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거리에는 참치가 많다?! - 원소영 (방송작가,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저자)

※ 지난 5년간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필자의 이야기다. 무턱대고 시작한 프로방스에서 그녀가 어울리고 아로새긴 그곳에서의 속살들이다. 그녀의 프로방스 이야기 [2] - 프로방스에는 똥이 많다 “으악! 여기도 있어, 으악!” 프로방스에 놀러 온 친구가 길을 걸으며 5분 간격으로 비명을 지른다. 조금 전까지 중세시대를 여행하는 것처럼 도시가 아름답다며 감동하더니, 지금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발밑을 본다. 방금 전에 개가 실례를 한 것 같다.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개똥을 피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왜 이렇게 길에 개똥이 많을까? 그 이유는 뻔하다. 개주인의 몰지각함과 이기심 때문이다. 어쩌면 잘못된 관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사람들의 개와 고양이 사랑은 유명하다. 그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다. 그래서 ‘개들의 대모’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인의 개고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쑥불쑥 공격적인 말을 퍼부었다. “가족 같은 개를 먹다니?” 그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가 무턱대고 개고기 문화를 욕하는 것은 기분 나쁘다. 왜냐고?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동물을 먹으니까. 그들은 우리가 귀여워하는 토끼를 먹고, 비둘기도 먹는다. 심지어 달팽이까지 먹는 그들은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 저녁으로 개와 산책을 즐기는 것은 기본이고 외출할 때도 개를 데리고 다닐 때가 많다. 말이 애완견이지 데리고 다니는 개들은 송아지만큼 크다. 개를 좋아하는 나도 움찔해질 정도로 크고 무시무시한 개가 많다. 다행히 겉보기와 달리 대부분 순하다. 얼마나 훈련을 잘 시켰는지 주인에게 복종하고, 사람들이 곁을 지나가도 짖지 않는다. 순한 양이 따로 없다. 가끔 길에서 동족끼리 으르렁거리는 경우가 있지만 사람들을 물거나 대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사랑하는 개의 배변 훈련을 안 시켰을까? 훈련이 불가능해서일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배변 훈련을 따로 시킬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개들에게 그리고 개 주인들에게는 거리가 모두 화장실이니까. 짐작하겠지만 개 주인이 개를 산책시키는 이유는 개가 밖에서 볼일을 보라는 의미라고 한다. 프랑스어 시간의 개똥 분쟁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개 주인이 개의 배설물을 치우면 거리에 개똥이 뒹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고, 개똥 청소를 전담하는 청소부를 두느라 세금을 낭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길을 걷다가 개똥을 밟는 불상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똥을 치우는 개 주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리 곳곳에 개똥 수거용 비닐봉지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이곳에 사는 동안 개가 싼 것을 치우는 주인을 딱 한 번 보았다. 프랑스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못 말린다며 혀를 찬다. 특히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비판한다. 개똥을 거리에 버려두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개 주인은 끄떡도 하지 않고, 그런 개 주인을 처벌하는 꼴도 못 보았다면서 흥분한다. “이웃집 개도 매일 우리 집 앞에다 볼일을 보는데 개주인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거 있지? 이웃 간에 싸울 수도 없고……. 정말 스트레스야, 스트레스!” 내 프랑스어 선생님 탕카니도 개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수업 시간에 개똥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우리보다 더 흥분하면서 몰지각한 이들을 흉보았다. 개똥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왜 그들은 그렇게도 개를 사랑하면서 개똥은 나 몰라라 하는 걸까? “참치다, 참치!” 오늘따라 유난히 거리에 개똥이 많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앞서가던 여학생이 푸짐한 것을 밟고 고래고래 소래를 지르기 시작한다. 신발을 길바닥에 직직 닦아내는데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 이렇게 길을 걷다 보면 개똥을 밟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나 역시 이런 불쾌한 경험을 하고 이를 간 적이 있다.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몰지각한 이들보다 더 나쁜 사람이 개똥을 치우지 않는 개 주인이라며 혈압을 높인 적이 있었다. “조심해! 또 똥이야!” 길을 걷던 친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나가던 프랑스 아줌마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프랑스어 발음 똥(thon)은 참치를 뜻한다. 그러니까 그녀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길바닥을 가리키며 “참치다!”라고 외쳐대는 상황이었다. 길바닥의 개똥을 보며 “참치다, 참치!” 하는 동양 여자가 얼마나 이상했을까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음 순간, 우리는 눈을 찡긋거리며 암호를 정했다. 앞으로 개똥을 보면 참치를 외치기로. 그날 우리가 엑상프로방스 거리를 산책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참치를 불렀는지 모르겠다. 당분간 참치는 고사하고 참치 통조림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 4월, 프로방스 거리가 누렇게 반짝인다. 원소영 작가.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책이있는풍경, 2013)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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