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가스 수출 제한 정책

사진은 미국 서부해안 쪽의 유일한 공화당 상원의원인 머코스키(Sen. Lisa Murkowski, 알라스카) 의원의 모습이다. 미국의 석유/가스 수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의원 중 하나. 대단히 좋은 글이다. 예전에 쓴 바 있는 것 같은데 미국은 자국 영토 내에서 나는 원유/가스의 수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각각 원유는 Energy Policy and Conservation Act of 1975, 천연가스는 Natural Gas Act of 1938로 수출을 막고 있다. 원유야 중동전에 따른 오일쇼크 때문에 저 법이 생겨났고, 가스의 경우는 미국 내 각 주간 가스 매매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게 수출 통제까지 하게 된 경우이다. 원유의 경우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에서 아주 예외적인 수출을 허용하고 있는데, 제일 큰 예외는 캐나다에 대한 수출이다. 대통령 행정 명령을 통해 매년 자동 갱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의 경우 "국가 이익(national interest)"에 따라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 가스의 경우는 에너지부(DOE)에서 "공공 이익(public interest)"에 따라 수출을 허용할 수 있는데, 이 공공 이익에 FTA 파트너가 들어간다. 즉, 미국과 FTA 체결국에게는 마음껏 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국가들에게는 공공 이익이 뭔지 따져야 하지만, 그 구체적인 지침은 전혀 없다. 그리고 가스를 수출하려면 필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형태로 바꿔야 하는데, 수출용 가스인 경우, 이 시설 허가가 대단히 까다롭다. (그 넓은 미국에서 딱 1군데만 허용돼 있다.) 자, 무슨 문제가 생길까? 7단계로 요약해 봤다. 나를 잘 따라와 보시라. 1. WTO(GATT) 제11조, 수량제한 금지의 원칙 미국은 행정부가 거의 무한의 재량으로 원유/가스를 수출 금지할 수 있으며, 이 조항은 직접적으로 재량적인(discretionary) 수출 허가제도를 금지하고 있다. LNG 수출용 터미널 건설을 까다롭게 하는 것 또한 수출을 제한 시키는 "쿼타, 라이선스, 기타 조치"에 속하기 때문에 위반을 구성한다. 2.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조항을 근거로 반박할 수 있을까? GATT 제20조의 일반예외와 제21조의 국가안보상의 예외를 주장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일반예외에서 보거나, 자연자원의 보전을 예외로 주장하려면 위의 원유법과 가스법의 목적이 보건 및 자원 보전을 위함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둘 다 아니다. 게다가 보전을 주장하려면 애초에 수출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소비를 "제한" 시켰어야 한다. 제21조의 국가안보는 아직 분쟁패널에 등장한 바가 없는데, 구체적인 정의가 조항에 없기도 하고 전시, 혹은 그에 준하는 대외 관계의 위기 정도는 돼야 이 조항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테러와의 전쟁을 예시로 들 수는 있겠다만, 원유/가스법은 각각 40년, 80년 된 법이다. 아마 힘들 것이다. 3. 보조금, 덤핑의 문제 (WTO 보조금 협정 및 반덤핑 협정) 수출 제한의 문제점은 또 있다. 업스트림(원유/천연가스)의 수출 제한으로 미국 국내에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저렴하게 원유/가스 제품(즉, 다운스트림)이 팔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보조금이나 덤핑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4. 아니 그럼 왜 그동안 아무도 미국을 제소 안 했지? 아이러니컬한데, 미국은 위의 이유를 근거로 (특히) 중국을 상대로 제소를 많이 했었고 승리도 많이 거뒀다(바로 오늘, 희토류 분쟁에서 승소 소식이 떴다). 다만 소를 걸려면 침해 이익을 거론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이 미국을 상대로 걸 이유는 없었다. 중동이라든가 러시아(!)가 그동안 저렴하게(!?) 원유/가스를 잘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5.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그렇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에게 별 쓸모 없는 비자라든가 자산 동결보다, 아예 직접 유럽에 원유/가스를 수출함으로써 실질적인 카드를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EU나 우크라이나는 FTA 체결국도 아니고, 안 될 거야 아마. 6. 미국 국내적인 문제도 있다. 수출을 제한한 까닭에 미국 국내 시장 구조가 왜곡됐다는 얘기다. 값싼 국내산 원유/가스에 의존하니까 자원 분배의 왜곡이 생긴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출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 스스로의 방침과 어긋나기도 한다. 7. 우크라이나 사태도 있으니 이제라도 고치면 되겠네? 실제로 민주당 공화당 양당 의원들이 원유/가스 수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게... 오바마 행정부가 좀 머뭇거리고 있다. 2014년에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매우 큰 환경 단체들이 있고, 환경 단체보다 더 덩지가 커다란 미국 국내 정유업체들, 에너지 업체들의 로비도 상당하다. 일단 수출 통제 완화가 쉽게 될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수출 자유화를 원하는 이들로서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를 바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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