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다시 태어난 바람의 나라, 디렉터 '태성이 형'은 긴장했다

[인터뷰] 슈퍼캣 '바람의 나라: 연' 이태성 디렉터

<바람의 나라: 연>이 7월 15일 출시됩니다. 게임의 개발은 슈퍼캣의 이태성 디렉터가 책임지고 있는데,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 사이에선 '태성이 형'으로 유명합니다. 새해 인사에서 도사 분장을 하고, 최근에는 로고송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하면서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유저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그의 이름 태성은 <바람의 나라> 도적 4차 승급명이기도 하지요.


8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만난 이태성 디렉터는 '형'이라고 부를 만했습니다. 부여성에서 갑옷 파는 뭉치처럼 푸근한 인상으로 느릿느릿 <바람의 나라: 연>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요즘 통 잠을 못 잘 정도로 긴장했다는 이태성 디렉터였지만, '인생 게임' <바람의 나라>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은 세시마을에서 단오 이벤트를 하고 나온 듯 반짝거렸습니다.



<바람의 나라>를 엄청나게 좋아했다고 들었다.


1999년 <바람의 나라>가 전성기였는데 그때 플레이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가이드북 보면서 게임 열심히 했다. 온라인게임의 존재를 알게 해준 것이 <바람의 나라>고, MMORPG란 무엇인가 알게 해준 것이 <바람의 나라>다. 슈퍼캣 창립 멤버들 모두 <바람의 나라>를 좋아한다. <돌키우기>라는 게임에는 <바람의 나라>에 대한 오마주도 들어있다. <바람의 나라>는 내 인생 게임이다.



좋아하는 거랑 잘 아는 거랑 다르다고 생각한다.


2차 승급 나올 때 딱 시작해서 열심히 했다. 고등학생 때 한 달에 통신 요금이 48만 원 나온 적도 있다. 엄마한테 맞지는 않았고, 다음부터는 죽인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후에는 어떤 친구가 이용권을 사줘서 계속 플레이를 하고 그랬다. 배돈(유명 <바람의 나라> 스트리머)과 사석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가 내가 <바람의 나라>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웃음)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옮겨온다는 책임감이 막중할 거 같다. 


앞서 말했듯 슈퍼캣 창립 멤버들 모두 <바람> 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면 진짜 잘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책임감보다는 "와 재밌겠다"라는 생각부터 했다. 그런데 원작을 모바일로 옮기다 보니 좌충우돌도 많이 생기고, 사명감도 점점 커졌다. <바람의 나라>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게임 아닌가? <리니지>와 함께 MMORPG 시장을 양분하기도 했던 게임이다.


선배 개발자분들이 빛나는 IP를 만들었는데, 나는 그걸 즐겼던 <바람의 나라> 키드였다. 작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점점 어깨가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유저분들이 납득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크다. 요즘은 긴장해서 그런지 한 달 반 동안 자다가 게임 걱정에 깬다. 자다 깨서 "괜찮은 거 맞나" 싶어서 게임 한 번 실행해보고 그런다. 막 안 좋은 걱정은 아니고, 머릿속에 생각이 되게 많다.



# 바람의 나라 모바일로 제대로 살리기 위해 안 한 게 없는 '태성이 형'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되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바람의 나라>가 버전 별로 조금씩 달라서 참고할 게 엄청 많다. 먼저 넥슨이 복각한 <바람의 나라 1996>에서 초창기 헤어를 비롯한 캐릭터 세팅을 봤다. 작년에 열린 넥슨 전시회도 가서 열심히 봤다. 중고 서점을 싹 뒤져서 <바람의 나라> 가이드북을 버전 별로 전부 입수했다. PC <바람의 나라> 팀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가지고 있던 소스나 스크립트를 활용했다. 



<바람의 나라> 만화 원작자 김진 작가는 찾아뵈었나?


정말 많이 뵈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못 뵈었는데, 게임 스타트할 때 작가님께 찾아가 브리핑을 했다. 이후로도 빌드 나오면 보여드리고, 구체적인 설정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았다. 한 번 찾아가면 6시간 넘게 있고 그랬다. 타이틀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도 작가님의 그림을 받아서 직접 새로 스캔한 거다. 김진 작가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서 그에 대한 감사 차원으로 환수 이름 중에 '포포'가 있다. 포포는 작가님이 실제로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다.



<바람의 나라: 연> CBT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디테일에 많이 놀랐다. 'Loading Maps'라는 메시지와 함께 불을 뿜는 용이라거나...


게임 실행할 때 나오는 로고 오프닝도 완전히 새로 만든 거다.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띠리링' 하고 넥슨 로고가 등장하는 그거. 예전 거는 도저히 화질을 맞출 수가 없어서 새로 만들었다. 움직임마다 보고 따라서 그린 거다. 자세히 보면 파란색의 색깔이 다르다.



