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썰) 군생활 최고의 고문관. 할렐루야. -1-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이번에는 재밌는 썰...? 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군대에 있을 당시에 한 후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혼자 알고 있기엔 너무 아쉬워서...ㅋㅋㅋ 장르를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겠지만, 생각난 김에 써 볼게요!


거짓없이, 가감없이 실화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나는 군종병이었다. 군종병이란, 주말 종교행사 때 본인이 소속된 종교로 가서 예배 및 법회를 돕는 직책으로, 연대마다 있는 군종목사, 법사, 신부님 등 종교인들의 밑에서 봉사하는 직책이었다.


연대 소속 군종병이었다면, 아침에 일어나 법당 및 교회로 가서 청소하고 재밌게 놀고, 누워서 눈누난나하는 꿀같은 일상이 반복됐었겠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대대 소속 군종병이었다.

대대 군종병은 평일에는 일과 및 작업, 훈련을 야무지게 하고 주말에는 또 각 종교장소로 가서 종교행사 준비 및 작업을 해야하는 불쌍한 직책이었다.

물론 독실한 신자들은 믿음으로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활동들을 '봉사'와 '헌신'으로 웃으며 했겠지..만...


나는 불교 대대 군종병이었다. 사실 불교를 독실하게 믿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3대째 모태불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팔에는 염주를 차고 절을 다니면서 지냈다.


내가 군대에 갔을 때, 독실한 불교 신자셨던 외할머니께서는 내 손을 붙잡고 '우리 강아지가 군대에 가서 군종병을 하면서 부처님께 은덕을 받았으면 좋겠다' 고 말씀하셨고, 차마 외할머니의 말씀을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이등병 때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반강제로 군종병이 됐었다...


그렇게 믿음과 정성이 부족한 군종병 생활을 이어나갔다. 다행이도 나를 좋게 봐 주신 군종법사님 덕분에 휴가도 받으면서 열심히 꿀을 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상병이 꺾였을 무렵...


드디어 내게도 아들 군번들이 들어왔다.


나는 잘해주려고 했다. 군필자들은 알지만, 아무래도 아들군번은 조금 더 정이 가지 않음..?


체대를 나왔다는 아들 군번... 재성이...


체대생이라기엔 너무 가느다란 팔다리와 두꺼운 안경.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축구보다는 피파온라인이 어울릴 거 같은 피지컬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 속에 축구를 했던 그 날.


재성이는 찰진 헛발질과 볼터치 0회라는 기록을 세웠고, 그 날 본인은 사범대 '체육교육과'이기 때문에, 운동이 꼭 필수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모르지... 이것도 구라였을지도...


하지만 단순히 운동을 못한다고 고문관이 된다면, 그건 쌍팔년도 군대의 악폐습이었으리라.


적어도 우리 재성이는 그런 하찮은 이유로 고문관이 되지는 않았다.


어느 날. 내가 토요일 위병소 야간조장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군필자들은 어느정도 알겠지만, 토요일 당직과 토요일 야간조장은 소위 말하는 '저주맏은 근무'에 속한다. 주말에 상병장들은 침대와 하나가 되거나, 싸지방 죽돌이가 되어 숨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토요일 당직, 토요일 야간조장은 그 황금같은 주말에 하루종일 근무를 서고,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잠을 청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토요일 당직자와 야간조장은 건드리지 않는 게 국룰이었다.


일요일 아침. 밤샘근무를 마친 나는 거의 수능보기 전날의 수험생과도 같은 예민함을 안고 위병소 근무자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총을 반납하기 위해 행정반에 들렀다.


"어~ 김상병~"

"강상병 어서오고"


'후딱 총 집어넣고 씻고 잠 한숨 때리러 가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총을 집어넣으려는 그 순간.


"총 넣지 말고 대기"


라는 ㅈ같...아니 위엄있는 음성이 중대장실 안에서 들렸고, 상당히 난처한 표정의 중대장이 문을 열고 나왔다.


"상병강지우. 왜그러심까 중대자임?"

"어... 음... 하... 미안한데, 너밖에 없다."

"어떠마스까?(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중대장은 반쯤 미안한 표정으로 내 옆으로 눈을 돌렸고, 거기엔 옆 소대 영찬이의 맞후임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근무 투입 준비를 한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쟤랑 위병소 근무 두시간만 더 다녀와라."

"? 잘몯싼?(잘못들었습니다?)"

