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눈에 눈 맞추는 사람은
그 눈동자가 푸르러가는
가을 하늘을 닮아간다
- 박노해 ‘누구의 눈인가’
Korea, 2008. 사진 박노해
살아있는 것들은 다
시선을 먹고 자란다
비탈에 선 나무 한 그루도
태양의 따뜻한 시선과
별들과 새들과 오가는 이들의
맑은 눈길을 먹고 자란다
사람도 누군가의 시선으로 자란다
힘있는 사람의 시선은 그 마음에
권력의 의지가 자라게 하고
돈 있는 사람의 시선은 그 걸음을
돈 있는 쪽으로 향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의 눈을 맞추는가에 따라
그 눈동자가 되어 간다
하늘 눈에 눈 맞추는 사람은
하늘 마음을 닮아가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 눈 맞추는 사람은
젖은 눈으로 푸르러가는 가을 하늘을 닮아간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누구의 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