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주말이 훌쩍 지나갔다. 지나가고 있다. 눈이 내렸다. 뉴스에서는 폭설로 인한 월요일 출근길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의 예정된 피로함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없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으로 반나절 정도를 보냈다. 동네에는 폐업한 가게들이 여럿 보였다. 어떤 가게를 들어가면 업주에게 측은지심이 인다. 편집자는 저녁까지 최종적으로 시집 원고를 검토하라 일렀지만,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나 탈자가 후에 발견된다 해도 그것 자체로 의미 있을 것 같다. 김혜순 시인의 등단작은 '담배를 피우는 시체'라는 제목의 시인데, 당시 식자공이 '시체'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잡지에 시의 제목이 '담배를 피우는 시인'으로 실렸었다는 시인 당사자의 얘기는 흥미롭다. 김혜순과 식자공이 어쩌다 함께 만들어낸 엉뚱한 결과이지만, 그것도 시적인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다. 어떤 날에 우연은 꽤 많은 것을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내일은 다시 예정된 일정 속에서 생각지 못한 우연들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며칠 전 만난 시인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같은 책이 두 권이나 있다며 내게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귤과 바나나 껍질은 말렸건 말리지 않았건 음식물쓰레기다. 어제는 붉은 석류를 먹었다. 석류 껍질은 일반쓰레기다. 석류는 신나게 얻어 맞아 핏물이 잔뜩 고인, 온몸이 이빨인, 작고 아름다운 괴물 같다. 겨울이 겨울다워지는 풍경에 밑줄을 그었다. 책갈피를 꽂는다는 것을 깜빡하고, 하루를 덮는다. 그 전에 노란 등을 하나 켜두고 나는, 지나가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짓궂게 사라지고 있는 무언가를 사수하고 있었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