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9.12

토실한 알밤을 주머니 가득 담으며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나는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


- 박노해 ‘밤나무 아래서’

Korea, 2009. 사진 박노해



이럴 때가 있다

일도 안 풀리고 작품도 안 되고

울적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때

툭, 머리통에 꿀밤 한 대

아프다 나도 한 성질 있다

언제까지 내가 동네북이냐

밤나무를 발로 퍽 찼더니

후두두둑 수백 개의 밤톨에 몰매를 맞았다

울상으로 밤나무를 올려봤더니

쩍 벌어진 털복숭이들이 하하하 웃고 있다

나도 피식 하하하 따라 웃어 버렸다

매 값으로 토실한 알밤을 주머니 가득 담으며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나는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

시퍼런 침묵의 시간 속에 해와 달을 품고

어떻게 살아오고 무엇으로 익어온 줄 안다

이 외진 산비탈에서 최선을 다해온 네 마음을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밤나무 아래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https://www.nanum.com/site/852750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