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업한 학교 정문 건너편은 터가 안좋은지(?) 내가 입시생활을 하던 고등학생때부터 10년이 훨씬 넘도록 가게가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했다. 치킨 전문 요리집, 백반집, 라면집, 술집, 떡볶이집 등 별별 음식점들이 다 거쳐갔는데, 졸업할 때 즈음 휴학을 하고 오니 그쪽에 웬 작은 컨테이너로 핫도그집이 생겼었다. 머 으레 없어질 집이겠거니 하고 한번도 안 가봤는데, 저녁에 수업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어디서 철판에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가 아주 제대로 나서 보니 그 핫도그 컨테이너가 진원지였다.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소세지를 굽고, 양파를 직접 볶고, 데운 빵에 감자무스를 발라서 턱하니 얹어주는 핫도그는 꿀맛이었고 그 뒤로 단골이 되었다. 그 집이 밥스바비!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하게 되면서 학교 근처에 갈 일이 거의 없어져 그 존재를 잊고 살다가, 강남에 지점이 생겼다고 해서 반가움에 배달시켜서 저녁으로 때웠다. 메뉴는 항상 먹던 맨하탄도그(세트)와 미트 파이. 그때 자주 먹던 셰퍼즈 파이(미트 파이 위에 감자무스 올려서 구운 것)는 없어졌는지 메뉴에 없어져서 아쉬웠음. 밥스바비 핫도그는 빵이 맛있다. 버터맛이 확 나는 느끼한 프랑스빵이 아니라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빵. 아마 몇년 전 학교 앞에서 직접 점원분에게 들은 얘기는 빵은 어디서 사오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공급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그런지는 모르겠음. 어쨌든 빵맛은 그때와 거의 흡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밥스바비 핫도그의 맛 포인트는 불맛나게 볶은 양파! 보통 이런 핫도그 류에 올라가는 양파는, 다진 생양파 아니면 슬라이스된 것이 올라가서 그나마 느끼함을 좀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밥스바비 핫도그 양파는 슉슉 볶아서 소세지의 불맛을 한층 더해줘서 좋다. (이건 내가 양파를 정말 좋아해서일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핫도그인데 소세지 그 자체는 그냥 평타인 수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제소시지 핫도그와 큰 차이가 없다. 핫도그를 한입 베어문 소감은... 그때 그 맛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었긴 한데 뭔가 좀 아쉽다. 아무래도 그때와는 좀 다른 것 같은 이유는, 배달 vs 테잌아웃의 차이 같다. 아무래도 배달시켜 먹으니 빵이 많이 축축해지고 소세지도 식어서 오니까. 항상 학교 앞에서 사서 컨테이너 앞에서 먹거나 포장해서 학교 휴게실에서 먹곤 해서 식은 후 먹을 틈이 없었지. 근데 이제는 빵에 감자무스는 안 발라주나보다. 이게 포인트였는데! 덧붙여서,세트로 먹으면 제법 신경쓴 듯한(?) 감자튀김도 오니, 가성비는 나쁘지 않음. 단, 데워먹으려고 시킨 미트파이는 노오오오오... 치즈맛이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은데다가 너무 흐물흐물해져서 다시는 안 시켜 먹을 것 같다. 패스트푸드 미트파이는 좀 덜 느끼한 제스터스 쪽이 나한테 더 맞지만, 이건 내 입맛이고 치즈 좋아하시는 분들은 맛있게 드실 수 있을 듯. 쨌든, 오랜만에 학교 앞 핫도그를 사무실에서 맛볼 수 있어서 만족했음. 핫도그보다는 학교 다닐 때 추억이 떠올라서 더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 밥스 바비 http://www.foodfly.co.kr/restaurants/show/12976 - 맨하탄 도그 세트 (5,900원) - 그냥 쏘세지 (2,000원) - 미트 파이 (3,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