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간이 멈춘 마을 -2-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우선, 1편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요!

제 생각보다 좋은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바로 2편으로 가겠습니당!


(1편 링크)

https://www.vingle.net/posts/3532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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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 안에는 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누가 분이라도 칠해놓은 것처럼 아버지는 핏기 없는 모습으로 깨끗한 옷을 입고 누워 있었다. 마치 본인이 죽는다는 걸 미리 알고 정리하기라도 한 듯, 방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아...아버지...”


서른이 넘어서, 나도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나서야 불러보는 ‘아버지’라는 말.


“어...어흑...아버지... 왜... 여기서 이렇게 누워 계세요...”


그토록 미워하던 사람이었지만, 내 아버지였다. 미워했던 11년의 시간.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20년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멋진 아버지였다.


“아버님도 다 듣고 계실거야...”


어느새 내 옆에서 내 등을 두드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 과거와 슬픔을 닦아내고 난 후, 나는 아버지의 시신을 똑바로 쳐다봤다.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머리에 새기기 위해서였다.


“근데 아버님은 하나도 안 늙으셨네.”


옆에서 아내가 중얼거렸다.


“아.. 여보도 우리 아버지 만난 적 있었지?”

“응. 어머님 장례식장에서.”

"하긴. 그때 우리 과 동기들 다 왔었으니까."

"그때랑 똑같으셔."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희끗한 구레나룻, 살짝 주름진 눈매.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아내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정말 내 기억에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폭언과 저주를 퍼붓던 그 날. 묵묵히 내 울분을 받아내던 그 모습과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다시 그때 기억이 떠올라 눈앞이 흐려졌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모두 내 눈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손으로 눈을 닦아냈다.

아내와 함께 아버지를 보며 슬픔에 젖어있던 그 순간.


“흠! 흠! 계시오!”


낯선 저음의 목소리가 방문 사이로 들어왔다.


“누구십니까?”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내 눈엔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유태석씨 자제분 되십니까?”


오십은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유시안입니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시신을 거두어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예?”


초면에 들은 말치고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마을은 워낙 작은 마을이고, 보시다시피 장례식장도 없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려면 도시로 나가셔야 합니다.”


“아... 예... 그래도 조금 수습할 시간을...”


“태석씨가 거기 계속 누워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편하게 가시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 아버지께 효도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그랬다. 여기에 아버지를 눕혀놓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영이 빠져나간 아버지의 육신이었다.


“그러면... 오늘은 이미 해가 저물어가니, 아버지는 여기에 모셔놓고 저희는 옆방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겠습니다.”


“안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말을 잘랐다.


“보아하니 아내가 임신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한 지붕 아래 시신과 태아가 같이 잘 수 있습니까. 지금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시오.”


아까와는 다른 사람.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저...저는 괜찮아요. 아버님께서는 그냥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아서, 정말 예전 모습 그대로이신걸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내는 침착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미소지었고, 그 순간.


-흠칫


나는 몇몇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내가 한 말이 저렇게 놀랄 일인가.


“크흠... 아무튼 그건 아이한테 좋지 않아. 더 말할 거 없이, 얼른 아버지 모시고 가게.”


50대의 중년이 강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점점 의심이 들었다. 내가 내 아버지 집에서 자고 간다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왜 난리들인지. 왜 이렇게 우리를 빨리 보내고 싶어 안달인지.

그렇지만 일리는 있었다. 아무리 내 아버지라도, 죽은 사람과 태어날 아이를 같은 지붕 아래 계속 두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렸다.


“알겠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가겠습니다.”


“여보. 나 괜찮아.”


나는 아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아가도 그렇고, 아버지도 조금이라도 빨리 모셔야지. 나갈 수 있겠어?”


“응... 난 상관없어.”


아내와 대화를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마을 사람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과 적대감이 묻어 있었다. 오히려 죽은 사람 옆에서 자는 것보다 이 꺼림칙한 분위기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불편할 거 같았다.


