰 없이는 한글이건 영어건 그 대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센티멘탈한 태도가 영어에 대해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한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정말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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