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숲_完

숲의 마지막 편입니다.

부디 재밌게 잘 읽으셨길 바라며

저는 또 드넓은 인터넷 바다에 숨겨진 보석같은 공포소설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하트는 저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태그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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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9



숲 안쪽에 들어서고 ‘박 반장이 가져온 랜턴이 없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안쪽 숲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물론 숲에 들어가기 전 날씨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흑막을 덮어둔 거 마냥 어두컴컴한 게 꼭 밤 같았다.

게다가 콧속으로 전해지는 숲 특유의 알싸한 향기 때문에 머리도 어지러웠다.

내가 알고 있던 푸른 숲과는 달랐다.

너무나 이질적인 분위기, 이 숲으로 인해 원래 세상과 차단된 느낌마저 들어버렸다.


“박 반장님, 확실히 어제 이 숲에서 인부들이 사라진 겁니까? 정말 확실한 거죠?”


김 대리가 묻자 박 반장이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박 반장은 나와 한차례 트러블이 생긴 이후로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지만 그래도 먼저 사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내 위치가 용납하지 않았다.


“어, 이거 우리 안전모잖아요?”


순간 주변을 둘러보던 김 대리가 풀숲에 떨어져있던 안전모를 주워들었다.


“어? 진짜네?”


“네, 정말 여기서 사라졌나 본데요?”


왜 이런 풀숲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 쪽 인부들이 쓰던 안전모였다.


“여기 나무에도 걸려있는데요?”


김 대리가 안전모를 처음 발견한 곳 옆에 서있던 나무에도 안전모가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잠깐, 이게 뭐죠? 작업복 아닌가요?”


우리를 따라온 김 씨가 나무 밑의 흙에서 옷가지를 꺼내 들었다.

좀 더러워지긴 했지만 왼쪽 가슴에 새겨진 마크를 봤을 때, 100퍼센트 우리 회사의 작업복이었다.


“이 사람들, 옷을 이런 곳에 훌렁 벗어놓고 어딜 간 거야?”


“부장님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제정신에 옷을 여기다 벗어두었겠습니까? 혹시 다른 누군가에게 의해 강제로 벗겨진 게 아닐까요?”


김 대리가 작업복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누구한테?”


“마을 사람들 아닐까요? 공사를 방해하려고 했잖아요.”


김 대리가 사뭇 진지하게 말했지만 별로 믿음은 가지 않았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설마 인부들이 그런 노인네들도 못 이길까?”


“저번에 사고 때처럼 미친놈들이 흉기를 들고 설치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런가?”


김 대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박반장과 김씨가 우리를 재촉했다.


“예감이 불길해요, 빨리 이 숲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박 반장이 팔을 휘두르며 재촉했다.


“포기하시는 거죠? 보세요. 제가 뭐랬습니까? 인부들이 숲에서 사라질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보란 듯이 비아냥거렸다.


“후두두둑”


내가 말을 마친 순간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다.


“뭐야? 비오잖아?”


“오늘 비 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비도 오니까 빨리 돌아가죠.”


우리들은 서둘러 왔던 길을 돌아서 갔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우리가 왔던 길로 한참을 걸어도 숲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뭐야? 길이 어떻게 된 거야?”


홀딱 젖은 채로 성질을 부렸다.


“비가 와서 길이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거기다가 어둡기 까지 해서 이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거 같은데요?”


김씨가 빗물에 범벅이 된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빗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길을 잃은 거 같은데요?’라는 말은 유독 잘 들렸다.


“아니, 뭐라고요? 길을 잃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밤인데 어떡해요?”


김 대리가 손목시계를 보며 김 씨에게 따졌다.

김 씨는 그런 김 대리를 보며 나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 이거 괜히 왔네.”


혼잣말이었지만 모두가 들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따라 오랬습니까?”


박반장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애초부터 박 반장, 당신이 인부들 관리만 잘했어도 이런 개고생은 안 하잖아!”


“그런 네놈은 일이나 제대로 했냐? 빈둥빈둥 놀다가 가끔씩 얼굴이나 비치면서!!”


“뭐라고?! 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오늘 끝장을 보자!!”


나와 박 반장이 언성을 높이며 서로에게 달려들자 김 대리가 우리 둘 사이를 막아섰다.


