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사슬_손동영 (한양대학교 교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고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도민준의 존재를 알기에 결과를 예측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사진 :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http://insight.co.kr/content.php?Idx=1027&Code1=001 인과의 사슬 【 손동영 한양대학교 교수 】원인은 항상 결과를 수반한다. 불을 뗀 굴뚝엔 연기가 나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며 물가가 오르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너무 많은 자동차는 교통체증을 일으키며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늙는다. 우리는 이처럼 자명한 ‘인과의 사슬’을 통해 세상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상한다. 원인을 안다면 결과를 추측하는 것은 쉽다. 친구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당신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연인이 지금 밝게 웃는 이유는 당신이 선물한 꽃다발 때문이며, 옆집 강아지가 짖는 이유는 당신이 낯설기 때문이다. 잠깐. 과연 그럴까? 사실 연인이 웃는 이유는 꽃이 아닌 다른 것 - 당신의 우스꽝스런 헤어스타일 – 일 수도 있고, 강아지는 반가워서 짖은 것이며, 친구는 직장에서의 불쾌한 일을 당해서 당신에게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예상하기보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두고 원인을 ‘거꾸로’ 찾는데,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귀인(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결과는 하나인 반면 가능한 원인은 하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컨대, 출근길에 마음이 무겁고 답답함을 경험한다면 당신은 밀린 일 때문이거나 까다로운 직장상사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날씨에 맞지 않는 두터운 옷 때문이거나 버스나 지하철 안 온도가 다소 높아서 일수도 있다.   연인에게 꽃을 선물하려 한다. 연인이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꽃을 선물 받았기 때문일까? 사진 : flickr ‘얘는 맨날 늦어’ 습관이야!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심박동수와 혈압을 높이고 숨을 가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아드레날린(adrenaline) 주사를 맞았다. 한 조건의 피험자들은 주사의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반면, 다른 조건에서는 그러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았다. 두 피험자 중 한 명은 사실 연기자였는데, 한 조건에서는 해당 실험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다른 조건에서는 불평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결과는? 주사효과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피험자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빠지는 생리적 증상의 원인이 동료 피험자의 반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피험자들은 생리적 체험이 (동료 피험자로 인한) 행복한 감정이나 화나는 감정 때문이라고 ‘잘못’ 이해한 것이다. 스스로의 느낌과 감정에 대한 설명도 종종 표적을 빗나가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언제나 정확할까? 몇 마디 말만 나누어 봐도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은 게으른 천성 때문이고, 옷을 촌스럽게 입는 것은 뒤떨어진 취향 때문이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본래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상황의 힘’은 크기 때문에 과소평가를 해서는 안된다. 사진 : flickr   그러나, 세상에 넘쳐나는 이러한 인과적 설명이 빠질 수 있는 한가지 함정은 바로 ‘상황의 힘’에 대한 과소평가다.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오랜 기다림에 지친 친구에게 “나는 원래 약속을 잘 안지켜”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대부분은 지하철이 그날따라 고장이 났다거나, 마라톤으로 인해 길이 막혀서 돌아오느라 늦었다거나, 출발하려는데 마침 상사가 일을 시켰다는 등의 ‘상황’ 탓으로 돌리려 애를 쓸 것이다. 반면, 친구가 약속에 늦었을 때는 속으로 ‘얘는 맨날 늦어’라며 그의 습관화 된 불성실함을 탓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즉 사람들은 스스로와 관련된 일은 상황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타인들의 일은 의도한 결과이거나 타고난 본성 때문에 일어난 일로 설명하는 심리적 경향을 갖는데, 학자들은 이를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른다. 예컨대 내가 공부가 잘 안 되는 데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 너무 덥거나 추워서, 너무 밝거나 어두워서, 옆 사람 책 넘기는 소리, 음식냄새, 발소리, 직전에 먹은 음식, 어제 잠을 충분히 못자서, 혹은 너무 많이 자서 등등. 반면 다른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 머리가 좋거나, 집중력이 뛰어나거나, 본래 끈기가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경향은 관찰자와 대상 간의 관계가 약할수록 더욱 심해진다. 즉 낯선 사람이나 자신과 관계가 먼 부류의 행동을 이해할 때는 상황을 고려하는 정도가 더 약해진다는 뜻이다. 면접장에서 지원자를 마라보는 면접관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본성이나 능력치 – 근면성, 분석력, 이타성 – 와 연결하려고 한다. 신입사원의 서툰 옷차림과 어투는 사실 상황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면접관의 마음에는 더 이상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다. 남성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를 평가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여자(혹은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전제는 더 위력을 발휘한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를 설명할 때는 이러한 경향이 극대화 된다. 공무원은 본성이 관료적이라거나, 교수들은 본래 지루하다거나, 특정 언론사 기자는 본래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라거나, 등.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직의 내부에 있는 사람과 외부에 있는 사람의 평가는 종종 엇갈리게 된다. 내부자는 상황을, 외부자는 본래적 특성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외부 관찰자의 눈에 비친 조직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개인들의 동질적 덩어리가 된다. 음모론(conspiracy theory)은 많은 경우 이러한 심리적 오류의 산물이다.   배드민턴 공이 쉽게 망가진 것은 배드민턴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바람이 많이 불거나 누군가 실수로 밟거나 하는 등의 상황의 힘이 컸을수도 있다. 사진 : flickr 상황의 힘을 고려해 관대해지자 미디어는 언제나 크게 성공한 인물들의 타고난 재능과 불굴의 투지를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본다거나 홈런타자가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칠 확률을 높게 추측하는 것처럼 그들의 미래 성공가능성을 과대추정하게 만든다. 반면 무명의 배우가 성공할 가능성이나 작은 벤처기업이 성장할 확률, 유명하지 않은 선수가 홈런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의 유명세와 영화의 흥행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사실 매우 미약하며, 홈런타자로 알려진 선수가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칠 가능성은 동전던지기로 앞면을 얻을 확률보다 턱없이 낮고, 유명 대기업이 출시한 제품이 실패할 확률은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크다. 반면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갑자기(?) 그 해의 홈런왕이 될 확률은 당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매우 크다. 우리 머리 속의 인과의 사슬은 세상만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듯 하지만 현실을 왜곡하고 편견과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를 바라볼 때 의도나 본성의 역할을 조금 더 주목하고, 타인의 능력을 평가하거나 행동을 이해할 때 상황의 힘을 조금 더 고려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실수에 조금 더 관대해지자. 당신 자신만큼 그들도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테니까. http://insight.co.kr/content.php?Idx=1027&Code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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