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 사고는 진화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가? 동물의 신경계는 신호와 정보를 받아들이고 계산, 판단해서 행동(반응)을 지시하는 체계이다. 이것이 해파리나 지렁이로 부터 조류, 포유류에 이르는 모든 동물들의 신경계의 기능에 대한 요약이 된다. 호두알을 까는 까마귀 신경계가 복잡화되면, 복잡한 행동이 가능하게 된다. 둥지를 짓는 새처럼 개체들이 가진 절묘한 기교들을 비롯해서 사회적 생물들, 개미나 벌 들의 놀라울 만큼 복잡.정교한 행동들이 좋은 예가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동들은 모두 유전자에 의하여 미리 프로그램된 (hardwired) 기능들일 뿐이다. 충분히 복잡한 신경계는 지능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까마귀가 호두알을 차도에 떨어뜨려 놓고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차바퀴에 단단한 호두껍질이 깨지면 연한 속부분을 먹는다던가, 유인원들이 막대기나 돌맹이 등의 도구와 팀웍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고정된(hardwired) 펌웨어(firmware)가 지시하는 행동일 수가 없다. 인간들의 도구발명과 농경기술, 물물교역과 상업, 기록문자와 창작, 건축과 도시계획, 전쟁기술, 인간관계와 처세술, 자산가치의 평가나 자본의 투자와 회수의 효율성과 리스크의 분석, 상업적 혹은 정치종교적 심리조작기술 ... 이와 같은 것들은 모두 지능에서 나온다. 한편 지능은 객관적 사실이나 선(善) 뿐만 아니라 욕구, 이기적 탐욕, 지배욕, 복수심 등의 감정과 본능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능범죄'라고 하는 조어가 성립된다. 그리고, 기계에도 지능이 있다. 인간의 지능을 닮은 인공지능도 가능해지고 있다. 지능이란 정보처리체계이며 유연한 사고능력이며 생존과 번식이라고 하는 진화의 목적에 따라 발생한 신경기능일 뿐이다. 지능의 거대한 대지 위에 겨자씨 만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뿌려졌다. 그 씨에서 알고자 하는 열망(호기심)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서 이성(reason)의 나무가 되었다. 이성은 이기적 지능, 혹은 2차대전 후의 하이데거와 같은 나치 부역자 딱지가 붙은 철학자들이 굳이 만들어 내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이 아직도 사용하는 개념인 '도구적 이성'과는 달라서, '나'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나'는 무엇이며 왜 '나'는 이기적으로 생겼을까 하는 등 본질적인 해답을 찾는 데에 관심이 있다. sc_a20140311_1559.jpg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사유는 인간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는 과연 우리의 생존과 진화에 부합할까? 에고라는 훼방꾼을 싫어하는 이성 이성은 '나'의 본능적 욕구와 감정, 그리고 주관과 직관의 오류를 초월해서, 존재와 현상을 객관적으로, 실증적 증거와 물샐틈 없는 논리에 입각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성은 나의 주관과 욕구를 경계하며 지양한다. '나'에게 유리한 판단을 늘 요구하는 ego 라고 하는 훼방꾼을 가장 싫어한다. 본능, 감정, 욕망 그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순수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진리를 발견하는 데에 결정적인 방해가 되기 때문에 싫어한다. 스탁옵션이 만기가 되기 전에 이문을 올릴 수 있을까, 잠재적 횡재가능성과 리스크는 어떤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지능이고, 이 증권시장이 왜 들쭉날쭉이며 궁극적으로 경제현상이 어떻게 변화될까... 자본주의와 인류와 지구의 궁극적인 미래는 무엇이며,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스스로의 운명을 몰고가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성이다. 나의 투쟁이 당장 내가 생존해 있는 기간 중 나에게 어떤 이득이나 혜택을 줄까 하는 것을 따지지 않고, 당장 혹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게 무슨 혜택이나 손해가 생기는 가를 떠나서, 무엇이 궁극적으로 옳은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이성이다. 이성, 진화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우발적 현상 효율적 임기응변이나 편리한 거짓말 보다 사실, 진실, 진리를 이성이 늘 선호하는 까닭은, 궁극적으로 볼 때 사실, 진실, 진리보다 더 나은 거짓이나 허구는 없다는 것을 이성은 경험과 검증을 통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인내하며, 사실과 진리를 알고자 하며, 주관과 감정과 이기적 판단에 휘둘리는 것을 싫어하며, 겸손하며, 소박하며,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않으며 ('나'라고 하는 것을 중요시 하지 않는데 무엇을 자랑하랴), 나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옳음을 추구하며, 단기적 미봉책 보다는 궁극적, 보편적 해답을 추구하며, 즉각적 보상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영원함의 모습을 추구하는 그 자체를 보상으로 여긴다. 이성은 진화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우발적으로 출현한 현상이다. 이성은 유일하게 비진화적인 생명현상이다. 이성의 나무는 자라나서 학문과 윤리와 예술 -- 진선미의 열매를 맺었다. 이성은 인생항해의 등대요 나침반이요 북극성이며,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