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해서 냉장고를 꽉꽉 채우고나니 묵은 김치 한통이
덩그런히 차마 구석에 박히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침묵하고 있다.
성능 좋은 김치냉장고 덕에 신맛이 덜하다는 이유로 이틀을
못본 척 방치하니 마음이 자꾸 쓰여서 결국엔 손을 댔다.
몸이야 쑤시건 말건 있는 힘을 다해 꽉꽉 감정 실어서 짠
김치에 삭힌 고추 다지고 무우말랭이 , 두부, 부추, 고기
당면 그리고 갖은 양념해서 푸짐히 만든 속.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맛나게 먹어 줄 가족들 얼굴이 떠올
라 배시시 미소가 베어난다.
이쁘게 아무리 할려고 애써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양에
고집 센 누굴 닮은 듯해 또 배시시..
유리문이고 창문이고 하얗게 새겨진 뽀얀 김 너머 서둘러
귀가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지금쯤 집에 와 있으려나?
흰김 모락모락 뿜뿜..
드디어 말랑촉촉 틈실한 찐만두 탄생!
소쿠리 한가득 담긴 것들을 보니 엄마 생각..
그리고 멀리있는 딸 생각이........
한입 크게 베어 문 매콤한 속맛에 급하게 사라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더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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