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10.7

꽃잎 떨군 자리에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 박노해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Pakistan, 2011. 사진 박노해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에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 박노해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겨울이 꽃핀다』 수록 詩

https://www.facebook.com/parkno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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