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와 다케우치 유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어떤 미소와 그 결연함

(...) 꿈에서 깬 '미오'는 생각한다. "너와의 미래를 알아버렸으니까" 그 미래를, 그 삶을 선택하러 나선다. 횡단보도를 지나며 잠시 망설이며 잠시 하늘을 본 뒤, 돌아서는 그 발걸음에는 자신의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에 앞으로 살게 될 세계를 새로이 맞아들이는, 그것을 현재로 끌어안는, 결연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것은 정해진 운명처럼 앞날을 체념하고 수용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걸 원해"라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미오'는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쓴다. 전화를 걸어,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기억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그 단단하고 깊은 감정, 확고한 결심. 거기에는 모든 불확실함과 불가해함 들을 뛰어넘은 사랑이 있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말한 영화 <컨택트>(2016)에서. '루이스'는 처음 안아본 사람에게 "당신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잊고 있었어."라고 말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오'도, 그와 꼭 닮은 말과 행동을 한다. "괜찮아. 우린 잘할 수 있어. 그렇게 정해져 있어."


아. 영화가 있다는 게 내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엔 이런 것도 포함되어 있다. 2004년에나 2020년에나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어떤 순간이 있다는 것. 그 순간은 가령 2030년쯤 다시 꺼내도 거기 그대로일 것이라는 믿음.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미오'가 '타쿠미'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배우의 작품 너머 삶을 우리는 짐작도 할 수 없고 다 알지도 못한다. 고인이 된 이의 삶을 두고 어떻다고 말하는 건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가 살았던 삶과 그가 남긴 작품을 우리는 다만 기억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매년 여러 영화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새로운 얼굴들이 스크린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다케우치 유코도 결국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중 한 명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편히 쉬고 있을 그에게도 나직이 말해주고 싶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다치지 않게.


브런치에 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cosmos-j/1121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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