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남자는 쓰고 싶었다 누구도 죽지 않고 누구도 아프지 않은 그런 글을 기왕이면 행복과 사랑에 대하여 남자는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밀이 밥이 될 수 없고 쌀이 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죽음과 아픔이 행복과 사랑이 될 수는 없었다 백번 양보해 거짓으로 지어낸다 해고 금세 탄로날 얇디 얇은 거짓말이 될게 뻔했다 남자는 거짓말이 싫었다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누구도 속일 수 있는 자기 자신도 깜빡 속아 넘어갈만한 완벽한 거짓말을 하고 싶었다 종잇장처럼 얇디 얇은 거짓말은 사양이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대신 남자는 없는 것에 대해 썼다 없다 그는 아이가 없었다 그는 남자였기에 아이를 낳을 수도 없었다 남자는 아이 낳는 것들이 갖는, 젖 달린 슬픔이 없었다 그에겐 젖이 없었다 세상의 절반은 갖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갖지 못한 그것에 대하여 쓰는 것은 꽤나 흥미로워 보였다 절반만 갖고 있다는 건 모든 동물이 같지만 인간과 달리 개와 소에겐 여럿의 젖이 있다 인간은 두 개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을 버릴 수 있다 두 개의 유두는 야멸차다 유기는 어렵지 않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두 개의 유두를 생각했다 그건 남자의 사랑이었을 수도 남자의 어미였을 수도 어쩌면 둘 다 였을 수도 있다 냉장고에는 우유가 들어있었다 소의 유두에서 짜낸 젖이 차게 식어 있었다 젖이 두 개 뿐인 것들과 그들의 젖 없는 수컷들은 그들의 야멸참으로 파멸을 맞으리라 새로운 연구 결과는 얘기했다 젖을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한다고 젖 두개 달린 것들과 그들의 젖 없는 수컷들이 완전식품이라 극찬했던 바로 그 젖이었다 그러나 그는 애초에 그 말을 믿지 않않았다 젖은 그들이 뺏은 것이었다 야멸차게 강탈한 장물을 계속 줏어먹다간 언젠간 탈이 나게 되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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