장돌뱅이나 주모한테 "비싸"라고 입력하면 <바람의 나라>랑 똑같이 대응하더라. 그것도 재밌었다.


그렇게 쳤는데 안 나오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나. NPC의 대사는 마침표 하나까지 다 찾아서 반영해놨다. 특정 울타리는 충돌이 적용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갈 수 있는 주막 버그 같은 것도 구현이 되어있다.

o키를 눌러서 문을 닫고, 파란열쇠로 잠궈버릴 수 있었는데 그것도 들어가나?


고민했다가 뺐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뺀 게 정말 많다. 우물을 통해서 맵으로 들어가는 거라던지... 개중에는 어셋만 만들어놓은 것들도 있다.



CBT 버전에 한두고개(십이지신의유적 동쪽 필드. 미로 같은 맵을 돌아다니며 특이한 색깔의 다람쥐를 잡을 수 있다)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굳이 없어도 되는 지역 아닌가?


추억을 줄 수 있는 건 대부분 만들었다.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아닐 수도 있지만, 괜찮을 것 같아서 넣었다. 미로 콘셉트에 맞게 다른 맵과 달리 미니맵에 적이 표시가 안 된다. 



감옥이 들어가는지 궁금했다. 원래는 비매너 유저를 일정 기간 가두던 공간이었다가, 유저들이 커뮤니케이션하던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나오지 않는다. 감옥이 없기 때문에 죄수복도 없다. 개인적으로 비매너 유저들 정지를 먹이는 것보다 감옥에 보내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보긴 했다. 



아까 잠깐 충돌 이야기를 했는데, 플레이어 간 충돌이 없다. 비영승보(도적) 타고 다니거나 차폐(도사) 하거나 소환비서를 쓰는 재미가 없겠다.


그런 충돌이 없어서 많은 유저께서 아쉬워했다. 왜 옛날 <바람>에 길막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나. 뱀굴 1에서 뱀굴 2로 가야 하는데 "돈 주면 비켜주겠다" 이렇게 서있기도 했고. (충돌로 인해 빚어지는) 그런 모습들이 추억으로 재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되면 스트레스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마을이나 기본 사냥터에선 충돌 없이 가기로 했다. 대신 소규모든 대규모(신수쟁탈전)든 PvP 콘텐츠에는 충돌을 넣었다. 캐릭터와 몹 사이의 충돌도 있다. 



# 정점에서 시작하는 <바람의 나라: 연>, 똥은 안 나온다


<바람의 나라: 연>이 되살린 시점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유효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구버전도 아니고, 구버전/신버전 같이 할 때 신버전 느낌인데, 궁사가 나오기 전이면서 환상의 섬 나온 이후, 무료화가 막 되던 시점(2005년 이후) 정도라고 생각했다.


<바람의 나라>가 90년대 서비스를 시작해 점점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2000년대 지나가면서 인기가 팍 올라갔다. <바람의 나라>가 정점을 기록하던 때의 느낌을 드리려고 하고 있다. 오픈 빌드로 따지면 1999년에서 2001년 정도의 플레이 감각을 드리려고 하고 있다. 


어떤 스트리머가 서른 시간 넘게 <바람의 나라: 연> 플레이하는 모습을 생중계하셨는데, 그분이 흉가에서 룹사(그룹사냥)을 하다 보니 예전 플레이 스타일이 느껴진다 코멘트를 했다.


그런가? 기자는 자동을 켜놓고 사냥하는데 예전 느낌이 안 들었다. <바람의 나라>가 컨트롤이 쉽지 않다. 주술사의 경우, u 연타(동동주 사용) 하면서 마비, 중독, 저주 돌리고, 기원이랑 공증(공력증강)으로 체마 채워가면서 딜 집어넣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동으로 대체되니 아쉬웠다.


CBT는 게임 체험의 압축 버전이다. 만드는 입장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얻으려면, 플레이 하시는 분들이 여기까지 해주셨으면 하는 지점이 있고, 1차 CBT 때는 그게 지존이었다. 당시엔 룹사를 굳이 안 해도 됐다. 파이널 CBT만 와도 룹사와 컨이 필요하다. 파이널 CBT 해보신 분들이 옛날 <바람> 같다고 많이 말씀 주셨다.


오픈 빌드에서는 룹사의 맛, 격수(전사, 도적) - 비격수(도사, 주술사)의 차이까지 느낄 정도로 잘 해놨다. 내가 만든 게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룹사가 진짜 재밌다. 3D가 아니다 보니 시인성도 되게 좋다. 



오픈 빌드에는 국내성, 부여성과 십이지신의유적까지 나오는 것으로 안다. 그 다음엔 뭐가 나올까?


