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맑은 웃음으로 떠나갈 수 있기를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살라가기를
- 박노해 ‘이제와 우리 죽을 때’
Peru, 2010. 사진 박노해
하느님 한 가지만 약속해주셔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을 수 있게만 해주셔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 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만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 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 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 박노해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사람만이 희망이다』 수록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