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기록

토요일의 기록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아니 나는 창 밖을 보고 있지 않았다 외려 창 밖이 나를 보고 있었다 책꽂이의 아무곳에나 꽂아둔 절반도 채 못쓴 살지도 죽지도 못한 연습장들처럼 나는 절반쯤 비어 있는 시선을 놔둘 곳이 필요했고 그 장소로 우연히 창밖을 골랐을 뿐이다 반쯤 빈 채로 창밖에 던져 놓은 시선을 흐르는 구름이 봤다 그제야 나도 구름을 봤다 방문에 걸어놓은 까만 가방은 흑염소의 머리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벽지의 꽃은 지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피고 있는 중일까 익숙한 것들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사실은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의 발자국과 가방의 눈동자 지면서 또 피는 중인 벽의 꽃은 기존의 언어를 부정하고 외계의 언어를 던져준다 하지만 나로선 받아적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언어기에 하는 수 없이 기존의 문법을 빌려 서투르게 나마 적어둔다 들리는 대로 켜 둔 선풍기는 더위 대신 오전의 시간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습기처럼 끈적한 권태는날아가지 않고 등에 찰싹 달라 붙어있다 이른 더위를 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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