북방대초원과 산적굴을 개발 중이다. 한달 주기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똥 나오나? (일본에 가는 길에 고래사냥 이벤트가 뜨면, 고래가 갑판 위에 똥을 드랍했다. 먹을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아이템이다)


똥! (웃음) 필드 위에서 떨어뜨리면 냄새 난다고 도망가지 않았나? (웃음) 최근까지 고민했는데, 너무 시기가 늦고 오픈 준비도 해야 하다보니 못 들어갔다. 개발팀 안에 그런 아이디어가 모아진 '곳간'이 따로 있다. 옛날 아이템 중에 담배도 있었는데, 곳간에만 들어있고 게임에는 빠졌다. 플레이어들끼리 오목 하고 놀던 기원은 언젠간 집어넣으려고 준비 중이다.


# <바람의 나라: 연> "추억 이상의 재미 드릴 수 있다"


사람들이 추억 하나만으로 게임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순수하게 모바일 MMORPG로 <바람의 나라: 연>이 재밌는 이유가 있나?


시중에 나오는 게임을 다 해보는데 <바람의 나라: 연>만큼 MMO스러운 게임은 없다고 본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렇게 유저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게임이 잘 없다. <바람의 나라>가 그런 커뮤니티 스러운 포인트에 굉장히 강점이 있는 게임이다. 사냥과 성장이 다가 아니다.


모바일 MMO에서 채팅을 별로 안 하지 않나? 전체채팅 조금 하고, 길드채팅 하는 정도인데, 경험상 길드에서 채팅을 해도 받아주는 분이 많이 없었다. 게임 안에서 단톡방까지 지원할 정도로 커뮤니티에 신경을 썼다. 게임 안에서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들은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여행 좋아하는 분들은 모여서 여행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바람의 나라: 연>은 세로모드를 지원한다. 모바일게임에서 왜 채팅을 안 하는지 생각해봤는데, 가로로 길어진 키보드 바가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MMO에는 채팅이 빠질 수 없는데, 우리는 그걸 쉽게 즐길 수 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유저와 유저의 연결이 중요한 게임, 접속이 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게임이다.

게임에 들어간 단톡방과 오픈 채팅,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가? <바람의 나라: 연>도 솔로잉 구간이 굉장히 많은 게임 같았는데.


처음부터 파티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허들이라고 생각했다. 적응을 좀 길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오픈 빌드로 따지면 해골굴부터는 솔로잉이 힘들어진다. 그 다음에 깹굴(도깨비굴) 같은 데가면 올라간 난도가 확확 느껴지게끔 했다. <바람의 나라>처럼 상위권 사냥터에선 룹사에 대한 니즈가 강할 거라고 느낀다.


레이드 콘텐츠의 경우, 처음엔 공략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조정했다. 그래서 바로 보스를 만날 수 있게끔 지름길을 추가한 거고 보상에 약간의 차이를 둔 것이다. 아무래도 모바일이다 보니 이렇게 난이도를 낮춘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온라인게임 하는 기분을 충실히 잘 살렸기 때문에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 <바람의 나라>에서는 Ctrl + W만 누르면 서버에 몇 명이나 접속했는지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바람의 나라: 연>이 '연결되어있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찌?


우선 '실시간 랭킹'이 <바람의 나라: 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볼 수 있다. 레이드 같은 경우에도 다른 유저랑 함께 플레이해야 하며, 문파나 남북대전 같은 요소들도 차츰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름값 있는 게임을 책임지고 되살리고 있다 보니 유저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맞다. 이제는 태성이 형이라는 말이 익숙하다. 친근감 느껴주시는 거 같아서 좋다. 내 표정을 보더니 "힘든 얼굴로 특수분장한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신 분도 계신데, 재밌고 좋다. 이름도 마침 태성이다 보니 (도적 4차 승급), "닉값 한다"라는 분들도 계시고. 회사에 녹용을 보내주신 분도 있다. "태성이 형, 사슴굴에서 구했어"라면서. (웃음) 마지막 하나 남았는데 안 먹고 간직하고 있다.


게임 출시가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각오 한 마디 듣고 싶다.


지금까지는 준비 운동이었다. 어떻게 오랫동안 달릴지에 대한 트레이닝이었고. 이제 출발선에 서있고, 다음주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긴장도 되지만, 목표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에서 5주년, 10주년 넘은 케이스가 아직 많지 않지 않은가? <바람의 나라: 연>이 그렇게 서비스되는 게 나의 큰 꿈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스탭으로 갈 수 있을 거다. 마라톤이든 자전거든 오래 가려면 에너지바도 먹고 하지 않나? 우리에겐 유저의 관심과 사랑이 에너지바다.


<바람의 나라>는 단타로 치고 빠지는 게임이 될 수가 없다. 잘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예상보다 오랫동안 준비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장기적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이 되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임 뉴스는 이제 그만, 디스이즈게임이 당신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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