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탈북자' 열풍 왜일까? - 정선기 (칼럼니스트, 소셜필름큐레이터)

남북관계 혹은 가족에 대한 '이념'을 조명한 영화 <붉은 가족>에서는 남파된 네 명의 간첩들의 위장생활을 보여줬는데, 배우 정우가 김유미, 손병호, 박소영 등과 함께 생활밀착형 간첩으로 변신해 눈길을 모았다. 사진출처 : 영화 <붉은 가족>   분단 현실 배경으로 휴먼드라마에 적격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장성택 처형 등 김정은 권력 이양기를 맞아 체제간 대립상황을 배경으로 한 탈북자(북한이탈주민)나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개봉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초 개봉된 영화 <베를린>부터 올해 영화 <용의자> 그리고 최근작 <신이 보낸 사람>에 이르기까지 충무로에 이른바 '탈북자' 영화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얼까?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6년 기준 매년 1,000명이 넘게 들어오던 탈북자들은 2014년 현재 매년 1,500명이 넘게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 <태풍><크로싱><국경의 남쪽>처럼 2006년도 한 때 스크린에서 불어닥쳤던 탈북자 열풍이 재현될 조짐이다. 그동안 다소 경계의 눈빛을 보내거나 무관심했던 탈북자 이야기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펼쳐지고 케이블 방송 등에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고 배타적이기보단 다문화 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처럼 따스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현상이 다시 시작된 건 지난해 초 개봉된 영화 <베를린>부터였다. 지난해 1월말 개봉돼 호평을 얻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은 공간적 배경을 휴전선이 아닌 베를린으로 옮겨와 북한의 권력교체기에 상징적인 도시 베를린,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절대가치가 사라진 무정부 도시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권력자들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화는 당의 명령에만 충성해오며 백전백승을 자랑해온 인간병기 표종성(하정우 분)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버려지면서 그를 숙청하고 베를린 북한공관을 장악하기 위해 투입된 음모세력 동명수(류승범 분) 부자와의 결투를 그려냈다. 권력의 부조리에 의해 희생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본 아이덴티티> 등 미국의 첩보원 제이슨 본 시리즈나 베를린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동료의 자살과 아내의 숙청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곤경에 빠진 첩보원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이퀼리브리엄> 등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국가 권력에 허를 찔린 국정원 첩보원 정진수(한석규 분)와 함께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이야기를 <짝패><부당거래> 등 작품 속에서 하류인생의 살냄새 풍기는 척박한 삶과 거대한 자본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던 류승완 감독이 권력의 도구로 내버려지는 첩보원들의 애환과 상처를 소시민적 휴머니즘을 통해 조명해 관심을 모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은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절대가치가 사라진 무정부 도시 베를린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권력자들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진출처 : 영화 <베를린>  가족애가 강조된 '또 하나의 국민' 탈북자 영화 <베를린>은 이른바 '분단 첩보액션'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영화 <쉬리><공동경비구역JSA>를 이어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 버려지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이들에게서는 가족이란 트라우마에 갇혀 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소시민적인 비애가 느껴졌다. 특히, 영화 <베를린>에서 표종성이 아내 련정희(전지현 분)를 지키기 위해 덫임을 알면서도 적들에게 나간 것처럼 <은밀하게 위대하게><동창생><용의자>의 주인공으로 나선 캐릭터들에게는 한결같이 가족이라는 진한 삶의 페이소스가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간첩이나 탈북자 소재 영화에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꽃미남 첩보액션'이란 계보를 형성하는 듯 보인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이름을 알린 장철수 감독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꽃미남 남파 간첩을 소재로 한 첩보액션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탈북자의 시선에서 북한으로부터 버려진 첩보원들의 의리와 가족애를 카메라에 담았다. 더욱이 이들 탈북자 소재 영화들은 분단이라는 상황을 채용해 극중 간첩이나 탈북자들의 정체성을 조명했으나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동창생> 심지어 <용의자>까지도 배우들의 잘 생긴 외모가 오히려 극중 캐릭터 공감에 장애물이 되기도 하면서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겼다.  배우 김수현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지적장애인과 교과서적인 첩보원을 오가는 절정의 연기력으로 전국에서 700만명에 이르는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사진출처 :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꽃미남 간첩 등장, 관객과 거리-시선 변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을 비롯한 이현우, 박기웅 그리고 <동창생>의 최승현(빅뱅 '탑'), <용의자>의 공유는 청년들이나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탈북자는 낯설거나 차가운 사람이라는 그동안의 선입견에서가 아니라, 저마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고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휴머니티'를 통해 관객과 캐릭터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일조한 듯하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스타성을 과시한 배우 김수현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지적장애인과 교과서적인 첩보원을 오가는 절정의 연기력으로 전국에서 700만명에 이르는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티켓파워를 확인시켰다. 특히 이 영화는 설 연휴 특선영화로 편성돼 13.7%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도 기록했다. 남북관계 혹은 가족에 대한 '이념'을 조명한 영화 <붉은 가족>에서는 남파된 네 명의 간첩들의 위장생활을 보여줬는데, 나중에 tvN '응답하라1994'를 통해 인기를 얻은 배우 정우가 김유미, 손병호, 박소영 등과 함께 생활밀착형 간첩으로 변신해 눈길을 모았다.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용의자>는 첩보액션에서 가슴 뭉클한 부성애와 연민을 느끼게 했다. 사진출처 : 영화 <용의자>   <용의자><신이 보낸 사람>, 연민과 충격을 전하는 지옥도 지난해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용의자>는 첩보액션에서 가슴 뭉클한 부성애와 연민을 느끼게 했다. 영화 <구타유발자들><세븐 데이즈>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서스펜스와 내러티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극한액션을 선보였다. 비극미를 통해 '그들이 간첩이나 탈북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짙은 연민을 자아냈다. 이 영화 역시 로맨틱남 공유가 액션배우로 변신해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영화적 재미는 캐릭터를 따라가는 내러티브보다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도심 카체이싱, 격투씬 등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롱숏을 통해 전하는 서스펜스를 통해 영화적 감흥을 만들어냈다. 이들 작품에 이어 얼마 전까지 화제가 됐던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실사 다큐멘터리를 극 영화에 삽입하면서 북한의 인권 탄압 현실을 재해석한 북한판 '지슬'이라 할 만하다. 종교적 자유와 인간의 생각마저 왜곡시키는 세습정치의 희생양이 된 북한 내 기독교인들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숱한 탈북을 시도하며 들짐승보다 못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이미 자본의 노예가 된 두만강 초소의 먹먹한 풍경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 어떤 믿음과 희망도 허락지 않는 지옥도를 경험케 하는 동시에 극중 구원과 용서는 오직 신의 영역임을 확인시키며 앞서 소개한 영화들과 달리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스크린에서 탈북자나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때로는 휴먼드라마로, 지옥도를 경험케 하는 리얼리티가 강조된 첩보물로 관객들을 찾았는데, 동일한 소재의 반복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는 증가하였지만, 국민들의 이들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해 가는 데 공헌한 듯 보인다.  앞으로도 스크린 속에서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탈북자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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