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아이 방의 모니터링 카메라가 한밤중에 켜졌다.

아이 방의 모니터링 카메라가 한밤중에 켜졌다. 아내와 아들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내 아내와 아들이 아니다.


내 직업은 간호사고, 최근엔 야간 근무를 서고 있다. 엄청 진빠지는 일이긴 하지만, 주간에 일하는 동료 몇 명이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기에, 난 조금만 버티면 주간조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바라고 있다. 어쨌든, 난 야간 근무를 서고 있었고, 새벽 3시가 조금 지났을 때, 아들 방에 설치해 놓은 카메라가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했다고 알람을 보내 왔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기가 크게 기침을 했거나 코를 골았거나 했을 테니까. 아이는 이제 3살이고, 밤엔 보통 깊게 잠들곤 했다. 난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아이와 아내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있는걸 보았다. 이것 역시,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기가 밤중에 울기 시작했거나 뭔가에 겁을 먹었거나 했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앱을 종료하려는데, 문득 이들의 행동이 되게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 이상함을 넘어, 조금 기괴하기까지 했다. "조금" 기괴하다는 건, "조금" 기괴하고 "엄청" 무섭다는 의미다. 둘은 침대 모서리에 같이 앉아 동시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이면서 아무런 표정을 짓지도,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카메라의 야간 모드는 흑백 화면이었고, 그래서인지 그 둘의 눈은 하얗고 으스스해 보였다. 그들은 숨쉬는것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앱을 종료하고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내가 점심시간에 전화를 할 일은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일하는 중에 가족에게 전화를 할 좋은 구실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몇 번 신호음이 들리고, 잠에서 덜 깬 목소리가 대답했다. "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치 깊게 잠들어 있었던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카메라에 비친 그녀는 완전히 깨어있는 것 처럼 보였다.


"여보, 둘 다 괜찮아?"


"어? 그래, 버디(아들의 애칭이다)가 15분 쯤 전에 우리 방으로 왔어. 뭐 때매 겁 먹은 것 처럼 보여서, 오늘 밤은 엄마랑 같이 자도 된다고 했어"


난 1분쯤 전에 둘이 아들 방에 있는 걸 봤기 때문에, 아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진짜 말 그대로 내가 앱을 종료하고 전화를 걸기까지 60초 정도밖에 안지났으니까.


"잠깐, 그럼 지금 둘 다 침대에 누워 있는거야?"


"응. 애가 오고 나도 바로 잠들었어. 무슨 일 있는거야? 오늘 밤에 날 깨우는게 왜이렇게 많은지" 아내는 좀 짜증이 난 듯 했다.


"잠깐만" 난 통화를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고 빈 방을 보기를 바라면서 카메라 앱을 다시 켰다. 앱이 로딩된 순간, 난 오랜시간 겪지 않았던 극심한 신경과민증으로 배가 아파왔다. 아마 학창시절, 해야 할 과제를 해가지 않았을 때 느꼈던 이후 처음일 것이다. 심장이 목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내와 아들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감정없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보세요?"


"자기, 지금 애랑 우리 방 침대에 있는거 맞지?"


"그래, 잠들기 직전이야"


"글쎄, 아들 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 자기들이 버디 침대에 앉아있는 걸로 보이는데"


"허? 아니야, 우리 방 침대에 있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진 알겠어. 하지만 버디 침대를 보고 있는데, 거기 둘이 앉아있는걸로 나온단 말야"


"기다려봐" 아내가 말했다.


아내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카메라 앱을 작동시켰다. 난 목 깊은곳으로부터 두려움에 떨려 나오는 아내의 신음소릴 들었다. 마치 아내가 방 안의 모든 공기를 자기 폐에 밀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이런 숨막히는 소릴 자주 내지 않았다. 아내가 진정으로 겁을 먹었을 때, 예를들어 공포영화에서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오거나 전에 한 번 잠깐 눈을 뗀 사이, 아들이 도로에 가까이 있는 우편함까지 기어간 걸 봤을 때 정도였다. 난 이불이 부스럭 거리는 소릴 들었고, 통화가 끊겼다.



당연하지만, 난 완전히 겁에 질려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마침내 미친듯이 전화를 건지 4분쯤 되었을 때,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4분이 마치 40년처럼 느껴졌다.


"여보,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아내는 완전히 겁에 질려 히스테릭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난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잠깐! 진정하고 천천히 이야기 해봐" 내가 말했다.


아내는 숨을 고르고 자기들이 지금 차에 타서 부모님 집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카메라가 전송하는 영상을 보았고, 그 즉시 뛰쳐나와 아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집 밖으로 나온 것이다. 차고 문을 닫지도 않을 채.


"그건 걱정하지마" 내가 말했다. "일이 끝나면 내가 가서 문을 닫을게"

우린 아주 점잖은 이웃들을 가지고 있기에, 차고 문이 열려 있는게 그렇게 걱정되진 않았다.


"집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마!" 아내가 말했다.


"절대 안들어갈거야"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왜 카메라에 나오고 있는거야?, 녹화된 영상인거야?"


"모르겠어, 계속 영상을 봐야겠어. 그리고 뭔가 이상한걸 찾아 볼게. 버디에게 코드를 물어봐"


우린 SF 영화 덕후들이라, 이런 상황에 대비한 비상 코드를 정해 놓았다. 우린 신체를 강탈하는 괴물들이 나오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고, 오래 전에 서로가 그런 괴물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끔 코드를 정해 놓았다. 우린 몇 가지 코드 단어를 가지고 있었고, 또 함께 암기한 세 문장 코드도 가지고 있었다. 각각 다른 부분을 말하기로 약속한 문장이었다. 난 아내가 아들에게 가르쳐 준 코드를 말하는 소릴 들었다. 버디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 단어들을 말했다(아들은 우리가 연습할 때마다 항상 웃었다). 아마 지금 상황이 뭔가 노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진 상상도 못한 채. 우린 둘 모두 아들이 진짜 우리 아들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아내는 자기 부분을 말했고, 난 아내가 진짜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린 농담처럼 이런 코드를 정해놓았다. 내 인생을 통틀어 이걸 실제로 쓸 일이 있을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든게 비현실적이었다.


