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집 앞에서 노크를 했다. 오늘은 주문한 대체식품이 오는 날이어서 택배기사인가 싶었다. 평일 낮의 경우 사람들이 부재한 경우가 많아서, 더구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사실상 비대면 배송이 관례화 된 면이 있어서 굳이 노크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세상에. 그런데 급기야 문밖에서 내 이름을 외쳐 부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의아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척 성가신 마음 상태로 문을 열자 택배기사라기보다는 퀵 기사로 보이는 사내가 떡 하니 서서 내게 정자(正字)로 서명하라 일렀다. 그가 들고있는 것은 서류용 대봉투였다. 나도 모르게 '아니, 이게 뭐죠?'라고 물었고, 사내는 '저도 모릅니다' 였던가, '저도 모르죠' 였던가 그 비슷한 대답을 했다. 나의 서명을 본 사내는 너무 날려쓰셨다며 다시 쓰라고 했다. 다시 한번 사내가 든 기기에 서명을 한 나는 대봉투를 받아 들고 문을 닫았다. 그것은 시집 출간 계악서였다. 내가 책을 내긴 내는구나 싶었다. 대체식품은 오지 않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종이팩에 담긴 190 mL짜리 곡물음료를 들고 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