“아니, 왜들 이러세요? 지금 상황도 안 좋은데 다들 성질 조금만 죽이고 참읍시다.”


김 대리는 서로의 멱살을 움켜잡은 우리를 필사적으로 뜯어 말렸다.

그리고는 우두커니 서있는 김 씨를 향해 소리쳤다.


“김 씨는 뭐하세요? 두 분 좀 말리세요.”


그러자 김 씨가 숲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집이 있는데요?!”


서로의 멱살을 쥐고 흔들던 나와 박 반장,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 끼여 있던 김 대리.

모두 행동을 멈추고 김 씨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통나무집 하나가 외롭게 서있었다.

뭔가 숲의 분위기와 조화가 잘 되는 통나무집이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허연 거미줄, 수북이 쌓인 먼지 덕에 숨쉬기조차 곤란한 통나무집.


비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집 안 구석구석에서 풍겨오는 음산한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축축한 마룻바닥에서는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올 거 같았다.


“생필품 같은 게 있는 거로 봐서는 누군가 살았던 거 같은데요?”


퀴퀴하고 음침한 것이 사람이 있기에는 부적합해 보였지만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간간히 보였다.

쓰던 컵이라던가, 탁자에 널브러진 식기, 낡아빠진 가구.


“아무래도 내키지는 않지만 오늘은 여기서 묵어야 할 거 같네요.”


김씨가 젖은 머리를 털며 말했다.

솔직히 김씨가 내키지 않다고는 했지만 왠지 김씨는 이곳에 살아도 어울릴 것 같았다.

그 생각에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


“부장님, 아무래도 여기 그 사람 집 같은데요?”


김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사람 집이라니? 누구?”


“그 때 그 전기톱 들고…….”


“뭐? 그 미친놈?”


김 대리의 말에 기억 저편에 있던 미친놈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절대 못 잊을 거 같더니만.


“저기 보세요, 전기톱”


김 대리가 가리킨 곳은 무슨 벽장 같은 게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 전기톱이 뉘어져 있었다.

김 대리는 뭐가 좋은지 전기톱을 가까이 가서 구경했지만, 나는 그 날 생각에 전기톱 근처에 가까이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전기톱 있다고 다 미친놈이냐?”


“여기에 사진도 있는걸요?”


김 대리가 그곳에서 사진을 발견했는지 사진 하나를 가져와 내게 보여줬다.

그 빛바랜 사진 속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어린이 하나가 있었다.

어린이와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의 얼굴은 익숙했다.


족제비 수염의 남자.



“이 남자 전기톱에 당했던 남자 맞죠? 그러면 여기 이 어린이가 아마도 그 미친놈이겠네요. 저번에 마을사람이 그 남자가 숲에서 혼자 산다고 그랬는데, 이 집인가 봐요. 으으, 이 미친놈 집에서 잔다고 생각하니까 좀 찝찝하네요.”


“그러니까 그런 소리를 왜 해!! 사람 찝찝하게”


괜히 곤두서는 신경에 애꿎은 김 대리를 나무랐다.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 사이, 박 반장은 젖은 작업복을 벗어다가 창가에 널어놓더니, 통나무집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자려고 폼을 잡았다.


“주무시려고요?”


내가 묻자 박 반장이 ‘끄응’ 소리를 내며 돌아누웠다.


“에고 참, 나도 자야겠다.”


어찌어찌 박 반장에게 말을 걸려다가 실패했다.

민망해진 나는 그냥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끈적거리는 게 불쾌했지만, 하루 종일 숲을 걸은 탓에 너무나 피곤해 그냥 뻗어버렸다.






“촤악, 촤악, 촤악”



얼마나 잤을까? 피곤에 절어 한참 잠들어 있던 내 귀에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누워있는 김 대리를 깨우려 했지만 깊이 잠 들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촤악, 촤악, 촤악”



그 소리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신경 쓰였다.

결국 나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기 위해 일어났다.

나는 적막한 통나무집에 또렷이 들려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촤악, 촤악, 촤악”



확실히 집 안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 소리는 분명히 바깥에서 시작되었다.



“촤악, 촤악, 촤악”



나는 그 소리를 밝히기 위해 문을 열었다. 활짝 열린 문 앞에는 남자 하나가 전기톱을 들고 서있었다.

정말 이상한 그 남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점프를 했다.



