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통령 임기

얼마 전까지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7년 씩이었다. 2000년 9월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의 임기가 5년씩으로 바뀌었는데, 그때의 지지율은 73%였다. 그런데... 투표율이 30%였다는 점이 함정. 과연 프랑스가 5년 중임제를 지지했던 것일까? 원래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었다. 미국사를 공부하면 누구나 맞닥뜨리게 될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De la démocratie en Amérique)"의 영향도 있고 해서 프랑스 제2공화국은 1848년, 국왕 루이 필립을 몰아낸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정했었다. 물론 이때도 대통령에 당선된 루이-나폴레옹이 제2제정을 일으켜서 민주주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함정. 프로이센 덕택에(응?) 세워진 제3공화국(1871)은 사정이 좀 달랐다. 이때 역사를 좀 알아야 하셔야 할 텐데, 당시 프랑스는 프로이센에게 전쟁에서 패배 당하여 루이 나폴레옹 황제가 물러난 직후였고, 공산주의자들의 준동으로 파리 시가 한때 "꼬뮌"에게 점령 당했었다. 당시가 19세기 후반임을 고려해야 한다. 그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아 나라에 국왕이 있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왕의 머리를 잘랐던 이력이 있는 국민들인지라, 왕당파에 반하는 공화주의자들(당시는 급진주의자들이라 불렸다)도 세력이 만만치 않았다. 황제가 사라진 권력 공백에서 이들은 타협을 해야 했는데, 이때 왕당파는 대통령 임기를 10년, 공화주의자들은 5년으로 주장해서 싸워댔었다. 이때 해결자는 파트리스 드 막마옹. 스펠링이 MacMahon이다. 당연히 영국-아일랜드 출신이며 제임스 2세가 명예 혁명으로 쫓겨날 때 프랑스로 망명한 집안 사람이었고, 파리 코뮌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장군이기도 했었다. 그는 타결책으로 10년과 5년 중간에 있는 7년을 제시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졌으며(실제 법제화는 1875년에 있었다(L'amendement Wallon)), 결국 막마옹은 제3공화국의 1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뿌리 깊은 왕당파였기에 결국 실각한 것은 안 자랑. 다만 제3공화국은 거의 의원내각제 비슷하게 굴러갔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기는 관심 사안이 아니었다. 누구 지금 독일 대통령 임기 기억하는 사람 계신가? 마찬가지다. (정답: 5년 중임제) 그렇게 역사가 흘러가다가 두둥. 드골이 등장했다. 원래 드골이 세웠던 제5공화국(아직까지 제5공화국이다)은 대통령을 (직선제스러운) 간선제로 뽑았었다. 미국스러운 방식이었는데, 확실한 직선제를 선호했던 드골은 의회를 해산하고(!) 직선제를 쟁취하는 등, 매우 독재자스럽게 행동했었다. 그래서 그 이후 퐁피두 대통령이 5년제로의 변경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의회가 반대했었다. 몸이 허약한 퐁피두가 어차피 오래가지 못 하리라 생각해서였을까? 사실 7년 중임제를 마음껏 다 활용한 제5공화국의 유일한 대통령이 프랑수아 미테랑이었다. 무려 14년을 했으니 말이다. 미테랑 개인은 5년제를 더 선호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자기 입장이 되면 그냥 변화 시키지 않는 쪽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야당(우파)도 언젠가는 대통령을 다시 차지할 것이기에 별로 의욕적이지 않았었는데... 시락 대통령 때 드디어 사단이 일어났다. 당시 동거정부로 정권을 잡고 있었던 야당(좌파)의 조스팡 총리가 주도하여 결국 5년 중임제로 바뀐 것이다. 시락은 당연히 반대했지만 말이다(조스팡은 자기가 다음 통을 할지 알았을 것이다). 단, 이때 대통령 임기만 바뀐 것이 아니다. 숱한 동거정부를 경험하여 진력이 났던 나머지, 국회의원(하원) 임기도 대통령과 동일하게 바꿔버린 것이다. 즉,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에, 프랑스는 하원의원도 선출을 한다(상원은 6년제이지만 상원이 뭐하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같은 당이 대통령과 다수파가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도 조스팡 이후로 프랑스가 동거정부의 형태였던 기억이 없다. 그러자 우연찮은 결과가 생겼다. 일단 동거정부는 사라졌되, 대통령과 총리가 미국의 대통령-부통령스러우면서도 미국의 부통령보다 총리에게 훨씬 힘이 가는, 그런 형태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수아 피용을 스스럼 없이 "협력자"라 칭하면서 거의 둘이 같이 통치했었다. 올랑드 대통령도 애로 총리와 같이 통치를 ... 하기는 했나? 아무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훨씬 행동가이자 스폿라이트도 많이 받는 내무부장관이었던 발스를 새로이 총리로 임명했다. (그가 올랑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정리하자. 원래 프랑스가 대통령-의원내각의 절충 형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동거정부(의원내각제 요소가 들어가면 어쩔 수 없다)의 가능성을 임기 개편으로 거의 없앴고, 그렇게 하고 나니까 총리의 역할이 상당히 예전보다 커졌다는 의미가 됐다. 5년이 짧은 임기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정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단점도 있고 말이다. 사르코지 때처럼 단임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잦아지면 이 문제 역시 커질 우려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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