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독일의 에너지 전환정책(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이 나왔던 것은 적녹 연정, 그러니까 현재 러시아 가즈프롬에서 독일-러시아 가스 파이프 사장을 하고 계시는 사민당 슈뢰더 전 총리께서 일으킨 정책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며, 그 수단은 보조금(정확히는 feed in tariff)으로 한다였다. 게다가 우연찮게 후쿠시마 사태까지 나면서 핵발전소 폐쇄는 더욱 더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을까? 성과가 있을까가 기사 내용이다. 답변은 간단하다. 성과가 없었다. 독일이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무너뜨렸음은 이전에도 쓴 바 있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그점이 부각됐다. 아니 독일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거의 모두가 에너지 독립이 요원하다. (독일에 대규모 LNG 집하가 가능 항구가 없다는 점도 저번에 얘기했다. 프랑스처럼 아프리카에서 가스를 끌어올 수 없다는 얘기) 아무래도 핵심 범인은 보조금이다. 효율도 안 좋은 태양광(게다가 독일은 태양광이 풍부한 곳이 아니다. 그럴 거면 로마가 옛날에 다 점령했겠지)과 풍력에 보조금을 주니라 (1) 자원 분배의 왜곡, (2) EU와의 정책 보조 문제, (3) 효율성/경제성의 문제를 일으켰다. 자원 분배의 왜곡은 100% 보조금 때문이다. 가령 독일 가구당, 실질소득에 있어서 에너지 요금 증가율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80%였다. 그리고 지난달 독일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690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 상태라고 한다. 이들 가구에게도 보조금을 줘야 하나? 말인즉슨, 에너지 비용 대니라 가난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690만 독일 가구가, 태양광 패널을 보조금 받고 설치해 놓은 바이에른의 잘 사는 집들에게 소득을 이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돼야 할 텐데 말이다. 안그래도 이 문제를 고발한 독일 의회 조사 보고서가 3주 전에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보고서를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 보조금이 대부분 태양광 패널 보조금처럼, 현재 존재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재생 에너지(가령 태양광은 지구 온난화를 겨우 37시간 늦춰준다고 한다)에 들어가니라, 효율적인 재생 에너지 개발에는 거의 안 쓰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핵 발전소를 없애니 화석 연료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EU와의 정책 보조 문제도 있다. 에네르기벤데 정책은 사민당, 그리고 현재 기민당 정부가 EU와의 정책 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물론 독립국가로서 그런 정책을 펼 수는 있겠지만, 조율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WTO 소송에 노출돼 있고(TIF 보조금이 그 대상이다), EU 차원에서 언제든 독일에 대해 벌금을 부과할 논리가 형성돼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이 EC 내에서 고립됐다는 얘기를 할 때 말한 바 있다.) 효율성의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겠다. 현재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1 유로 준다면 97센트가 그냥 낭비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고 한다.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얘기. 당연히 독일 당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월, 경제/에너지부 장관인 지그마르 가브리엘(SPD)은 제일 저렴한 클린 에너지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며, 전통적인 에너지(화력이다)에 대한 특별한 지급(이거 또 보조금 얘기다)을 고려할 것이라 발표했었다. 핵발전이 어마어마한 단점이 있음은 모두 알고 있다. 독일의 정책전환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일 텐데, 수단이 영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경제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너지원을 친환경으로 바꾸도록 설계를 다시 하고, 정말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개발에 여력을 투입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지극히 바람직한 생각이 오늘의 결론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