“촤악, 촤악, 촤악”



그 남자가 점프를 할 때마다 진흙이 튀는 소리가 났다.

그는 한 발로 점프를 뛰었는데 그 때마다 진흙이 패이며 ‘촤악’ 소리를 냈다.


그랬다.

그 남자의 다리는 애석하게도 하나였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난 다 알고 있었다.


‘아뿔싸’


나는 그 자리에 고꾸라져 기절해버렸다.





“부장님 일어나세요, 일어나요”


김 대리가 내 몸을 팔로 밀며 흔들었다.


“어, 뭐야?”


“날 밝았어요, 비고 그쳤고 이제 돌아가야죠. 그나저나 부장님 어제 문 앞에서 주무셨어요? 분명히 제 옆에서 주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김 대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이었나?’


나는 일어나서 곧장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뭐야, 꿈이었잖아’


나는 무심코 땅을 내려다봤다. 문 바로 앞의 땅이 왠지 다른 곳보다 깊게 패여 있었다.

그것도 성인남자 발자국 모양으로.


‘꿈이 아니었어?’


“빨리 이 숲을 나가자”


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갑자기는 무슨, 빨리 가자니까!!”


불길한 예감에 나는 서둘러 숲을 나오려했다.

다행히 김 씨가 날도 밝고, 먹구름도 걷혀 금방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제처럼 숲을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는데 뭔가가 내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툭!!”


“으아!! 뭐야!!”


다행히 내 머리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너무 놀라 꼴사납게 주저앉아버렸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것을 봤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그것도 교과서.


“엥? 교과서 갑자기 왜 하늘에서 떨어졌지?”


교과서를 주워 든 김 대리가 하늘을 살폈다. 김 씨와 박 반장도 덩달아 주변을 살폈다.


“저거, 저게 뭐야?”


박 반장이 높게 솟아오른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나무의 굵은 나뭇가지에는 검은 뭔가가 걸려있었다.


“저거? 얘들 가방 아닙니까?”


“가방이요? 그러고 보니까 그렇게 보이네요.”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검은 가방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근데 누가 저런 높은 곳에 걸어놨지?”


김 씨가 턱을 쭉 내빼고 나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신기하네요.”


“무시하고 그냥 갑시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 그냥 지나가고 싶었다. 왜 저 높은 곳에 가방이 걸려있을까?

갑자기 저번 사무실에서 실종되었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설마’


무서운 생각을 잊기 위해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낯익은 길이 보였다.

게다가 어렴풋이 들리는 작업소리.

현장에 거의 도착한 게 분명했다.

천천히 걸어 나가도 괜찮았지만 괜한 불안감에 뒷사람들을 제쳐두고 뛰어나갔다.

좀 뛰어나가자 작업현장과 일을 하고 있는 인부들이 보였다.


“후우, 후우”


“어, 소장님!!”


나를 본 인부 하나가 놀라며 말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 소장님, 헥, 왜 갑자기 뛰세요? 헥”


김 대리가 헐떡이며 내 뒤를 따랐다.


“박반장님이랑 김씨는…….”


놀란 인부가 묻자 김 대리가 손으로 뒤를 가리켰다.


“뒤에서 오고 있어요. 물 없어요? 물 좀 주세요.”


인부는 김 대리에게 물통을 건네줬다. 물통을 건네받은 김 대리는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안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물통을 건넸다.


“부장님, 여기 물 좀 드세요”


“빨리도 챙긴다.”


나는 물통을 낚아채 듯 뺏어냈다.


“근데요, 박반장님이랑 김씨가 오는 거 맞아요? 아무도 안 오는데, 인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인부의 말에 나와 김 대리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어두컴컴한 숲이 있었다.


“분명히 뒤에서 따라오고 계셨는데”


김 대리는 그렇게 말하며 숲으로 들어가려 했다.

순간 무의식적으로 김 대리의 팔뚝을 잡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후 몇 시간이 지나도 박 반장과 김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11



간만에 회사간부들에게 제대로 까였다.

느려터진 공사속도와 소홀한 예산관리 그리고 안전사고.

당장 무슨 수를 쓰라고는 했지만 눈앞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보고나니, 숲에 가기조차 꺼려졌다.


“박 반장님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되네요, 부장님 어쩌면 좋을까요? 이러다가 공사 말아먹어서 잘리는 거 아닐까요?”