"재성이 종교행사 갔는데, 중대에 지금 인원이 없다..."


그 때의 기분이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사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대장이 주말에 지랑 야구 안해줬다고 나 엿먹이나?

-아니 생각해보니까 저양반은 왜 일요일날 출근해서 저러고 있지?

-재성이 이새끼가 종교행사를 갔다고? 왜?

-위병소 조장 근무를 갔다 왔는데, 위병소 부사수 근무를 다시 가라고?

-군대 거꾸로 돌아간다더니, 내 군생활도 지금 거꾸로 가고 있는건가? 그럼 상병 다음에 일병?

-옘병

-꿈인가?

-당나라 군대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온갖 생각을 하면서, 2시간 전 내가 올라왔던 그 길을 다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영찬이의 맞후임이자 재성이의 맞선임인 영오에게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재성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일요일에 종교행사에 가서 기도하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삼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군대 특성상, 위병소 근무를 서다 보면 종교행사에 갈 수 없는 일이 생기는데, 재성이에게는 그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토요일 밤. 재성이는 자신이 일요일 오전에 근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야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 일요일 아침에 꿀잠 때리고 있던 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회에 가지 못하게 한다면 탈영과 자살 중에서 선택하겠습니다.'(실제로 이렇게 말했다고 함)라고 이야기를 했다.

화들짝 놀란 중대장은 세수도 못하고 구형 K5를 풀악셀로 때려밟고 출근을 했다. 이새끼는 무조건 기독교 종교행사를 가야 한다고 통보한 상태이고, 외박, 외출, 종교행사로 인해 중대에 인원이 텅텅 비어있었기에, 밤샘 근무를 마치고 오침을 하려던 나를 붙잡아 다시 보낸 것이었다.


"야"

"...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죄송합니다"

"니 맞후임이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내 근무가 끝나?"

"아닙니다"

"아니라니까 더 족같네"

"죄송합니다"


의미없는 갈굼을 반복하면서 2시간 전 퇴근했던 위병소 앞에 다시 나타나자, 위병소 근무자들은 '상상도 못한 정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강지우 상병님...?"

"뭐"

"...뭐 놔두고 온 거 있으셔서 다시 오신 겁니까?"

"뒤질래?"

"분명히 저희랑 교대하고 가셨는데 왜 또 저희랑 교대하십니까?"

"할렐루야 김재성님 맞선임한테 물어봐라. 시발"

"죄송합니다"


가장 빡쳤던 건 나와 교대한 다음 위병조장인 내 동기.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갱스터 어서오곸ㅋㅋㅋㅋㅋ"

"개빡치네..."

"난 잠한숨 때릴라니까 어이 부사수. 누구 오면 깨우래잌ㅋㅋㅋㅋㅋ"


그렇게 한없이 불편해하는 영오와, 한없이 즐거워하는 내 동기를 보면서, 나는 최초로 조장근무 후 밥먹고 부사수 근무에 투입된 상꺾이 되었다.



그렇게 두시간동안 열심히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니, 저 멀리 이등병 생활관에서 해맑은 표정의 재성이가 티비를 보고 있었다.


"재성아!"


내가 웃으며 부르자 재성이는 두꺼운 안경알을 흔들거리며 해맑게 뛰어나왔다.


"이기자! 강지우상병님 고생하셨습니다!"


내 옆에서 죄인마냥 고개를 숙인 채 지를 죽일 듯 쳐다보고 있는 맞선임은 보이지 않는지, 재성이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경례를 했다.


"존나 고생했지. 누구 덕분에 이 짬에 부사수도 서보고, 우리 재성이는 교회 잘 갔다 왔어?"

"그렇습니다!"

"그랬구나. 하하."


그렇게 차오르는 분노를 삭히며 재성이를 보고 있었는데, 재성이가 시선을 내 가슴팍으로 돌렸다.


"어? 강지우상병님?"

"응 그래. 우리 재성이 무슨 일?"


그의 눈이 향한 곳은 내 전투복 가슴팍에 있던 '불교 군종' 마크.


"이단을 믿으시면 지옥갑니다."

"...응?"

"예수님 말고 이단인 부처를 믿으시면 지옥불에 떨어지십니다. 강지우 상병님. 회개하셔야 합니다."


진짜로. 실제로. 이등병이 상꺾에게. 불교 군종병에게 이렇게 말했음. 내 모든 것을 걸고.


재성이의 맞선임인 영오의 동공은 한없이 확장된 채 나와 재성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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