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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제법 풀렸다. 새해가 되고 열흘이 지나 처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왜 그랬을까. 이제부터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시집이 나오면 보내 줄 지인 명단을 추려보았다. 그러면서 역시나 자연스레 문단의 이상한 문화를 떠올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시인들끼리 품앗이하듯이 서로의 시집을 주고받는 문화. 이게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간혹 들려오는 말로 시집을 보내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는 시인들이나, 그나마도 여기까지는 양반인 것이 아주 당당하게 시집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건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문화는 개인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이 나온 줄도 모르니까. 그런데 그조차도 사실 독자로서의 나태함이 아닌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들이 나오고 있는지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쓰는 자는 독자가 아닌가? 떠먹여 줘야만 읽는 사람이라면 굳이 책을 보내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시집이 읽고 싶으면 사서 보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시인이 자발적으로 보내주는 것은 하등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소 강제적인 분위기에 동조해야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물론 누군가는 강제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보내기 싫으면 안 보내면 그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송 명단을 작성하며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 이 상황 자체에 이미 강제성이 있다.

어차피 모두에게 보내주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고, 그러다 보면 선별하게 마련인데 누구는 보내주고 누구는 보내주지 않고, 이런 상황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가장 좋은 것은 궁금하면 직접 사서 보는 것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든지. 독자들이 자신의 시집을 구매하기 원한다면 스스로도 다른 시인의 노력에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인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시인이 그러는 것은 아이러니다. 품앗이하듯이 시집을 보내주기보다는 서로의 시집을 사서 보는 정성을 보이는 것이 훨씬 더 이상적인 문화는 아닐까. 직접 구매했으니, 아무래도 집구석 어딘가에 내팽개쳐놓기보다는 읽어볼 확률도 높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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