김 대리의 질문에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그 날, 박 반장이 사라진 그 날 이후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다.

눈앞에서 겪어버린 기이한 사건들 때문에 그동안은 눈곱만큼도 믿지 않았던,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냉커피를 홀짝이며 투덜거렸다.


“미치겠네, 진짜 그 숲 정체가 뭐야?”


“경찰에서도 전혀 손을 쓰고 있지 않아요. 숲에서 사람이 실종 되었는데, 숲은 가장 나중에 찾아보겠대요. 제가 정말 어이가 없어가지고”


짜증이 났는지, 김 대리가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


“돌겠네, 진짜 공사는 공사대로 망치고,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하여튼 여기 온 뒤부터 되는 게 없네.”


“근데 저희가 정말로 실수한 거 아닐까요?”


“실수라니?”


“처음에 마을 어르신들이 경고했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헛소리하지 말라며 김 대리에게 면박을 줬겠지만 나도 보고 느낀 게 있는지라 김 대리의 말에 수긍했다.


“저기 그 숲 말이에요”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미스 김이 입을 열었다.


“응, 미스 김, 뭐 들은 거 있으면 말해 봐”


“제가 마을에 사시는 어떤 분한테 들었는데 그 숲에 무덤이 굉장히 많대요. 옛날부터 이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 숲에 묻혔다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숲에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거 아닐까요?”


미스 김의 말에서 뭔가 한기가 느껴졌다.


“무, 무덤이요? 부장님, 근데 숲에 갔을 때 무덤은 없지 않았어요?”


김 대리의 말이 맞았다. 지난 번 숲에 깊숙이 들어갔을 때, 무덤은 구경조차 못했다.


“무덤은 없었는데, 그거 혹시 미스 김 겁주려고 그 사람이 거짓말 친 거 아냐?”


“그건 저도 모르죠.”


“어쨌건 그 무덤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욱 가기 싫어지는데요?”


김 대리의 얼굴에 말 못할 공포가 느껴졌다. 물론 숲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한 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공포였다.


“김 대리 어쩌지?”


“뭐가요?”


“며칠 뒤에 작업현장에 감사가 와서 우리 오늘 현장에 가야 돼”


내 말에 김 대리의 안색이 새까맣게 변했다.

김 대리는 종이컵을 구기더니 테이블에 놓았다.

테이블에는 다 마셔서 비어있는 빈 종이컵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았다.






12



“김 대리, 무슨 연락 받은 거 없었어?”


“없었는데요.”


나와 김 대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화를 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막 도착한 작업현장에는 일하고 있어야 할 인부들이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어디로 갔는지, 고요함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설마 다 관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얼빠진 모습을 한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순간 김 대리가 영원할 것만 같던 정적을 깨뜨렸다.


“저, 저기 박 반장님?!”


김 대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작정 숲을 향해 뛰어갔다.


“뭐야? 김 대리!!”



나 역시 김 대리를 뒤쫓아 숲으로 뛰어들었다.

김 대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구 뛰어 들어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김 대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멈췄다.


“김 대리, 뭔데 그렇게 뛰어?”


“아니, 헉헉, 박 반장님을 본 거 같은데, 헥”


“뭐? 박 반장? 김 대리 혹시 뭐에 홀린 거 아냐?”


어느덧 진정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숲의 안쪽이었다.

순간 저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재빨리 왔던 길을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순간 숲 여기저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김 대리가 박 반장으로 착각한 게 이 마을 사람들 같은데?”


“그러게요”


순간적으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며 계산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기이한 사건들 그리고 내 눈앞에 서있는 마을사람들.


그렇다.

잦은 기계고장은 마을 사람들이 공사현장에 몰래 들어와 기계를 망가뜨린 것이고, 그 족제비 수염 영감의 머리도 그 날 사고 현장에 있었던 마을 사람이 숨겨놓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그렇다.

지금 눈앞에서 나와 김 대리를 노리는 이들이 저지른 짓임이 분명했다.


“인부들도 이런 식으로 당했을까요?”


“그렇겠지”


마을 사람들은 흐릿한 눈으로 나와 김 대리를 응시했다.


“지금이야!! 튀어!!”


나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 뛰었다. 김 대리 역시 내 신호를 듣고, 곧장 나를 따라 냅다 뛰었다.

