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13년 전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_하

모든 괴담과 공포썰이 지겹도록 주는 교훈이 있죠.

모르는 물건은 주워서 집에 가져가지 말자.

누군가 하지 말란 짓은 절대 하지 말자.

우리 빙글러들은 절대 남이 하지 말라는 짓, 낯선 물건을 길에서 득템했다고 가져가는 짓은 절대 하지 맙니다. 유가릿?


태그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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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그런데 그 수객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튿날 밤, 사진을 가져온 박변태가 점호 끝나고 잠을 자가다 고통스러운 듯 신음소리를 내며 계속 앓는 겁니다.

그 날은 마침 박변태의 입초 (불침번) 근무가 있는 날이었는데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알아듣지도 못할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같은 침상에서 자는 저도 일어나 박변태에게 어디 아프냐고 계속 물었으나 박변태는 저희가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머리가 아프다고만 말했습니다.


내무실 상비약 상자에서 두통약이란 두통약은 죄다 꺼내서 박변태에게 먹였으나, 앓는 소리는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아침 점호로 열외했고, 아침, 점심도 못 먹다가 저녁에 겨우 빵 하나를 먹었습니다.

박변태의 증상은 그 날 밤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계속 머리가 아프다는 말만 했습니다.

내일 영외 병원외출 가서 진료라도 받아보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합니다.


다음 날 마침 부대 휴무라서 병원을 보냈으나, 병원에서도 딱히 아무런 진단을 내릴 게 없답니다.

꾀병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했습니다.


그러다가 불현 듯 그 날 같이 수색업무에서 박변태에게 사진을 가져가지 말라고 말렸던 기영도가 생각났습니다.

기영도를 불러다가 얘기했습니다.


저 : 야, 기영도. 너 어릴 때부터 무슨 귀신같은 거 보고 그랬다고 했지? 그리고 너희 외할머니가 무속인이라고 했잖아.

박변태 쟤 저거 혹시 그날 그 사진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


기영도 :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연관은 있는 거 같습니다.


저 : 있는 거 같다니, 그게 뭔 소리야? 너도 모른단 얘기야?


기영도 : 저도 무당이 아니라서 잘은 모릅니다. 근데 제가 외할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 : 알았어, 그럼 너 지금 전화하고 와. 가서 담배도 피고 매점가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와라.


의경들은 그 때만 해도 졸병들은 전화, 담배, 매점 등은 일체 단독으로 이용 할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일정 계급 이상의 고참병에게 허락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합니다.

전 기영도에게 5천원을 주며 담배도 사서 피고 과자도 사먹어도 되니 전화로 자세히 물어보고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기영도가 내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내무실로 돌아온 기영도를 부대 연병장에 주차된 닭장버스 안으로 데려갔습니다.

저와 기영도 둘이 닭장버스에 들어가자, 기영도가 입을 열었습니다.


기영도 : 외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갔던 그 폐가에서 좋지 못한 영귀가 달라붙은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제가 외할머니에게 박변태 상경님의 증상을 자세히 설명했더니, 그나마 다행인 게 그다지 강한 영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우선 박변태 상경님이 가져온 사진은 그 폐가에 다시 원위치 시켜놔야 합니다.

만약에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냥 태우랍니다.

태울 때 그냥 태우지 말고 사진을 닭고기나 돼지고기, 그리고 약과, 과일 등 제단을 만들어서 같이 태워야 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영귀를 떠나보내는 의식인 겁니다.


(사실 제단을 만들 음식들 종류가 더 많았지만 생각나는 게 지금 이것 뿐입니다.)


저 : 아니, 닭고기 돼지고기 약과 과일을 다 어디서 구해? 그리고 부대 안에서 그 사진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우냐?


기영도 :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 : 다른 방법은 없대?


기영도 : 그렇다고 외할머니를 직접 부대로 불러 올 수도 없는데 그냥 한 번 해보지 말입니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놔두면 다른 사람한테까지 좋지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 : 아, 박변태 미친새끼 그런 걸 왜 가져와가지고.



한바탕 허공에 대고 박변태를 욕하고 다시 내무실로 들어왔습니다.


박변태는 여전히 시름시름 앓으며 관물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 날 수색임무에 같이 갔던 저희 1분대원들을 모두 불러서 박변태를 중심으로 둥글게 앉아서, 기영도가 외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모두 해주었습니다.


분대원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결국 기영도의 말대로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의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고 거행할 계획을 짰습니다.



다음 날, 부대에 시위 진압 출동 업무가 내려왔습니다.

크지 않고 작은 시위라 큰 충돌없이 오후 5시쯤 업무를 마치고 부대로 귀대했습니다.


저희 1분대는 부대 복귀하자마자 저녁을 먹은 후 미리 세운 계획대로 움직였습니다.


닭고기는 못 구했고, 돼지고기는 취사반에서 중대 동기인 짬장(취사반장)에게 비계를 조금 얻었습니다.

과자와 과일은 오전 시위진압 출동 때 점심 간식으로 나온 미니샌드 쿠키 너 다섯 개와 귤 두 개를 모았습니다.


그렇게 점호 시간 전, 청소타임에 1분대원들은 1분대장의 권한으로 모두 청소를 열외시키고, 부대 취사반 뒤쪽 으슥한 짬처리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불도 안 들어오고 어차피 청소시간이라 누가 올 일도 없는 곳이었죠.


박변태로 하여금 사진 세 장에 모두 돼지비계칠을 하여 기름기를 두르고, 제단은 없으니 그냥 땅 위에 미니샌드와 귤, 돼지비계를 대강 배열하여 사진을 태웠습니다.


기영도는 박변태에게 불타는 사진을 향해 절을 하라고 했습니다.

박변태는 기영도가 시키는 대로 사진에 절을 세 번 했습니다.

준비해간 과자와 귤, 돼지비계는 기영도가 시킨대로 사진 재와 함께 땅에 묻었습니다.


그렇게 약 10여분간의 의식을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 박변태는 더 이상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주작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고, 제가 지금 중국에 살기 때문에 그 때 같이 군생활 했던 사람들과도 연락이 뜸해졌지만,

제대하고 몇 년간 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이 얘기만 하느라 날밤을 샜을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박변태가 가져온 그 사진과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고통, 그리고 무전기 전원 나간 일, 같은 자리 뺑뺑 돈 일,

의식을 하고 난 뒤 괜찮아진 일 등 우연이라고 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우연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일련적으로 일어나니 평소 영이니 귀신이니 뭐 이런 걸 전혀 안 믿고 살던 저도 덜컥 겁이 나고 무서워 지더군요.


세상에는 참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 때의 일이 진짜 잡귀의 장난이었을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지금도 이것에 대한 대답을 하라면 전 잘 모르겠습니다.

기영도의 외할머니가 알려준 그 의식도 사실 진짜 효과가 있는건지 아니면 심리적인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박변태가 사진을 가져온 뒤로 두통을 호소하며 밤에 못 잔 것도 우연일 수도 있고요.

박변태는 막내시절 편두통을 가끔 호소하곤 했거든요.

모든 게 다 의심스럽고 확실하지 않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꺼림직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원래 웃대에 글 안 올리는데, 요즘 날도 덥고 해서 썰 하나 풀어봤습니다.

재미없고 긴 글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 계신다면 그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 그리고 코로나 잘 이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출처 : 웃대, 죽엽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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