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간이 멈춘 마을 -3-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날씨가 추워졌다 다시 더워졌다 반복 반복... 정말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에요.

저도 얼마 전에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왔더니 갑자기 열이 펄펄 끓어서 급하게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열나면 너무 무섭... 주사 맞고 약 먹고 이틀을 마스크 쓰고 자가격리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열이 내려가고 몸도 멀쩡해져서 코로나는 아닌 걸로... 큰일 날 뻔 했습니당...


빙글러 분들께서 1, 2편을 많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댓글들을 읽으면서 힘도 나고, 의견 써 주신 분들 댓글도 읽으면서 너무 재밌더라구요. 저도 거기 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소심하게 하트만 누르고 뿌듯해했답니다ㅋㅋㅋ


아마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댓글에는 하트를 많이 누를 거 같아요! 그래도 댓글 다 보면서 행복해하고 있으니 여러 의견 나눠주세요! 감사해요! :)


(1편 링크)

https://www.vingle.net/posts/3532297

(2편 링크)

https://www.vingle.net/posts/3536809


---------------------------------------------------------



4.

“우리. 아버지 부검해보자.”


지금 상황에서, 아내가 듣기에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말이었나보다. 아내는 조수석에서 놀란 표정을 한 채 나를 쳐다봤다. 마치 뭔가를 잘못 들은 거 같은 표정이었다.


“부검...? 그치만 아버님은 저렇게 멀쩡하신데..”

“그래서 해보자는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둑어둑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구형 SUV의 주황색 불빛으로만 비춰가며 운전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조금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온 거 같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 동네. 뭔가 이상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냐.”


신경질적이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의문점을 확실히 갖고 내뱉은 말이었다.


“겨우 이제 초등학생이나 되었을 법한 애가 중년 아저씨처럼 이야기하는 것부터가 좀 이상하지 않아?”

“응? 그건... 보통 할머니 손에 큰 아이들은 다들 그렇지 않아?”


“말투만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걔는 눈빛이 달랐어. 그 눈은 절대 초등학생의 눈이 아니야.”


그 눈. 세월의 풍파에 꺾이고 닳아 현실과 타협한 듯한 눈빛. 중년 남자. 부장님, 과장님,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보던 눈빛과 흡사했다.


“꼭 그 애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뭔가 이상해. 우리를 빨리 내보내려는 것도 그렇고...”

“하긴... 좀 이상하긴 했지.”


“결정적으로 그 아저씨. 멀쩡하던 양반이 정확히 마을 밖으로 나온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어.”

“그 아저씨도 좀 이상했지.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갑자기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아무래도, 그 마을에 뭔가 비밀이 있어.”


그리고 그 비밀에 의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면, 나는 그것을 밝혀야 한다.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달이 밝기 시작한 산길을 빠져나왔다. 흙길을 뚫고 나온 자동차는 조금 덜컹거렸지만 착실하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부검 못해 임마.”


도시로 나와서 친한 친구에게 전화했을 때, 친구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너희 아버지... 그 일단 힘내라. 암튼 니가 급하다니까 본론만 이야기하는 건데, 사건에 관련되어 있거나 변사체로 발견된 경우가 아니면, 부검은 힘들어. 그리고, 아버지 몸에 큰 외상이나, 중독 증세.. 뭐 그런 타살 의심 징후가 있어?”


“음.. 아니. 사실 너무 깨끗해서 부검해보고 싶은 거라...”


“그러면, 장례식장에서 검안의가 검안하는 걸로 끝날거야. 사실, 집에서 그냥 돌아가신 걸로 보는 게 가장 유력해서.”


“후... 그럼 일단 장례식장으로 가야겠네...”


“그래... 나도 일 마치면 갈 테니까, 잘 추스르고 있어라. 니가 어떤 마음으로 이러는지 알겠는데, 다 절차가 있고 조건이 있어. 곧 갈게.”


친구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가, 처음부터 부검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자연사라기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애초에 이렇게 단정하게 차려입고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고,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애매했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아버지를 모시고 장례식장으로 향했고, 아버지를 임시로 모신 관을 장의사들이 가져간 후, 작은 빈소가 차려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11년 만에 입은 상복이었다. 두 번째 상주였고. 어머니 생각과 아버지 생각이 동시에 나면서 문득 우울해졌다.