방금 전에도 뛰어서 힘이 들었지만 멈추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부장님, 앞에 통나무집이”


저런 곳에 숨어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통나무집에 있던 전기톱이 떠올랐다.


“김 대리, 일단 저 집으로 들어가자”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데 김 대리가 멍하니 서있었다.


“뭐야? 왜 서있어?”


“다리가, 다리가 안 움직여요”


“뭐?”


뒤를 본 순간 마을 사람들이 미친 듯이 뒤쫓아 오는 게 보였다.


“부장님, 도, 도와주세요. 제발”


김 대리는 자신의 다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내게 애원했다.

정말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내 뒤로 김 대리가 절규했다.


‘젠장’


통나무집에 들어간 나는 다짜고짜 전기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뭐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바깥에는 언제 도착했는지 대략 스무 명 정도의 마을 사람들이 통나무집 주변을 둘러싸고 서있었다.


“당신들, 뭐야?! 도대체 왜 이래?”


내가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아까처럼 흐릿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나 무서워 겁을 주기위해 전기톱의 시동을 켰다.


“드르르릉”


전기톱이 무섭게 진동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별로 무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잇!!”


난 분명히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 휘둘렀다.

당연히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휘두른 전기톱에 맞은 그 사람은 처참하게 잘려나갔다.


“촤아아악!!”


그 사람의 몸에서 튀어나온 피와 살점파편들이 나를 뒤덮었다.

마을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전기톱을 마구 휘두르며 돌진했다


그 와중에 사람 여럿이 전기톱에 썰려나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망갔다.

미친 듯이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한참 뛰어 마을 사람들이 안 보일 때 쯤 갑자기 오른쪽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무심코 움직이지 않는 오른발을 내려다봤다.

바지는 이미 사람들의 핏물과 살점으로 얼룩져 있었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뭐야? 왜 안 움직여?”


순간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며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들 인 게 분명했다.

너무나 무서웠다.


“씨발 진짜!!”


결국, 나는 이를 악물고 전기톱으로 내 오른쪽 다리를 썰어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전혀 아프지가 않았다. 이상한 기분에 다리를 쳐다봤다.

톱날이 박힌 내 허벅다리에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나이테?’


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숲으로 향했다. 그들은 저마다 숲의 안쪽을 돌아다니며 실종된 사람들을 찾았다.

숲의 안쪽, 깊숙한 곳에서는 그동안 실종되었다고 전해지는 사람들의 사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이거 심각한데요? 저기 봐요, 나무에 사람이 목을 매달고 있어요.”


방독면을 쓴 사내가 나무 위를 가리키자,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하나가 검은 가방을 맨 채로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이거 너무 사체가 많은데요? 아니, 도대체 이렇게 얼마나 방치를 해둔건지”


“이봐, 여기 봐. 이사람 다리가 나무뿌리사이에 낀 채로 죽어있어, 어서 빼내자”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죽은 시체를 다리를 뽑아냈다.


“뚜둑”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 시체의 다리가 흐느적거리며 빠져나왔다.


“그동안의 실종된 사람들 모두 찾을 거 같은데요?”


“그러게 말이야”


“여기 이 사람은 도대체 뭘 본 걸까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전기톱에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이 누워있었다.


“끔찍한 걸?”


그 남자 주변에는 전기톱에 베였는지 깊게 상처가 난 나무들이 서있었다.


“그나저나 숲에 환각물질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었다니”


“그게 이 숲에서 뱀한테 물린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검사결과 환각물질을 일으키는 약물반응이 보였다는군. 그렇게 해서 알아냈다던데?”


“그래요? 그러면 그동안 숲의 저주는 다름 아닌 환각물질을 일으키는 식물이었던 거네요. 듣기로는 처음 발견된 물질이라던데”


“그렇지”


그들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사체를 옮겼다.



어디서부터 환각이었을까?

방독면을 쓰고 다리가 잘린 사체를 옮기던 남자가 물었다.


“근데 누가 이렇게 돌아다닌 걸까요?”


“무슨 소리야?”


“아니 주변을 봐요, 발자국이 어찌나 많은지”


그들 주변 흙길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김 대리는 자신이 가져다준 냉커피를 들이마시는 부장을 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미스 김은 누구야?’




출처 : 웃대 ‘패랭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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