아내는 부모님의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전화를 끊기가 두려웠지만, 난 아내에게 아침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제발, 이 모든게 영상 에러이길 빌면서. 아내는 이게 오류라거나 그런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가 집 밖으로 뛰쳐나오려 복도를 지나갈 때, 아들 방 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문이 열려있었다고 한다. 방 안에 있는 카메라에선 인터넷에 연결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작은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작은 불빛은 아내의 시야 구석에 문득 들어온, 성인 크기의 실루엣이 아들의 침대에 앉아 있는걸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순간을 상상하자 등을 타고 차가운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아내와 아이가 안전하고, 집 밖에 있다는 사실이 그날 날 직장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길고 긴 4시간의 야간 근무였지만, 난 기회가 될 때 마다 카메라를 확인했다. 끔찍스럽게 당연하게도, 그들은 여전히 침대에 걸터앉아 표정없는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을까 싶어 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들이 숨쉬는 거나, 눈을 깜빡이는 거라도,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숨쉬는 거에선, 그들은 아주 평범하게 보였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는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깜빡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이게 계속 버퍼링 되는 영상 오류가 아니라는 걸 알려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들이 눈을 깜빡이는 간격을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이게 만약 같은 영상이 반복해서 나오는 오류라면 눈 깜빡이는 간격도 일정할 거라 생각하며.


하지만 그런 규칙따윈 없었다. 그들이 눈을 깜빡이는 간격은 아주 불규칙하고 무작위였다. 시간이 지나며 확신한 것은 이게 영상 반복 에러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엔 아들 방의 창문이 비치고 있었고, 창 밖이 밝아지는걸 볼 수 있었다. 창가에 쳐진 커튼 때문에 카메라가 주간 모드로 전환되진 않았지만, 해가 뜨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줄기가 비치기엔 충분했다.


난 업무를 마치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해보려 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경찰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일단, 경찰을 불러서 뭐라고 할 것인가? 아내와 아들처럼 보이는게 내 집에 있는데, 그들은 진짜가 아니라고? 더 심한건, 만약 그들이 *실제로* 무언가, 어떤 존재일 경우에, 경찰이 들이닥쳐 그들을 죽이거나 할 것 같았다.


난 직장 동료에게 이걸 말하기로 했다. 그는 이런저런 영적인 걸 믿는 사람이었고, 무언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 주었다. 그의 첫 반응은 "이건 씨발 존나 무섭다" 였고, 별 도움은 안됐다. 하지만 그는 나와 같이 가서 확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길, 저 가짜-아내가 진짜 아내처럼 행세하려 드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 내 집에 확인하러 가는건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말했고, 그는 최소한 들어가진 않더라도 집 근처까지는 가보자고 했다. 일단 차고 문을 닫긴 해야 했기에, 난 그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이후, 우린 우선 집 가장자리를 돌아보았다. 뭘 해보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뭔가 우린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도 아침에 커튼을 걷지 않았으니, 모든 창가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었다. 난 차고 문을 닫으러 앞으로 걸어갔고, 갑작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부엌을 통해 집에 들어가, 계단이 있는 현관쪽으로 향했다. 집 안은 너무나 조용해서 깃털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계단 아래에서 멈춰서, 잠시동안 거기 서 있었다. 난 핸드폰으로 영상을 확인했고, 그들은 여전히 거기 앉아 있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동료가 첫번째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난 갑자기 "멈춰" 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관두자, 당장 밖으로 나가자" 난 그에게 말했다. "어서" 난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우린 2층에서 마룻바닥이 크게 삐걱이는 소릴 들었다. 우리 아들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방 바닥 한가운데엔, 밟지 않고는 지나가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로 삐걱이는 마룻바닥이 있었다. 아내와 난 그때까지, 만약 아이가 나이를 더 먹어 밤중에 몰래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할 때 삐걱이는 소리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 마룻바닥을 고치지 않고 있었다.


"빨리, 빨리, 빨리!!" 난 동료에게 빨리 움직이라고 손짓하며 소리 질렀다. 우린 거의 2초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거리로 나와, 난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제 영상엔, 가짜-아들만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똑같이 표정없는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가짜-아내는 사라졌다.


"이런 제기랄!" 동료가 소리쳤다.


"이딴 짓을 하다니, 우린 지랄맞게 멍청한 짓을 한거야. 절대로! 아내에게 집에 들어갔단 소리 하지 마"

우리가 그랬던 걸 알면, 아내는 끔찍스럽게 화를 낼 게 분명했다.


난 차에 있는 신호기를 이용해서 차고 문을 닫았다. 차로 떠나기 전, 난 핸드폰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가짜-아내가 돌아와 가짜-아들과 함께 침대에 앉아 있었다. 둘 다, 표정없는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몇 초에 한번씩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


이게 4일 전에 내가 겪은 일이다. 가짜-아내와 가짜-아들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그들은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히 우린 집 근체에 가지도 았았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레딧 댓글 :

R : 궁금한게, 가짜-아들과 가짜-아내가 거기 앉아있다면, 가짜-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E : 아내 부모님의 집에 있겠지...

R : 젠장 엿됐네


출처



그러게 가짜 아들과 가짜 아내가 있으면 가짜인 글쓴이도 있을텐데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걸까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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