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외도' '도박' 남편 김학래에 웃을 수 있을까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잘못하는' 남편과 '용서하는' 아내…왜곡된 가부장적 구도 그대로
불편한 기색 내비친 시청자들…"예능·웃음으로 소비 못해" 비판
'진솔함'에 방점 찍은 제작진 입장에도 '책임론' 여전
문화평론가 "변함 없는 제작진·김학래, 시청자들은 달라졌다"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캐릭터, 성인지 감수성 달라지니 문제"
"출연자만 책임? 제작진이 오히려 이런 소재 이용하고 부추겨"
(사진=방송 캡처)

한 사람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외도와 도박은 웃음을 주는 예능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개그맨 부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JTBC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0일 방송된 '1호가 될 순 없어'에는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임미숙은 남편 김학래의 외도와 도박 사실을 폭로했다.


임미숙은 "바람 피우고 도박하는 것도 성실하다"며 휴대폰 비밀번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밝혔다.


김학래 휴대폰에서 '오빠 나 명품 하나 사줘'라는 메시지를 발견한 임미숙은 메시지 출처를 추궁했다. 이에 김학래는 "농담이지. 내가 그걸 사줬겠느냐"라고 도리어 반박했지만, 임미숙이 가지고 나온 각서 한 무더기에는 휴대폰 잠금 번호를 임미숙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결혼 1년차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한 임미숙은 "30년 동안 비행기도 못 타고, (당신이) 도박하고 바람 피우고 그러니까 내가 이 병 걸렸을 때 당신에게 이야기도 못했다. 10년 동안 사람들이 '왜 저렇게 아프냐'고 해도 당신은 알지도 못하더라. 말도 하기 싫다. 나는 가슴이 찢어져서 그런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의 사연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가 극심하게 고통 받은 남편의 외도·도박이 '진실함'과 '솔직함'으로 포장돼 예능 소재로 소비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무엇보다 외도·도박을 일삼는 남성과 그런 남성을 용서하는 여성이라는 왜곡된 가부장적 구도를 미디어가 앞장서서 전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시청자(아이디: So****)는 "개그맨들 누가 누가 더 최악인지 대회라도 여는 건가? 이런 걸 참고 사는 여성들을 방송에서 보여주는 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일침했다.


또 다른 시청자(닉네임: 그거****)는 "바람 피우고, 도박을 하고, 무엇을 해도 아내들이 참아준다는 걸 보여주고 싶나? 이런 건 예능으로, 웃음으로 소비되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가속화 되자 제작진은 한 연예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이 처음부터 이 부분(외도·도박 등 문제)을 숨기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반성하며 살아가는 김학래와 그걸 용서한 임미숙의 모습이 솔직한 본인들의 삶이라 생각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제작진 입장에서도 포장하거나 감추기 보다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눈길은 냉랭하다. 출연자들이 가감없이 공개할 의사를 내비쳤어도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예상해 충분히 수위 조절을 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미 팽현숙·최양락 부부 일상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었다.


앞선 방송에서 팽현숙·최양락 부부는 쪽파 김치를 담그다가 갈등에 휩싸였다. 팽현숙은 이미 가사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았던 최양락에게 불만이 쌓여 온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최양락이 쪽파를 잘못 썰자, 팽현숙은 최양락을 향해 쪽파 일부를 집어 던졌다.


이 장면을 두고 '가정폭력'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오랜 시간 '독박 가사'를 했던 팽현숙의 스트레스와 고충은 지워졌다. 갱년기 여성에게 편견을 가질 수 있는 묘사 역시 문제로 꼽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가 출연한 '1호가 될 순 없어'는 자극적인 소재에 힘입어 시청률 5.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선정적·자극적인 소재와 시청률은 비례 관계임이 다시금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것일까. 일단 JTBC 시청자층이 다른 종편 시청자층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사 연령층 높은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그램들에서 문제 없이 공개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이를 '재포장'했을 때 역효과가 났다는 설명이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31일 CBS노컷뉴스에 "많이 알려진 내용에 양념을 쳐서 '재포장'한건데 시청자들의 온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결국 시청자층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작진도 이미 공개된 이야기니까 검증이 됐다고 생각해 내놨겠지만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문제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학래의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콘셉트가 '반감'을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 평론가는 "그래도 팽현숙·최양락 부부는 팽현숙씨가 경제권·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김학래는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라며 "콘셉트인지, 실제 성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몇년 전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했을 때처럼 가부장적이면서 고리타분한 캐릭터가 변하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은 바뀌었다"라고 짚었다.


열악한 조건,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는 사실상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기 어렵다. 크게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내용을 채우려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끊임없이 '도구'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급속도로 이뤄진 외주화와 열악한 제작 시스템은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싼 값에 내용을 채우도록 만든다"며 "논란이 생길 경우 출연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만 제작진 역시 자유롭지 않다. 도구로 이용하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방송은 매체 우위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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