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달리기는 어떻게 한 사람의 차지가 되는가: 영화 '아워 바디'(2018)

*영화 <아워 바디>의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한가람 감독의 영화 <아워 바디>(2018)에서 최희서가 연기한 ‘자영’은 8년째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시험을 남일처럼 생각해 2차 시험날 고사장에 가지 않은 그는 “공무원은 못 되어도 사람답게 살아야지”라는 말을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 직전 듣고, 엄마에게는 식사 중 글자 그대로 밥그릇을 빼앗긴다. 아주 우연하고도 갑작스러운 계기로 ‘현주’(안지혜)가 있는 러닝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기라는 세계에 눈을 뜨면서 벌어지는 ‘자영’의 이야기를 보며 <프란시스 하>(2012) 속 ‘프란시스’(그레타 거윅)의 “I'm not a real person yet.”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떠올렸다. “아직 1인분의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의 이 말이 <프란시스 하>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립하는 것에 관한 주인공의 바람을 담고 있었다면 <아워 바디>는 ‘a real person'으로서의 사람을 이루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다가온다. 영화의 제목처럼 <아워 바디>는 그것을 육체에서 찾는데, 육체의 ’무엇‘으로부터 그걸 찾고자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태도를 견지한다. 이 모호함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 자체가 영화의 태도일까, 아니면 영화가 그것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한 흔적일까. ‘모호한 것처럼 보이기’가 어쩌면 <아워 바디>의 의도일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면서 영화의 주요 장면과 ‘자영’의 행동들을 복기해보려 한다.


흔히 성적인 대상으로서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전례가 영화에 많았지만 <아워 바디>에서의 ‘자영’은 일단 순수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타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바라보는 주체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동성을 향한 그의 시선이 성적 대상화의 여지를 비껴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영’과 ‘현주’를 동성애적 코드로 바라보는 해석도 종종 보인다) ‘자영’은 상대가 어떤 성별과 연령의 사람이든 간에 그렇게 바라봤을 것 같은 표정으로 상대를 보며 최희서 역시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주도록 연기한다. ‘자영’은 책장 위에 있는 만화책을 꺼내기 위해 발 뒤꿈치를 든 동생 ‘화영’(이재인)의 치마를 보고,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현주’의 여러 신체 부위들을 본다. 앞서 ‘자영’의 시선이 향했던 ‘화영’도 얼마 후 달리기를 시작한 언니의 몸을 보며 좀 변한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엄마 역시 식사 도중 물을 가지러 간 ‘자영’의 몸을 ‘화영’이 그랬던 것과 비슷한 시선으로 훑어본다.


(...)


브런치에 쓴 글의 일부를 옮겨둡니다.

https://brunch.co.kr/@cosmos-j/1140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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