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need to talk about Kevin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 말할 필요가 있다. 아니, 그 영화(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이야기가 아니다. 주말 특집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Kevin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다. 한 마디로, 안 좋다. 그것도 매우 안 좋다.


이유가 있다. 특히나 프랑스와 독일에서 영어식 이름을 갖는다는 의미를 사회적 맥락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케빈은 1980년대 미국 드라마가 범람하면서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1991년에 14만 명이나 되는 아기들이 케빈이라는 이름을 가졌다(참조 1). 평소에 집에서 나가지 않고(무직일 가능성이 크다) 수당으로 살아가면서 텔레비전만 계속 보다 보니 자식들에게도 영어식 이름을 지어준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케빈을 위시하여, 스티븐이나 딜런, 브랜든, 조던, 신디와 같은 영어식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발음은 물론 자기들 마음대로 해서, 우리가 아는 영어식 발음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바깔로레아 시험의 이름별 성적 분포표(참조 2)를 보면 케빈이나 딜런, 사만다나 제시카와 같은 영어식 이름은 주로 왼쪽에 몰려 있음이 보인다.


그러므로 영어식 이름을 가졌다 싶으면, 보통 미국에서 거론되는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와 같은 개념도 등장한다. beauf라는 개념인데, 매형이나 처남을 의미하는 beau-frère에서 따온 말로서, 뭔가 시골스러운, 뭔가 보수적이면서 엉뚱하고, 무식하면서 정은 또 있고, 살 수 없는 걸 사려고 하지만 스타일은 또 없고, 편견이 아주 많으면서 극우파에 투표하는 이미지를 가리킨다.


Kevin이라는 이름은 바로 저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kéké라는 슬랭(beauf보다 좀 더 의미가 좁다)하고도 어울린다. “케빈했다/faire son Kevin”이라는 표현도 존재한다. 그래서 한 기사(참조 3)에 따르면 케빈이라는 이름으로 이력서를 제출하는 경우, 아르튀르에 비해 10-30% 기회를 “덜” 가졌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이름이 케빈이면 이미 사람들 머리 속에 편견이 생긴다는 의미다. 바로 짤방(참조 4)과 같은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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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이런 말까지 있다. Kevin ist kein Name, sondern eine Diagnose / 케빈은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진단이다(참조 5). 독일도 마찬가지로 영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거나 무직인 가족에서 나온 사람들이리라는 편견이 있다.


독일인들답게 그런 편견까지 조사한 통계도 있다. 케빈(남자)이나 샹탈(여자)이라는 이름을 가진 경우, 초등학교 선생님들부터가, 얘네들은 문제가 좀 있겠거니 하고 여긴다는 결과다(참조 6). 그런데 독일의 경우는 지역적 특성이 좀 강하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지위나 소득수준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곳이 어디다? 구 동독 지역이다.


실제로 구 동독지역에서 인기 있는 이름 중 하나라는 얘기다. 케빈 외에 대표적으로는 Ronny가 있는데(참조 7) 로니 역시 케빈과 정확히 동일한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주위에 로니라는 이름을 가진 동독인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노동계급이거나 AfD에 투표하는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꽤 있다는 얘기다(참조 8).


하지만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구동독 지역에서 미국 드라마를 봤을리가 없는데? 여기에는 좀 딱한(그러나 증명할 수는 없을) 이유가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구 동독 지역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서유럽이나 미국스러운 이름을 지어줘서 나중에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가설이다. Enrico나 Silvio, Ricardo, Yves 같은 이름을 가진 동독 지역 출신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마찬가지의 “편견(?)을 조장하는 영어식 이름”의 문제는 그 외 나라들에도 있긴 하다. 가령 스웨덴에서는 베니, 해리, 헨리, 찰리, 로니(!), 케니 등의 “-y”로 끝나는 영어식 이름의 문제(Y-namn라 부른다. 참조 9)가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부모가 마이클 철자를 몰라서 Maicol로 이름 붙인 사례도 있다고 한다. 덴마크도 “브라이언”이라는 영어식 이름에 편견이 존재한다(참조 10).


물론 계속 거론했지만 편견은 편견, 배너티 페어 프랑스어판은 케빈이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성공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며 특집 기사(참조 11)까지 냈다. 그러나 기사에 나온 인물들 중에 프랑스인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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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KEVIN: https://prenoms.doctissimo.fr/KEVIN-10174.html



2. Le nuage des prénoms: http://coulmont.com/bac/nuage.html



3. La malédiction des Kevin(2015년 4월 1일): https://www.lepoint.fr/insolite/la-malediction-des-kevin-01-04-2015-1917538_48.php



4. 자동차에 “나 싱글임”이라 쓰여 있고 밑에 휴대폰 번호가 나와 있다. (프랑스의 경우 06으로 시작되면 휴대폰 번호다.) 그 외에도, 팔찌를 찬다든가 조니 홀리데이를 좋아한다든가, 요새 같으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라울트 교수를 숭배한다든가… (먼 산)


출처는 영화 “캠핑”이다., Camping 2 : Regardez Franck Dubosc en célibataire plus beauf et hilarant que jamais !(2010년 3월 9일): https://www.purepeople.com/article/camping-2-regardez-franck-dubosc-en-celibataire-plus-beauf-et-hilarant-que-jamais_a51586/1



5. Was soll das heißen?(2012년 10월 31일): https://www.zeit.de/2012/45/Karriere-Erfolg-Namen/komplettansicht



6. "Kevin ist kein Name, sondern eine Diagnose”(2009년 9월 18일): https://www.zeit.de/wissen/2009-9/vorurteile-namen-grundschullehrer



7. Ronny: https://www.beliebte-vornamen.de/8185-ronny.htm



8. 실제로 이름 “Ronny”의 분포와 AfD의 득표율은 정말 놀랍게도 일치한다. 물론 이건 흥미로운 결과일 뿐이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Mit gutem Gewissen gegen die bösen Bildungsfernen(2017년 10월 11일): https://www.cicero.de/kultur/paternalismus-mit-gutem-gewissen-auf-die-boesen-bildungsfernen



9. -y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남자들의 감옥에 갇힐 가능성은 안데르스나 요한에 비해 2.5배나 많다고 한다. (연구결과 링크는 현재 연결이 안 된다.)


Pojkar som fått y-namn hamnar oftare i kriminalitet(2011년 10월 11일): https://offerstenen.blogspot.com/2011/10/pojkar-som-fatt-y-namn-hamnar-oftare-i.html



10. DANISH NAMES: WHY IT’S BAD TO BE BRIAN(2013년 4월 13일): https://www.howtoliveindenmark.com/stories-about-life-in-denmark/danish-names-why-its-bad-to-be-brian/



11. Ils s'appellent Kevin et ils ont réussi dans la vie(2015년 9월 16일): https://www.vanityfair.fr/culture/people/diaporama/les-10-kevin-qui-ont-reussi-dans-la-vie/22479#les-10-kevin-qui-ont-reussi-dans-la-vie-sp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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