내가 이야기한 몇몇 친한 친구들이 동창들에게 연락을 돌렸는지, 휴대폰엔 명복을 빈다는 문자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아내는 상복을 입은 채 내 옆에 앉아있었다. 아기한테 좋지 않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우리 아가도 분명 할아버지 배웅해드리고 싶을거야’라며 내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 피어나는 의심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기에, 다소 멍한 상태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아버지의 낡은 수첩에 적혀 있던 지인들에게는 전부 연락을 돌렸다. 아버지의 고향 선배, 동창, 친구분들. 고아였던 아버지는 따로 연락할 가족이 없었고, 그나마 있던 가족들인 외삼촌, 이모,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를 원수처럼 대했다.


그렇게 밀려오던 조문객들이 뜸해질 무렵.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끊었던 담배였다. 그러나 종일 조문객들을 받으며 머릿속에 든 의문들을 생각하다 보니 한 대 생각이 간절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칙


조용한 밤. 그믐달이 담배 연기에 가려졌다. 간만에 피운 담배 때문인지 머리가 띵했다. 차라리 담배 연기처럼 의문들도 날려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 딱 유태석이 아들이구만.”


하늘을 보며 연기를 뿜던 그때, 누군가 내게 반가운 듯이 말을 걸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실례지만 저희 아버지와는...”


나는 내뿜던 연기를 손으로 저으며 담배를 비벼껐다.


“허허. 괜찮아. 더 피워도 돼.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그냥 있겠나.”


말을 건넨 사람은 반백의 중년 남자였다. 호리호리한 인상에 균형 잡힌 체격.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삼촌 삼촌 하면서 따르더니, 니 아빠랑 의절하면서 삼촌도 까먹었냐?”


남자는 반가운 기색으로 내 머리를 쓸었다. 장난스러운 말투와 표정. 낯이 익었다.


“아...어... 기성 삼촌?”

“기억하는구만! 그래. 오랜만이다. 시안아.”


아버지의 오랜 친구. 자식이 없던 기성 삼촌은 어렸을 때부터 나를 예뻐했다. 늘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녔고, 가족끼리도 자주 모였던 기억이 났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기억 중 다수는 이 삼촌도 함께 있었다.


“삼촌. 오랜만이에요. 얼른 들어가시죠.”

“그래.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삼촌은 덤덤한 표정으로 향을 피운 뒤 절을 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친구한테 절 받으니까 어째. 즐겁냐? 나쁜 놈...”


덤덤한 표정을 비집고 한 방울의 눈물이 삼촌의 볼을 타고 흘렀다.


“곧 죽는다 어쩐다 하면서 지껄이더니, 진짜 이렇게 가버렸어...”


삼촌은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응? 곧 죽는다?


잠깐만.


“저. 삼촌. 방금 무슨 말씀을...”


“여보. 나중에.”


아내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삼촌의 얼굴을 보며 내게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잃은 나.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죽마고우.


어쩌면 나만큼 슬픔을 내뱉어야 할 사람이리라.


그렇게 삼촌은 양반다리를 하고 영정사진 앞에 앉아 한참을 아버지와 마주했다.




아버지를 마음에서 떠나보낸 후. 삼촌과 나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궁금한 게 많지?”

“네...”


삼촌은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아버지 시신을 용케도 잘 모시고 왔구나. 산길이 제법 험하던데.”

“삼촌. 그 마을에 가신 적이 있으세요?”


삼촌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소주 한 잔을 건넸다.



“니가 받은 그 편지. 내가 보낸 거다.”





5. 기성의 시간.

-띠리리리


기성은 요란하게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유태석


“어? 유태석?”


기성은 부리나케 전화를 받았다.


“야. 태석아! 너 뭐야. 뭐 하느라 10년 넘게 연락이 없다가 이제서야 전화하는 거야 이 새끼야! 어디야!”


“친구야... 미안하다.”


반가움 반, 서운함 반으로 욕설을 섞으며 전화를 받은 기성은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힘없는 친구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야. 너 목소리가 왜 그러냐. 뭔데. 어딘데. 무슨 일이냐고.”


“기성아. 진짜 염치없는 거 아는데 부탁 하나만 하자.”

“아니 그러니까. 그 부탁이 뭔데. 차근차근 얘기해.”

“흐으...헉... 그럴 시간이 나한테 없는 거 같다...”

“어디야. 어디냐고 지금.”

“문자로 내 위치 보낼게. 여기로 와 주라. 미안하다.. 흡...허어...”


11년 만에 들은 친구의 목소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고, 전화를 끊고 난 뒤 기성의 문자함에는 손으로 그린 지도와 주소가 적힌 사진이 하나 와 있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


기성은 서둘러 태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꺼져있다는 무미건조한 기계음만 들릴 뿐, 더 이상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부웅


그 마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차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끊임없이 지나갔다. 기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핸들을 꽉 쥐었다. 11년 만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연락이 온 친구. 한 번쯤은 의심해볼 수도 있지만, 기성은 친구를 믿었다. 설사 친구가 나쁜 목적으로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해도, 평생을 함께 보낸 친구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고생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구불구불한 길이 끝나자, 저 멀리 장승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엔 친구가 서 있었다.


