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아놀드의 <공룡이 용용 죽겠지>

책을 보면 일단 제목부터 읽어달라는 나비가 이 책을 보고 "공룡이" 까지 읽었습니다. '공룡' 글자는 자기 이름 세 글자와 함께 예전부터 알았고, '우유'도 읽더니 이젠 '이' 자도 읽게 됐네요. 이러다 한글 깨우치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제목을 읽고 있으니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왜 공룡이 용용 죽겠지에요?" 왜일까요? 이상합니다. 그래서 원제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고 맙소사. 이런 어이없는 제목을 볼 때마다 정말 저도 답답합니다. 원제는 <Dangerous Dinosaurs>였습니다. 위험한 공룡들이죠. 번역한 곳에서 공룡과 아이들이 '친구'여야 책이 잘 팔린다고 생각한 걸까요? 지난번 소개한 <공룡유치원>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빵점짜리 제목과는 달리 책은 흥미진진합니다. 우선 책 자체가 거대한 지그소 퍼즐북입니다. 6장의 페이지 모두가 지그소 퍼즐로 돼 있죠. 난이도는 나비에겐 좀 어렵지만, 만 6세 아이들은 도전할 만 해보입니다. 만 7세가 되어 초등학교에 다니고 글까지 읽게 된다면 제법 맞출 것 같아요. 하지만 퍼즐을 맞추는 재미 외에도 책 자체의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시시하게 공룡과 사람이 친해지는 시간 여행 따위를 다루지 않습니다. 박사님과 지능을 갖춘 원숭이가 트라이아스기(원시 파충류의 등장 시기)부터 시작되는 과거로 돌아가 쥐라기와 백악기(공룡의 전성기)를 거치는 모험이긴 한데, 이 속의 공룡들은 하나같이 사악합니다. 초식공룡은 그저 먹잇감에 지나지 않고 육식공룡은 주인공 박사님과 원숭이를 끊임없이 위협하죠. 주인공들은 빨리 공룡이 없는 포유류의 시대, 즉 현대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위험한 공룡'을 보면서 먹이사슬을 배우는 아이들의 즐거움 때문에 과거에 머무를 뿐이죠. 작가 닉 아놀드는 이렇게 '두려운 과학'(horrible science)이라는 개념으로 시리즈 과학동화를 써냅니다. 사실 알고 보면 자연현상이란 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가차 없는지, 인간은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게 됐는지 차근차근 깊이있게 설명합니다. 무엇하나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가리지 않죠. 그래서 아이들은 더 즐거워 합니다. 첫 장에선 퍼즐 맞추기에 급급했던 나비도 둘째 장, 셋째 장을 넘어가면서 퍼즐 못잖게 내용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육식 공룡의 날카로운 송곳니란 초식공룡을 꽉 물어서 갈기갈기 찢어먹기 위한 도구라는 걸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책이라니. 아이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에 흥분합니다.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소와 닭, 개와 돼지를 도축하는 집에서 자라났잖아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우리 조상들은 집단 정신병에라도 시달렸던가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동물들의 고통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같은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기는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의 발달이 더 큰 문제 같습니다. 그래서 닉 아놀드의 책은 앞으로도 찾아서 사 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쉽게 '전집'으로 살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horrible science 시리즈는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라는 시리즈로 국내에도 출간돼 있는데, 닉 아놀드와 토니 드 솔스(삽화가) 두 사람의 작품만 20권이 넘고, 시리즈 전체는 150권에 이르거든요. 나비 만족도: ★★★★☆ 아빠 만족도: ★★★★ * 만점을 주고 싶었지만, 나비는 "퍼즐이 잘 끼워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제작비를 낮춘 문제인지, 퍼즐 마감 완성도가 별로더라고요. 제 입장에선 퍼즐 마감과 함께 제목 번역도 거슬렸습니다. 공룡이 용용 죽겠지는 해도 너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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