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9.25

가을 볕이 얼굴을 말갛게 쓰다듬는다

멍 푸른 내 몸을 가만 가만 어루만진다

그렇게 쓰러지고 멍들며 익어가는 거라고


- 박노해 ‘가을 볕이 산길을 내려와’

Korea, 2019. 사진 박노해



가을 볕이 얼굴을 쓰다듬는다

볼이 붉은 사과를 어루만지고

들녘의 고개 숙인 벼들과 속삭이며

가을 볕은 천천히 산길을 내려와

구불 구불 강둑길을 걸어 돌아와

지난 여름 멍울진 자리를 어루만진다


그렇게 쓰러지고 멍들며 익어가는 거라고


가을 볕은 숨가쁘게 달리지도 않고

한꺼번에 무얼 움켜쥐려 하지도 않고

그저 내 몸을 말갛게 쓰다듬는다

너무 짧아 아쉽고 그리운 한 생애

쓸쓸한 그 마음처럼 가을 볕은

멍 푸른 몸을 가만 가만 어루만진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가을 볕이 산길을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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