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엘리시움은 어떻게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게 됐나?

[인터뷰]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 '팀 왈도'의 김옥현&강재석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작년 출시된 추리 RPG <디스코 엘리시움>은 평단과 유저의 극찬을 두루 받은 걸작이었으나 한국은 그 열풍에서 빗나가 있었다.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단어만 수십만 개. 사이코드라마에 가까운 심리묘사와 원인과 결과 사이 무수한 선택이 전부 외국어라서 좀 한다는 게이머들도 포기하기 일쑤였다.


번역하고픈 게임이 생길 때마다 등장해 팀원을 조직하고 결과물을 내는 '팀 왈도'는 답을 찾아 나섰다. 스탠드 얼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모를 리 없는 이름. 이번에도 '총대'는 사람을 모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저 번역은 공식 번역으로 인정받았으며, 시작 5개월 만에 100% 한국어화를 마쳤다. 이렇게 모두가 한국어로 <디스코 엘리시움>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어떻게 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팀 총대와 번역 프로그램 '대화문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프로그래머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강재석:

김옥현:



원래 통/번역 업계에 종사 중인가?


강재석:

김옥현:



이전에도 게임 유저 번역을 해본 적이 있는지?


강재석:


그런데 게임을 뜯어놓아도 번역을 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직접 번역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킹덤 컴: 딜리버런스>를 번역하고, 공식 번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김옥현:



<디스코 엘리시움>의 번역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강재석:


당시에는 <킹덤 컴>의 번역이 끝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누군가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시작하지 않는 걸 보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연락이 된 김옥현 님과 번역팀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김옥현:

GIF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을 위해 쓰인 별도 프로그램


아직도 게임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디스코 엘리시움>이 어떤 게임인지 소개를 청하고 싶다.


김옥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가 게임에 담긴 깊은 철학으로 오래 회자되듯이, <디스코 엘리시움>도 그 게임성으로 세월을 뚫고 회자되리라 본다. 요약하면, 철 지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소재로 하는 현재의 게임인 <디스코 엘리시움>이 게임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으니, 게임이라는 문화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해보시기 바란다. 


팀 왈도는 때마다 필요에 따라 뭉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모인 그룹인가? 실체가 있는 모임인가?


김옥현:


아니면 저런 수상한 설정은 버리고 여러분의 팀 왈도를 만들어도 된다. 팀 왈도는 따로 대표가 없는 그룹이며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번역하고 싶으면 누구라도 팀 왈도 이름을 가지고 번역하면 된다.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도 어쩌다 재석님과 연락이 닿아서 팀을 결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여러분도 팀 왈도 이름을 쓰고 싶으면 쓰면 된다!



총대부터 구인까지, 유저 번역이 이뤄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김옥현:


프로그래머께 한글 패치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능하다고 하면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홍보를 하러 갔는데 요즘에는 그냥 네이버 블로그에 번역한다고 글을 올린다. 그러면 관심있는 분들 중에 일부가 글을 자기가 하는 커뮤니티에 퍼가는데, 그 글을 보고서 인원이 모이면 번역을 시작한다. 열심히 퍼가주신 덕분에 번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인원 관리, 단어 통일, 분쟁 조정, 실적용 QA, 배포 등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잡다한 일들이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건 멘탈이 터지지 않고 끝까지 작업하는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유저 번역의 핵심이다. 진짜로.



이번 <디스코 엘리시움> 번역에는 몇 명이 작업했나? 여러 명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김옥현:


이렇게 고르고 고른 인원들에게 통일성을 위해서 일련의 지침들을 지키게 하면서 작업했다. 그 외에는 번역자들의 자율성을 매우 존중해서 따로 터치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알아서 잘하셨다. 번역은 일반적인 번역용 사이트를 사용했는데, 특이한 건 번역 보조프로그램에 재석 님께서 만드신 '대화문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속에 실시간으로 번역에 반영되는 형태인데, 이게 번역 능률을 엄청나게 그리고 번역 품질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이후에 제가 도라에몽의 진구마냥 재석 님께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고 해서 나온 여러 가지 번역 보조프로그램들도 있다.