-끼익


“야. 태석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긴 또 어디고.”

“미안하다. 기성아. 오랜만에 봤는데 술 한잔할 여유가 없네.”


가까이서 본 친구의 얼굴은 11년 전과 똑같았다. 핏기가 없다는 것만 빼면.


“야. 근데 너는 어떻게 하나도 늙지를 않았냐. 난 이렇게 늙었는데. 축복받은 놈.”

“허허... 축복인 줄 알았는데, 저주야. 이건 저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말에, 태석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암튼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너희 집 어디냐.”


기성은 그렇게 말하며 마을 입구로 발을 딛었다.


“들어오지 마!”


태석은 소리쳤다.


“어? 어... 그래...”


기성은 태석의 처음보는 모습에 당황했다. 늘 웃는 얼굴로 차분한 사람이었던 친구가 저렇게 다급하게 소리칠 수도 있구나.


“미안하다. 들어오면 안된다. 너는 나처럼 이렇게 되어선 안 돼.”


태석은 한 발짝 내밀어 마을 밖으로 나왔다.


“흐으... 허어... 헉...기성아... 이 편지... 옛날 내 집... 내 아들에게...”


마을로 나온 태석은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누군가가 생기를 순식간에 빼앗아간 듯, 힘겹게 몸을 움직여 기성에게 편지봉투를 건넸다.


“편지? 니가 보내면 되잖아. 이걸 왜.”

“부탁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편지들에 다 써놨다.”


어느새 마을 안으로 들어온 태석은 기성에게 이야기했다. 기성의 손에는 편지 두 통이 들려 있었다.


“내 아들... 시안이한테 보내 줘. 다른 한 통은 너한테 쓴 거야. 친구야.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태석은 몸을 돌려 비틀거리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야. 유태석. 어디 가! 이야기라도 좀 하고 가!”


태석은 고개를 돌려 기성을 쳐다봤다.


“다음에 만나면, 꼭 낚시라도 한 번 가자. 고맙다.”

“야! 유태석!”


땅거미가 드리운 시골길. 태석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6. 시안의 시간.

“그렇게 해서, 내가 도시로 나와 너에게 우편을 보낸 거다.”


삼촌은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며 소주를 털어 넣었다. 삼촌에게 들은 아버지의 모습. 마을 밖으로 나왔을 때 괴로워하던 그 중년 남자의 모습과 똑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 남자도 마을로 다시 들어갔을 땐, 내 손을 뿌리치고 스스로 걸어갔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구나.”


맞은 편 삼촌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물어봐라. 내가 아는 선에서 다 말해주마.”


물어볼 게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대체 그 마을은 뭘까.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을까. 의심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구나. 정리되면 말해라. 천천히. 그리고 술이나 한잔하자. 너희 아버지. 내 친구를 위해.”


나는 삼촌의 말을 들으며 서서히 질문할 것들을 정리했다.


“삼촌... 삼촌이 받은 편지에는 아버지가 뭐라고 남기셨어요?”


우선 가장 궁금한 것.


“흠... 많은 이야기가 있더구나. 추억도 있었고, 그리움도 있었고, 니 이야기도 있었고... 그리고..”



-띠리리리


삼촌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려는 찰나, 내 휴대폰이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아냐. 편하게 받아라.”


“여보세요? 유시안입니다. 예? 아.. 예.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삼촌에게 죄송한 듯 말했다.


“삼촌. 아버지 검안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잠시...”

“그래. 다녀와라. 나는 여기서 술 한잔 하고 있으마.”


나는 삼촌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검안실로 내려갔다.


“유태석님 유가족 되십니까.”

“네. 아들인 유시안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나의 다급한 물음에 검안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그게... 결과가 이게...”

“사인이 뭔가요?”


“사인은. 과다출혈입니다.”

“네? 과다출혈이요?”


검안의는 본인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네. 몸에 피가 많이 빠졌어요. 고인은 과다출혈로 인해 서서히 사망한 걸로 보입니다.”

“과다출혈이라니... 그렇다면, 뭔가에 찔렸거나 심하게 다치신 건가요?”


나는 믿기지 않는 답변을 듣고 고민에 빠진 채 질문을 던졌다.


“그게...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은 맞는데...


그리고 검안의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내 머릿속을 더욱 헤집어 놓기 충분했다.



“고인의 몸에는 상처가 없습니다.”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