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똑같은 하루일뿐. (자전거 여행 5일차, 보령-군산, 4/25)

사진 1 - 군산 초입. 군산에 딱 들어서는데 저 넓은 평야와 드넓은 금강을 보고 일제시대 때 왜 그렇게 일본인들이 군산을 탐냈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됐다. 사진 2 - 금강 하구뚝 & 군산 앞바다. 이게 정말 강이라고?! 싶을만큼 넓었다. 사진 3 - 경암동 철길 마을. 진짜 이 좁은 집 사이에 열차가 어떻게 다녔을까 싶었다. 바로 옆에는 아파트가 있어 현재와 과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곳. 사진 4 - 군산 시내 곳곳에선 일본식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2층은 가정집으로 사용하고 1층은 가게로 사용하는 이런 건물을 그냥 골목을 다니다가 발견하게 된다. 이 건물은 특히 눈에 띄었는데 2층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 같고, 1층은 절반만 리모델링해서 식당으로 쓰고 있었다. 한 건물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사진 5 - 오늘 내가 묵는 숙소, 고우당. 정말 일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각시탈 촬영 장소인줄 알았다. ㅋㅋ 사진 6 - 내가 묵은 고우당의 다다미방. 처음엔 게스트하우스래서 여럿이 함께 머물줄 알았는데 1인실이었다. 근데 이게 무려 2만원. 대박사건... 사진 7 -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다른 것보다도 절 뒤에 잘 조성되어 있는 대숲이 일본식 사찰이라는 걸 잘 느끼게 해줬다. 사진 8 - 동국사에서 열리고 있는 침탈 사료 기획전. 차마 일본이 망할지 몰랐다고 말했던 서정주 시인이 생각이 났다. 이 정도였으니 일본이 남의 나라였다는 생각이 들었을리가... 사진 9 - 국내 최초의 빵집 이성당.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야채빵은 품절이라 못 먹었다. 낼 먹어야지. 사진 10 -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 사진관. 여긴 정말 이 동네 사진관처럼 동네에 녹아들어 있다. 영화 촬영지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기 월명동은 참 살고 싶어지는 동네였다. ====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여행이라지만, 오늘은 그게 더욱 심한 날이었다. 출발하는 아침까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다만 분명히 결정한 건 국도나 지방도를 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해지지 않은 길로 다니는 게 참 재미있기도 했지만, 라이딩 하는 내내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긴장하면서 타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금강 자전거길이 나와서 오늘은 그리로 가기로 결정하고 버스를 타고 보령 터미널로 빠져나왔다. 금강 자전거 길은 대전 대청댐에서부터 시작해 군산 금강 하구둑에서 끝난다. 대전으로 갈지 군산으로 갈지 정해야했지만 어느 한 곳을 정하지 못했다. 그냥 고민하지말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가 가장 빨리 있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터미널에 도착하니 군산으로 가는 버스가 10분 더 빨리 있는 것이 아닌가. 군산이 더 가까워서 버스비가 훨씬 싸기도 했고.. 고민 없이 군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래도 군산은 시골집이랑 가까이에 있는 편이어서 한 번쯤은 와보았을 법도 한데.. 정말 군산은 처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군산은 조정래 소설 '아리랑'에 나온 모습뿐이었다. 버스가 군산에 진입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럴만도 해'라고 속으로 외쳤다. 드넓은 평아, 눈 앞에 펼쳐진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정도로 넓은 금강. 왜 일본인들이 군산이라는 도시를 탐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만 나는 그때까지도 군산이 이렇게 멋진 도시인줄은 미처 몰랐다. 자전거길이 시작하는 금강 하구둑에서 세종시쪽으로 출발하려다가 길 건너편에 있는 철새 조망대를 보고 '혹시 아직 떠나지 않은 철새도 있을지도 몰라'라는 다소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어 구경할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철새조망대를 검색하니 줄줄이 따라 나오는 군산 여행 포스팅이 엄청났다. '군산에 이렇게 볼게 많아?'했는데 진짜 많았다. 심지어 이 작은 도시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게 아닌가! 여행 5일째이고 이젠 좀 이불 덮고 자보고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만 예약된다면 여기서 하루 머물고 갈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게스트 하우스에 공실이 있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엔 여긴 게스트 하우스 없어도 정말 계속 있고 싶은 도시였는데 이런 도시를 그냥 지나치려고 생각했다니.. 여행은 좋아하지만 관광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가급적 블로그 포스팅도 잘 읽지 않고 보면 본대로, 못 보면 못 본대로 다니는 중이었는데 여긴 진짜 구석 구석 챙겨보고 싶었다. 마치 낙서가 있는 책을 들춰보며 다음 낙서는 언제 나오나 기대하는 아이가 된 기분이랄까. 군산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100년 전의 모습과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경암동 철길 마을도 그랬다. 집과 집 사이에 딱 기차 하나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 정말 아슬 아슬했겠다는게 막 상상이 되는 그 공간에는 2008년까지도 기차가 다녔다고 한다. 사실은 꽤 먼 과거도 아니었던 거다. 아직도 이 마을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철길에 나와 상추를 다듬고,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을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돌아간다면 저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러니깐 저 공간에서 만큼은 현재는 현재가 아니었고 과거는 과거가 아닌 것 같았다.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거기에 있다. 과거를 과거로 묻어두지 않고 현재로 승화시키는. 골목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일본식 건물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국내 유일의 사찰이라는 동국사도, 내가 묵었던 숙소인 고우당역시 관광지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이 동네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었다. 심지어 8월의 크리스마스 여행지 촬영지인 초원사진관도 그냥 동네 가게 코스프레를 어찌나 잘 하고 있었던지 그냥 동네 사진관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정도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여기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만큼은 이방인이 아니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줄어드는 여행 경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엔 '돈 떨어지면 서울로 돌아가면 되지 뭐.'하고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젠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 더 늦게 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서울에 있었으면 불금이다 곧 주말이다 뭐다 하면서 괜히 들뜨거나 싱숭생숭 했을텐데 그러지 않는 일상의 단조로움이 너무 좋았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월요일이든 수요일이든 금요일이든 다 똑같은 하루일 뿐이다. 잘 안 될 거라는거 아는데... 돌아가더라도 이런 소소한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사실 당연한 건데.. 숙소로 돌아와 접한 스마트폰 안의 소식들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일제 시대의 흔적들을 볼 때도 그랬고 오늘은 전반적으로 참 즐거우면서도 애달픈 여정이었다. - 라이딩 시작 시간 : 1시 30분 - 라이딩 종료 시간 : 5시 45분 (중간에 철새 조망대 관람) - 이동 거리 : 21.1km - 오늘의 교훈 :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그저 다 똑같은 하루일뿐이다. - special thanks to : 군산 터미널에서 자전거 잎바퀴를 장착하느라 쩔쩔매는데 바퀴를 잡아주셨던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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