텍스트 양이 많아 작업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강재석:


아주 사소한 대화나 지나가는 스킬 판정에도 9,562개의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며 대화의 방향을 비튼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때는 이전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저절로 연결되기 때문에 잘 체감되지 않지만, 게임 시나리오 속에는 수많은 선택과 결과가 녹아 들어있다. 


게임을 번역하다가 이런 플래그에 따른 분기가 나올 때마다 어디서 활성화 되는 플래그이고, 전후 관계를 고려해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번역하는 것이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김옥현:


상상해보라. 6개월짜리 조별과제를 하는데 조원들 얼굴도 모르고 끝난다고 딱히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급한 마음으로 미친 생각을 해서 번역자분 질리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마침 모든 수단이 떨어질 때쯤 ZA/UM에서 공식 지원을 약속해줬다. 그 이후로는 적절한 수준의 동기가 보장되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번역했다. 


공식 번역이 되고 나서 위기의 순간이 왔는데, 핵심 멤버들 여럿이 의욕을 잃었던 적 있다. 그게 큰 문제였고 텍스트의 양 때문에 문제를 겪은 적은 없다.


강재석:



이번에 유저 번역이 개발사가 인정한 공식 번역이 되었다. 소감이 어떤지?


강재석:


김옥현:


공식 번역이 되면서 수많은 이득이 있음에도 시작할 때부터 딱히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기에 심경의 변화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번역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거웠고 유저 번역이 아닌 공식 번역을 하게 되며 새로이 해야 했던 일들을 배운 것은 매우 재미있었던 것 같다. 결과의 기쁨은 찰나지만 과정은 영원히 기억되는 법이니까.

<디스코 엘리시움>은 스팀에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를 지원한다


개발사와 연락은 어떻게 주고받았나? 유저 번역이 공식 번역이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옥현:


내가 <디스코 엘리시움> 공식 디스코드 채널에 가서 “나 한국어 번역할 거야, 혹시 해줄 말이나 조언 있어?[Translated by Google Translator]”라고 물으니 “요 맨~ 기다려 직원 불러줄게~” 라는 메시지가 왔고 얼마 안 가 개발사 ZA/UM에게서 “왓 섭 맨, 우리 게임 번역한다고? 멋진 걸? 너희 공식으로 번역할래?” 라는 연락이 왔다. 전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순도 99%의 사실이다.



혹시 ZA/UM으로부터 번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기로 되어있나?


김옥현:


그래도 정말 놀라운 것은 얼굴 본 적도 없는 머나먼 땅의 아마추어 번역가에게 빠르게 돈을 주기로 한 ZA/UM의 결정이다. 우리를 믿고 대담하고 위험한 결정을 해주신 ZA/UM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러한 결정으로 우리는 ZA/UM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게 됐다. 그 결과 엄청난 속도로 번역이 진행됐다. (당초 팀 왈도는 최대 2년의 기간을 설정했다. 개발사의 지원으로 번역은 5개월 안에 끝났다)


추가 인센티브는 없더라도 번역가분들과 번역에 많은 기여를 한 유저분들을 위해서도 뭔가 계속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향후 활동 계획은? 앞으로도 유저 번역에 참여할 것인지?


강재석:


<디스코 엘리시움>도 개발사의 금전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완성도로 빠르게 번역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 시장이 커져서 개발사들이 한국어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옥현:


번역에 관심있는 게임은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인데 이유는 사실상 한국어 번역이 불가능해 보여서다. 원래 안된다고 하면 더 도전하고 싶어지는 법이거든. 하지만 앞으로도 팀 왈도 이름을 걸고 번역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팀 왈도는 언제라도 돌아올 것이며, 나도 사이드 메뉴처럼 딸려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임 뉴스는 이제 그만, 디스이즈게임이 당신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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