“대신, 아버지를 모시고 나갈 수 있게 좀 도와주십시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이 말을 끝으로, 마을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처음부터 준비를 해놓은 듯 수의와 관, 심지어 아버지를 싣고 갈 수 있는 작은 수레까지.


그들은 빠른 속도로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들어 관에 눕혔다. 수의를 아버지의 몸 위에 올려놓고 관뚜껑을 닫은 뒤, 수레에 태워 차 앞까지 이동했다.


“미리 준비라도 하신 거 같다.”


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빠른 속도에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나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나가려고 마음먹었으면 빨리 나가야지.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뒷열 시트를 전부 눕히니 그럭저럭 아버지의 관이 들어갈 자리가 나왔다.


“흔들릴지 모르니 자네가 뒤에 함께 타서 배웅해주게.”


30대의 남자가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예...예? 하지만...”


중년 남자는 굉장히 당황하며 버벅거렸다.


“괜찮아. 마을 입구까지만 바래다주고 돌아오게.”


“예..예...”


자신보다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하대하며 지시를 하고, 조카뻘인 젊은 사람에게 반박도 하지 못하고 존대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여긴 시골이라 아직도 신분 제도가 있나...”

“그러게. 불편한 그림이긴 하네...”


아내와 내가 중얼거리는 사이, 중년의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트렁크에 탔고, 아버지의 관을 끈으로 고정시켰다.


“출발하세.”


아버지의 관이 고정된 것을 확인한 나는 서서히 마을 입구로 차를 몰았고, 작은 마을답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장승이 세워져 있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이..이제 내려주게. 왔던 길로 쭉 돌아가면 도시가 나올 거야.”


중년의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죄송한데 조금만 더 가도 괜찮을까요? 저 언저리까지만, 밤이라서 길눈이 어두워서요...”


“뭐? 아...아니...”


“조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는 남자를 쳐다보며 공손하게 부탁했고, 남자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굳어졌다.


-부웅


나는 암묵적인 동의를 구했다는 생각에 엑셀을 밟았고, 차는 마을 밖으로 이동했다.


“...열어.”


“네?”


차가 마을 입구를 벗어나자마자,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뭐라구요?"



“뒷문 열으라고!!!!”


“꺄악!”


눈에 핏발이 선 채 소리를 지르는 중년의 남자와, 그 소리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아내.


나는 당황한 채 남자를 쳐다봤다.


“빨리 열어!!! 빨리!! 창문 부수기 전에!”


-쿵! 쿵!


남자는 다급하게 외치며 손으로 창문을 치기 시작했다.


“아..아...! 알았어요!”


나는 급하게 차에서 내려 트렁크 문을 열었다.


-털썩


트렁크 문이 열리자마자, 남자는 차에서 굴러떨어졌다.


“아...아저씨. 괜찮으세요?”


“흐으...허어...허억...”


남자는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장승을 향해 기어갔다.


“아저씨. 제가 잡아드릴게요.”


나는 급히 달려가 남자를 부축했고, 몇 걸음을 걸어 마을 입구에 들어왔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탁


남자는 마을 입구에 들어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바로 거칠게 내 팔을 떼어냈다.


“괜찮..으세요?”

“...”


남자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곤, 이내 어둠이 깔린 마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뭐지...?”


이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닌 마을. 점점 이 마을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여보. 그분은 괜찮아?”

“어. 괜찮으신 거 같아. 여보는 괜찮아? 많이 놀랐지...”

“난 괜찮아. 놀라기만 했어.”


차에 타자마자 아내를 확인했다. 아내는 조금 놀랐지만, 크게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 속으로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산길을 운전하면서 나는 계속 생각을 정리했다. 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신 걸까. 마을 사람들은 왜 우리가 마을에 머무는 것에 대해 적대적이었을까. 아까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마을 밖으로 나가자마자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아버지는 강산이 변하는 세월동안 전혀 늙지 않았을까. 의심스럽고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말없이 운전을 하다 문득 아내에게 시선이 갔다. 아내는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와 아버지의 관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여보.”

“응?”


나는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버지 부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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